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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진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화이트보스 2015. 5. 18. 17:06

북한 사진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평양 부유층 아파트 내부 살펴보니 (22)

by 주성하기자   2015-05-18 12:05 am

최근 미국 CNN 방송이 북한에 들어가 많은 인터뷰 영상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간첩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의 인터뷰를 북한 당국이 허용한 것을 계기로 평양에 간 것 같은데, 그것말고도 여러 취재를 많이 합니다. 북한 당국이 우리도 이렇게 살만한 나라라는 것을 CNN을 통해 선전하기 위해서인 듯 보입니다.

 

CNN 기자들이 평양에 들어가 찍어온 사진 중 흥미로운 사진이 있어 캡처해 왔습니다.

 

CNN 홈페이지에 11일자로 올라있는데 “CNN이 북한 상류층 아파트에 들어갔다”는 제목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 사진들을 보면서 북한 부자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 보기로 해보죠.

일단 거실 내부입니다.

 

이 아파트는 김일성대 교직원 아파트입니다. 2013년 10월 완공해 지은 김정은의 선물 아파트입니다. 건설을 맡은 공병국 1여단 여단장이 “너무 많은 돈과 품이 들어 이런 집은 앞으로 더 짓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한 그 아파트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해 제가 예전에 쓴 글을 읽으면 더 잘 이해가 되실 겁니다.

 

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72580

 

240평방미터이니까, 우리 평수로 70평대고, 방만 8개라는 그 아파트인데, 안에 가구는 선물입니다. 티비는 선물인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집 주인 신분은 무엇일까요. CNN 촬영을 허용했으니 보통 집은 아니겠지요.

 

사진이 확대되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정면에 가득 붙은 액자를 뜯어보면서 단서를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김 부자 초상화 아래에 있는 상패는 ‘김일성상’ 또는 ‘김정일상’ 수상 증명서입니다. 북에서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0.001% 안에 들어가는 인물이란 뜻이죠.

 

그리고 그 상패 좌우로 표창장이라고 있는데, 김일성 또는 김정일 명의로 된 표창장입니다.

 

김 부자 초상화 오른쪽에 있는 단체 사진은 이 아파트가 완공됐을 때 김정은과 찍은 단체사진입니다.

 

그 아래에 있는 액자는 교수증과 박사증입니다.

 

김일성 초상화 옆에 있는 파란색깔이 있는 액자는 이른바 ‘친필사인’입니다. 찍찍 가로로 내쓴 것을 보아 김정은 글씨 같습니다. 물론 김정은도 요즘 저리 흉내를 내서 글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맨 왼쪽에 두 개 따로 걸려 있는 액자는 북한에서 받은 것이 아니고 외국에서 받은 상 같습니다.

 

이를 미루어 봤을 때 집주인은 김일성상 수상자에, 교수 박사에 김정일에게서 친필도 받을 정도이며, 외국에서도 인정받는 것으로 보아 자연과학 종사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북에서 교수는 한국의 석좌교수만큼 받기 힘들고, 박사도 아주 힘이 듭니다. 북한은 부교수, 교수, 원사(북한 전체에서 한 10명 정도) 이런 식으로 명예직이 올라갑니다. 또 북한에서 준박사(석사)를 받기가 한국에서 박사 받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김일성대 교원들도 박사가 10%도 안됩니다.

 

이 집 주인처럼 교수 박사를 한꺼번에 받는 것은 김일성대 교원 중 상위 1%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소 강좌장이고, 최대 학부장 정도의 집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김일성종합대학 안에 학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학부장이면 우리로 치면 서울대 어느 단과대학 학장을 의미합니다.

 

그런 즉 저기 있는 평면 티비는 국가에서 선물로 받은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거실 입구 둥근 천장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 최근 지은 고급 아파트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건축 기법입니다.

 

거실의 반대쪽 벽입니다. 소파가 있고, 뒤에 역시 기념사진들이 가득합니다. 우리로 치면 그림 정도가 걸려 있어야 할 자리에 각종 액자들이 가득하네요. 북한에선 이것이 일반적인 일입니다.

 

저런 기념사진은 제일 좋은 자리에 걸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하게는 그 집안의 위세입니다. 김 부자와 몇 번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런 것이 내가 특권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거든요. 평양에 가면 웬만한 집은 저런 기념사진 한두장씩 있지만 지방에선 많지는 않습니다.

 

큰 탁자에 유리 대신에 비닐을 씌운 것이 눈에 띄는 군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어느 가정집과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침실입니다. 이 가구도 다 선물이라고 합니다. 침실에 들어오니 벽에 가족 액자 사진이 걸려 있군요. 이불도 화려하고…CNN이 온다고 준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북한 부자라고 해도 역시 에어컨은 없고 선풍기입니다.

 

북한의 요즘 고급 주택에서 특징적인 것은 천정이 매우 높은 것입니다. 2.8미터인지 2.5미터인지 됩니다. 중국에 나온 북한 상류층이 중국집은 천장이 낮아 답답하다고 하더군요.

 

음, 중국에 가면 천장이 높아 보이는 저는 뭘까요. 한국 가정집은 2.2미터 정도가 일반적으로 압니다. 그러니 서울사람이 저런 집에 가면 천정이 무지 높아 보일 겁니다. 천정이 높다는 것은 원가 계산 별로 안하고 지었다는 뜻일까요.

이게 부엌입니다. 손님이 온다고 찻잔을 다 꺼내서 저렇게 자랑스럽게 놓았네요. 그런데 퐁퐁이도 있고, 한국 가정집과 별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북한 상류층은 외국에서 본 것이 있어 외국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산다는 의미겠네요.

 

저런 집들이 있을 필요가 있는데, 그래야 다른 돈 좀 번사람들이 저것처럼 꾸려놓고 살겠다고 꿈을 꾸기 때문에, 사회에 보급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가 보건대는 아주 표준적인 주방의 모습이지만, 저 가시대의 경우 북한에선 매우 보기 드문 형태입니다.

 

북한에선 인테리어 산업도 발달되는 중인데, 저것처럼 부엌을 꾸리려면 몇 백 달러 정도면 된다고 합니다.

렌지라고 하나요? 하이얼입니다. 제가 볼 때는 프로판 가스를 쓸 것 같습니다. 평양의 가정들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형태입니다. 프로판 가스 한 통 충전비용이 중국돈으로 70~80원이라고 몇 년전 들었습니다. 가스 충전 사업도 북에서 돈이 되는 일입니다.

이게 아마 서재인가 봅니다. 이 방은 좁군요. 음 서재는 책이 많아 보이지 않아 제 서재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 컴퓨터도 없구요.

 

문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저런 문도 북에서 다 팝니다. 출입문 좋은 것은 100달러 정도 합니다. 도둑이 들지 말라고요. 각 방의 문은 몇 십달러 정도 하겠죠.

 

 

 이게 외부 모습입니다. 샤시 창을 다 했군요. 책 모양을 본따 지었다고 하는데, 전체 외곽 모습은 제가 위에 링크를 건 이전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집 앞 공원 모습입니다. 정말 조경은 꽝이군요. 앞에 작은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에 있는 녹지가 4.25문화회관입니다. 제가 옛날 명절 때마다 가서 ‘처녀동무’들과 무도회를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앞에 있는 핑크 아파트 앞 사거리가 금수산 기념궁전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사거리인데, 그 사거리 아래가 전승, 전우역입니다. 북한을 좀 아는 분들은 평양 지하철 노선이 두개 노선이며 딱 한곳에서 서로 교차된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저기 사거리 밑에서 교차합니다.

 

왼쪽에 막대기처럼 서 있는 콘크리트 기둥은 영생탑이라고, 정면에서 보면 엄청 큽니다. 김일성이 죽고 지은 것인데, 아마 북에 있는 영생탑 중에 제일 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생탑 바로 옆에 삐죽 솟은 탑은 모란봉 꼭대기에 있는 티비 중계탑입니다. 우리로 말하면 남산타워 비슷한 것이죠.

 

끝으로 CNN은 이 집 주인이 김일성대 교원이라는 것을 감안해서인지 김일성대 사진도 하나 첨부해 넣었습니다. 앞에 있는 작은 건물이 본관입니다. 1946년에 지었다고 하는데 1990년대 후반에 리모델링 했습니다. 본관에는 교실은 없고, 대학 당위원회, 청년위원회 행정위원회, 김일성 김정일 사적관 등이 있습니다.

 

본관 앞에 있는 동상은 김일성 동상인가요, 김정일 동상인가요. 제가 있을 때는 없던 것입니다. 그 앞에 대학생들이 인사를 하고 있군요. 그 옆에 용남산에 동상 두 개가 더 있는데, 인사해야 하는 것이 하나 더 생겼군요.

 

본관 옆에 있는 높은 건물이 2호 청사라고, 김일성대 사회과학 관련 학부들이 들어 있습니다. 경제, 역사, 철학, 법학, 어문, 외문학부들입니다. 지금은 어문학부가 조선어문대학으로, 법학부도 법학대학으로 승격이 됐습니다. 저 건물 1972년인가 지었는데, 소련식으로 지어서인지 건물벽이 엄청 두껍습니다. 한 1미터는 되는 것 같습니다. 대지진 나도 꿈쩍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 여기에도 비밀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김일성대 졸업생에게 김일성대 학부를 말하라고 하면 14개 학부를 꼽는 순서가 있습니다. 그게 학부 선호도 순은 절대 아닙니다만 대학 기간 내내 그 순서대로 불렸기 때문에 입에 올라 술술 나오는 겁니다. 제가 국정원 조사관이라고 칩시다. 그런데 김일성대 졸업했다는 사람이 왔습니다. 진짜 졸업생인지 아닌지는 학부 순서 한번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바로 드러납니다. 이젠 공개했기 때문에 비밀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더 쓸 이야기도 많겠지만, 이 정도로 CNN 사진 분석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