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내쫓는 나라
권순활논설위원
입력 2015-04-27 03:00:00 수정 2015-04-27 09:21:23
대기업 회장 A 씨는 얼마 전 베트남 출장에서 국빈급 환대를 받았다. 베트남 당국은 A 회장 일행의 공항 입국심사를 사실상 면제했다. 차량이 숙소까지 가는 동안 현지 경찰이 안내했고 신호등 통제로 교통 체증도 없었다. A 회장은 “베트남의 달라진 모습에 놀랐고 한국의 현실이 떠올라 착잡했다”고 지인들에게 털어놓았다.▷사회주의의 깃발을 공식적으로는 내리지 않은 베트남이 한국인 기업가를 극진히 챙긴 것은 현지 투자 확대가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고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몇몇 주(州)가 현대·기아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지원한 것처럼 선진국에서도 ‘국내외 기업 모시기’에 열을 올린다. 이토 모토시게 일본 도쿄대 교수는 “막강한 실력의 기업을 보유했는지가 국력을 좌우하는 관건이 된 시대”라고 강조한다.
▷횡령과 도박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같은 일탈은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썩은 사과’ 때문에 기업과 기업인을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것을 올바른 정의라고 할 수도 없다. 여야 정치권이 대기업을 적대시하고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법인세 인상 주장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위대한 기업가들은 유럽과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들었고 현재 중국을 강대국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국이 ‘기업을 부르는 나라’가 아니라 ‘기업을 내쫓는 나라’로 달려가면 국가 위상이 추락하면서 다음 세대에 고통을 안겨주는 우울한 미래가 닥쳐올 수밖에 없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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