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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폐기" 외치며 광화문에 자리 깐 세월호 특조위원장, 왜 이렇게까지…

화이트보스 2015. 4. 29. 16:22

시행령 폐기" 외치며 광화문에 자리 깐 세월호 특조위원장, 왜 이렇게까지…

  •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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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4.29 15:09 | 수정 : 2015.04.29 15:41

    #. 지난 28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이석태 위원장과 위원들이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곁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이들은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해결방법을 다음 달 1일까지 결단하라”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우리는 시행령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고, 유가족들도 폐기를 강력하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을 비롯해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 최일숙 비상임위원,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장 등이 농성에 참여했다.

    #. 세월호 유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썼다. “이제 남은 것은 시행령 폐기입니다.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죄를 판단케 하는 면죄부 시행령, 직접 조사 없이 정부가 내놓은 자료만 검토하고 끝내라는 진상 규명 불가 시행령, 예산이 아깝다고 종합안전대책 마련 안 하겠다는 안전사회건설 불가 시행령, 이 쓰레기 시행령은 반드시 폐기돼야만 합니다.” 그는 계속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위해 시위 등에 참가해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

    #. 지난 18일 세월호 1주년 후 첫 주말. 태극기까지 불태워진 이날의 대표적 구호는 ‘시행령을 폐기하고, 진실을 인양하라’였다. 유족들은 시행령이 폐지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편히 잠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 /뉴시스
    29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정부의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촉구하며 농성 중인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 /뉴시스

    세월호 특별법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담은 ‘시행령 안’을 둘러싼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한쪽에선 시행령이 통과되지 않아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선 일부 세력이 시행령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행령의 어떤 내용이 이들의 입장을 이리 첨예하게 갈라놓은 것일까.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중 현재 다툼이 있는 부분은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한 다툼은 올 초부터 계속됐다. 인원과 조직, 예산 등을 두고 특조위 내부에서 먼저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특조위 구성이 여야 추천 인사들로 이뤄졌기 때문에 이는 크게 보면 여야 간 다툼이기도 했다.

    지난 1월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당초 특조위 조직은 ‘1실 1관 3국 14과’로 구성돼 총 125명이 근무하도록 구성되는 듯했다. 당시 부처 파견 인력은 50명, 신규 채용인력은 75명이었다.

    이 안에 대해 여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조직 규모가 과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이런 식이라면 세월호 특조위가 여성가족부나 방송통신위원회보다 큰 조직이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4개 실·국 16개 과에 200명 안팎의 직원이 근무하며, 여성가족부는 4개 실국에 23개 과·담당관실이 있고 직원 수는 240명 정도다.

    이 때문에 설립준비단은 결국 지난 2월 17일 표결까치 거치며 거쳐 인원 125명, 예산 193억원의 최종안을 확정해 정부에 보고했다. '3국(11과) 1관 1 담당관(3팀)'의 직제로 1월 국회에 제출한 것보다는 축소된 규모였다. 그러나 당시 17명 중 야당 측이 12명, 여당 측 위원이 5명뿐이었기 때문에 표결 자체로 의견을 정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시행령 폐기를 외치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 /뉴시스
    시행령 폐기를 외치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 /뉴시스
    우여곡절 끝에 정부에 보고된 이 안을 그러나 정부가 반대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정부는 설립준비단의 안을 ‘1실 1국 3 담당관 5과’, 총원 90명으로 조직으로 축소해 입법예고했다. 당초 특조위의 안은 특조위원장이 소위원장 임명권한을 갖는 등 실질적 권한을 행사케 했으나, 정부안은 소위 중심이 아니라 기획조정실장을 중심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기획조정실장은 파견 공무원이 맡는다.

    이는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를 실제적으로 지원할 뜻이 없는 것 아니냐는 싸움으로 이어졌다. 야당 측은 사실상 정부가 진상 규명을 할 의지가 없다고 공격했다. 공무원의 잘못을 파헤칠 조직에 공무원을 파견하는 등 애초에 진상 규명을 위한 뜻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당 측은 “그동안 검찰과 감사원 등에서 많은 조사를 해왔는데, 조사위에서 어떤 부분이 조사됐는지, 그래서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를 전혀 안 한 상태”라며 “앞서 진행된 세월호 관련 조사의 어떤 보고서도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예산과 인력부터 최대치로 만들어 시작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맞섰다.

    결국 이런 상황이 공전(空轉)되면서 대치 상황이 쭉 이어졌다. 둘 중 어느 하나 양보하지 않아, 특조위는 불가피하게 파행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일 정부가 세월호 인양을 공식 발표하면서, 시행령도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기준 장관은 기자회견서 “당초 입안취지와 달리 해석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특조위·유가족 측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며 “파견 공무원 숫자를 가능한 축소하고, 기획조정실장에 대해서도 해수부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파견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29일 해수부는 정원 확대·공무원 비율 축소·해수부 파견 최소화 등 수정 요구 10건 중 7건을 받아들이는 시행령 수정안을 발표했다.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런데도 야당 측 반발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27일 이석태 위원장이 광화문에서 농성까지 벌이게 된 것이다. 일각에선 “세월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느끼는 정파(政派)가 있다”면서 “이들이 이런 논란을 계속 부추기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오는 30일 시행령을 차관급 회의에 올려 통과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유가족들은 다음 달 1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