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인수한 워싱턴포스트는 지금
허문명 국제부장
입력 2015-06-11 03:00:00 수정 2015-06-11 03:00:00

2개 층을 나눠 쓰고 있는 편집국 모습도 일반적인 신문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우리로 치면 부국장급 에디터 4, 5명이 편집국 중앙에 둥글게 앉아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기사들을 데스킹하고 있었다. 옆에는 방송 스튜디오 시설이 있었는데 필요할 경우 전문가들을 불러 대담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닷컴에 올리기 위한 장치였다. 신문사 편집국이라기보다 방송국 뉴스룸 같아 보였다.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WP가 2013년 아마존에 인수되면서 완전히 다른 매체로 변했음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신문사와 닷컴 편집국을 하나로 합친 거였다. 두 회사 직원들은 본래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별도 건물에서 일했었다. 2010년 닷컴 직원들이 신문사 건물로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층에서 일했지만 지금은 아예 디자이너 엔지니어 기자들이 부서별로 묶여 함께 일하고 있었다. 종이 신문 1면 톱기사를 결정하기 위해 매일 오전 열리던 부장회의도 닷컴 톱으로 무엇을 올릴 것인지 결정하는 닷컴 회의로 바뀌었다. 신문 1면은 약식 부국장회의로 대신한다고 했다.
닷컴으로 변신한 WP의 결과는 눈부시다. 지난해 1분기 2978만 명이던 홈페이지 순방문자 수(UV)는 올해 1분기 4941만 명으로 66%나 증가했다. 모바일 버전 방문자 수도 같은 기간 1673만 명에서 3238만 명으로 93%나 늘었다. 보수적인 중장년층 독자가 많았던 독자층도 이제는 37%가 밀레니엄 세대(19∼35세)일 정도로 젊어졌다.
2∼4일 전 세계 120개국 신문사 발행인들의 모임인 세계신문협회(WAN)가 워싱턴에서 개최한 64회 총회는 WP의 변신이 요즘 신문사들의 주류적 트렌드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전 세계에서 온 900여 명의 신문사 관계자는 2박 3일 내내 ‘신문-혁신의 새 시대’를 주제로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을 고민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많이 나왔는데 그중 지난해 처음으로 신문사들의 구독료 매출이 광고수익을 넘어섰다는 것이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신문의 위기’ 때문에 뉴스 소비가 줄어들어 매출이 줄 것이라는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기 때문이다.
킬먼 국장은 “뉴스 비즈니스가 사양산업이라는 말은 오해이다. 비록 종이 신문 구독은 줄더라도 이제 사람들은 모바일 기기로 뉴스를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신문사들은 멀티 플랫폼 뉴스미디어 회사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귀에 못이 박이도록 ‘신문의 위기’만 들었던 기자에게 “신문 기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시대가 왔다”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허문명 국제부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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