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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만명이 소득세 한 푼 안 내는데 또 세금 돌려준다니

화이트보스 2015. 4. 8. 16:39

512만명이 소득세 한 푼 안 내는데 또 세금 돌려준다니

입력 : 2015.04.08 03:23

정부가 7일 근로소득자 541만명에 대해 4227억원, 1인당 평균 8만원의 소득세를 돌려주는 연말정산 보완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연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 가운데 세 부담이 한 푼이라도 늘어나는 근로자는 애초 205만명에서 3만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이번 대책은 올 초 연말정산 때 있었던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2013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연간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세금 부담이 늘어나지 않고, 5500만~7000만원 근로자는 3만원 정도 세금을 더 내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올 들어 막상 연말정산을 해보니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15%인 205만명은 평균 8만원 정도 세금이 늘었다. 5500만~7000만원 근로자 중에는 수십만원씩 세금을 더 내는 경우도 나왔다. 만만한 월급쟁이들만 쥐어짠다는 반발이 들끓자 정부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미 징수한 세금을 돌려주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여론에 밀려 정상적으로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 법률을 뒤집고 소급 적용까지 하는 나쁜 선례(先例)를 남겼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소득세 면제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가 512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31%나 된다. 일본(15.8%), 독일(19.8%), 캐나다(22.6%) 등 선진국보다 훨씬 많다. 근로소득 가구 중 120만 가구는 소득세를 내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로부터 근로장려금이란 이름으로 최대 210만원까지 현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처럼 세액 공제를 확대하면 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 숫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체 근로자의 84%를 차지하는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소득세 실효(實效)세율도 1.32%에서 1.16%로 낮아지게 됐다. 연간 소득이 1000만원이면 세금은 11만6000원만 낸다는 뜻이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소득세 면제자 비율은 21%(92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세금을 면제받은 사람이 많다 보니 그 부담은 중상층(中上層) 소득자들에게 쏠리고, 세금 부담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애초 월급쟁이 증세(增稅)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꼼수'를 부린 것은 잘못이었다. 그렇다고 국회까지 통과해 이미 거둬들인 세금을 되돌려주고 소득세 면제자를 늘리는 것은 국민의 납세(納稅) 의식에 큰 흠을 남길 것이다. 세금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대신 그 대가로 국민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국가가 조세(租稅)정책을 그때그때 바꾸며 면세(免稅) 대상을 늘리게 되면 국민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국가가 공짜로 지켜줄 것이라고 믿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악성(惡性) 포퓰리즘이 더 극성을 부리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