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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DB |
‘유능한 경제 정당’ 출범에 박수를 보냅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야당 대표 연설에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새 경제(New Economy)’를 제시했습니다. 문 대표는 ‘새 경제’의 핵심 내용으로 ‘소득 주도 성장론’을 내세워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전월세 상한제 도입, 영세 자영업자 대책 마련, 법인세와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을 포함한 공정한 과세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대표는 “경제를 무능한 정부에만 맡겨둘 수 없기” 때문에 “우리 당의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지난 6월 30일에 국회에서 ‘유능한 경제정당위원회 출범식’을 가졌습니다. 이렇듯 문 대표는 ‘유능한 경제 정당’을 표방(標榜)하면서 대권 행보를 내딛고 있습니다.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야당이 수권정당(授權政黨)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당보다 앞섰다는 점에서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우려됩니다. ‘회식 수당 지급’이나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경우에 ‘누가 소득을 올려주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추세는 법인세 인하 경쟁인데 우리는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이 세 가지 이슈를 다룹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등장 배경
‘소득주도 성장론’의 등장 배경을 봅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발생한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놓고, OECD, 세계은행, ILO는 2014년 9월에 열린 G20 노동장관 회의에 임금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공동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최근 세계경제의 저성장 원인이 임금격차에 따른 소득불균형이라고 지적하면서 임금격차 해소가 지속적인 성장의 필수 요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경제학도로서 ‘소득 주도 성장론’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먼저 이 이론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지요. 1960년대 초 미국의 케네디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세환급정책을 도입하여 모든 국민들에게 소득세의 일부를 돌려주었습니다. 무려 1천여 쪽에 이르는 재정학자들의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된 정책이었는데, 그 결과는 정책 의도와 일치했습니다. 조세 환급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자 소비가 진작되어 경제가 살아났고, 환급된 조세도 곧 걷히게 되었지요. 따라서 문재인 대표의 주장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근로자 소득이 오르게 된다면 ‘소득 주도 성장론’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주장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에서는 ‘소득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관건입니다.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 그건 아니지요!
문재인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을 열심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 대표는 2012년 대선 후보로서 최저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의 50%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지요. 문 대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야당 대표 연설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강조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21일 전경련에서 열린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수상 연설 직전에 행한 야당 대표 축사에서도 문 대표는 첫 마디를 ‘우리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고 시작했습니다.
최저임금을 올려 저임금 근로자의 포켓을 두툼하게 채워주고 싶어 하는 정치가의 자비심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많이 올려주자는 생각은 우려됩니다. 최저임금제도야 정부가 도입한 제도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심의위원회를 독려하여 최저임금을 ‘많이’ 올릴 수도 있지요. 그러나 최저임금도 정부 아닌 사용자의 포켓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문 대표가 2012년 대선 후보로서 최저임금을 근로자 평균임금의 50%까지 인상하겠다고 공약으로 제시하여 필자가 계산해보니, 문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면 최저임금은 5년 동안 해마다 10%씩 올랐을 겁니다. 세계 어디를 봐도 최저임금이 해마다 10%씩 오른 나라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이 이렇게 많이 오르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미국이 답을 줍니다.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2009년에 최저임금을 올린 후 2014년에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려 했으나 실패했고, 2015년에도 실패했습니다. 공화당이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안대로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저임금 일자리 약 50만 개가 사라진다고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공화당이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일자리 감소를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해준 셈입니다. 한국도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문 대표님, 그건 아니지요! 지금은 한 개의 저임금 일자리라도 소중하게 지켜야 할 때이니까요.
‘회식수당’도 국가가 결정한다? 그건 아니지요!
문재인 대표가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회식을 업무의 연장으로 보고, 수당을 지급하게 하는 법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아 이야깃거리가 되었습니다. 문 대표는 “우리나라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이른바 삼포(三抛) 세대인데 걱정이 많다. 그래서 생각해봤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회식 수당은 2013년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회식을 한 뒤 회사에 시간외수당을 청구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놓칠세라 종편들은 이를 이야깃거리로 삼더군요.
문재인 대표는 ‘회식수당’도 최저임금처럼 국가가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문 대표는 한국의 경제체제가 시장경제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노동시장의 대표적 규제인 최저임금은 도입된 제도를 바탕으로 국가가 올릴 수 있다 하더라도 임금은 기업이 올린다는 생각을 문 대표는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임금은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소득’이지만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비용’입니다. 따라서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임금 인상을 놓고도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맹점은 기업이 자비심을 베풀지 않는 한 임금, 곧 소득은 문 대표의 주장대로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문 대표가 수만 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기업들을 향해 ‘회식수당을 지급하자’고 외친들 단 한 개의 기업이라도 호응할까요? 특히 적잖은 중소기업들은 생존 자체가 급박한데 ‘회식수당 지급’을 통해 근로자 임금을 올려주자는 문 대표의 외침에 자비심으로 화답할까요? 문 대표님, 그건 아니지요! 대한민국은 국가가 멋대로 결정하는 사회주의 아닌 시장경제이니까요.
법인세율은 더 낮춰야 합니다!
글로벌 조세상담기구인 KPMG 자료에 따르면, 2006∼2014년간 세계 128개국 가운데 7개국만(칠레, 사이프러스, 이집트, 헝가리, 아이슬란드, 멕시코, 세르비아) 법인세율을 올렸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법인세율이 본래 낮았기 때문에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법인세율 평균치로 볼 때 세계 6대주는 예외 없이 법인세율을 낮췄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주장입니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2014년에 24.2%로 OECD 평균 24.11%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OECD 34개국 가운데 ‘GDP 대비 법인세 비중’ 크기는 5위, ‘총 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 크기는 3위입니다. 이는 곧 한국은 법인세 명목세율은 OECD 평균치와 비슷하지만 법인세 납부액은 OECD 국가 가운데 3∼5위로 많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법인세율을 더 낮춰야 하는데도 문 대표는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문재인 대표가 표방하는 ‘새 경제’, ‘유능한 경제 정당’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의아해합니다. 문 대표님, 세계 추세에 역행하는 법인세율 인상, 그건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