진용 갖추는 데 2년, 남은 시간 29주
이재명 기자
입력 2015-03-09 03:00:00 수정 2015-03-09 06:40:37
국정성과에 목마른 朴대통령… 비장의 카드로 꺼낸 정치인 장관사실상 추석까지 ‘시한부 내각’에 후보 4명 위장전입으로 이미 상처
이들이 개혁 총대 멜 수는 있을까

경북지역 의원들을 만났을 때다. “대표님(대통령이 되기 전 의원들은 박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 건배사 하나 해주세요.” 참석자들이 졸랐다. 좀처럼 건배사를 하지 않는 박 대통령은 큰마음을 먹고 외쳤다. “진달래!” ‘진심을 다해 달리는 내일을 위해’라는 뜻이었다. 새누리당 전체가 총선 패배감에 휩싸여 있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건배사였다.
그러자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는 한 의원이 나섰다. “대표님, ‘진달래’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다들 귀를 쫑긋 세웠다. “진짜 달라면 줄래? 하하하….” 혼자만 웃었다. 2분간 정적이 흘렀다. 모두에게 2시간처럼 느껴졌을 긴 시간이었다. ‘사고’를 친 의원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뜬 뒤에야 분위기는 수습됐다.
이러니 박 대통령이 웬만해서 남자 의원들에게 곁을 줄 수 있겠는가. ‘천둥벌거숭이’ 의원들은 4년 내내 딴짓하다 민심의 심판을 앞두면 박 대통령을 찾았다. 그렇게 박 대통령이 대신 사과하고 쇄신을 약속한 게 몇 번인가. 박 대통령 처지에선 ‘자기들 당선을 위해 나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유세 일정에 자신의 지역구를 포함시키려고 눈에 쌍심지를 켰다. 박 대통령이 다녀가면 지지율이 올라가는 게 눈에 보이던 때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박 대통령 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가 빠지자 총선 상황실에 드러눕다시피 했다. ‘배 째라 식’ 결기(?)는 통했다. 박 대통령은 이 의원의 지역구를 방문했다.
총선 당일 이 의원에게서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내용이었다. 영락없는 모태(母胎) ‘친박(친박근혜)’의 멘트였다. 하지만 이 의원은 지금도 앞장서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표적 ‘비박(비박근혜)’이다. 올해 1월 말 이 의원은 지역구에 뿌리는 의정보고서 첫 장에 박 대통령과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실었다가 급히 자신의 독사진으로 바꿨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하자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달면 남의 것도 뺏어 먹고 쓰면 삼킨 것도 토해내는 의원들의 행태에 박 대통령은 신물이 났을 게다. 임기 초 인사에서 정치인들을 배제한 건 이런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신 그 자리에 관료나 법조인을 배치했다. 그럼에도 ‘보신주의’ 속에 정책은 겉돌았다. 메뉴는 차고 넘치는데 대표 메뉴는 없는 ‘김밥천국 정부’라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박 대통령은 정치인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 ‘꿩 잡는 게 매’라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든,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든 성과만 내달라는 절박함에서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이제야 진용을 갖췄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취임 2년 만에 권력 내부에서 나온 긍정 평가다.
그러나 현 내각의 임기는 박 대통령의 임기와 다르다. 현역 의원이 3분의 1에 달하는 ‘이완구 내각’의 임기는 정확히 29주(週)가 남았다. 법적으로야 의원 출신 장관은 총선 선거일 90일(내년 1월 14일) 전에 사퇴하면 된다. 하지만 올해 9월 추석 연휴에 지역구를 비워둔다는 건 총선 출마자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추석 전까지가 이완구 내각의 임기인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신상필벌’이다. 의원 출신 장관들이 적을 만들 수밖에 없는 개혁과제에 총대를 멜까. 그런 점에서 장관 해임건의권을 행사하겠다는 이 총리의 취임 일성은 엄포로 끝나선 안 된다.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오지 마라”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말은 공천의 제1원칙이 돼야 한다.―카타르에서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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