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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츠크-동토의 최대도시, 한국인과 똑같은 원주민들

화이트보스 2015. 9. 21. 17:50

야쿠츠크-동토의 최대도시, 한국인과 똑같은 원주민들

러시아 캄차카.야쿠츠크 2

글 | 김현주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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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31 - 2015. 8. 5
 
 
러시아 캄차카·시베리아 야쿠츠크 여행
 
 
서울 출발 -(Aeroflot) (블라디보스톡) 환승-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캄차츠키(러시아) -(Yakutia 항공)- 야쿠츠크 -
(Aeroflot) (블라디보스톡) 환승 - 서울 도착
(여정표는 맨 끝 편에 첨부)
 
 
 
 
3일차. 2015. 8. 2 (일)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캄차츠키)
- (비멎은 아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부터 살펴 봤다. 이게 왠일인가? 비가 멎었다. 비가 오지 않는 게 아니라 해가 날 지경이다.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얼굴에 물을 적시는 둥 마는 둥하고 도시탐방에 나선다. 버스를 타고 레닌 광장(Ploschad Lenina)으로 간다. 도시 중심에 거대한 레닌 동상이 온전히, 그리고 경건하게 서있는 드문 도시중 하나다. 레닌 광장은 곧 해변과 닿아 있다. 멀리 아바차만 건너 머리에 눈을 인 채 도시를 감싸고 있는 2천, 3천미터 높이의 화산들이 장엄하다. 그중 도시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아바친스키(Avachinsky) 화산(2,741m)은 아예 전체가 구름에 가려져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다.
 
                                                   레닌 광장에서.. 캄차카인 알렉세이
 
 
- (레닌 광장 풍경) 광장 주변에는 기념비와 동상이 유독 많아 도시의 역사적 위치를 말해 준다. 러시아 해군의 부탁으로 세계 항해길에 오른 덴마크인 베링(Vitus Bering)이 1740년 아바차만(Avacha Bay) 방문후 놓았다는 도시 기반석(foundation stone)이 아직도 해변 공원에 건재하고 있고 도시의 이름이 된 피터폴(페트로파블로프스크, 베드로와 바울) 동상이 있다. 베링 기념비, 초대 군사총독 자보이코(Zavoiko) 동상, 라페루즈 기념비 등을 금세 찾을 수 있다. 소비에트 장병 기념비는 1946년 쿠릴 열도 접수를 기념하면서 당시 작전에 참가한 장병들을 ‘쿠릴 해방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날 일본과 영토 갈등을 빗고 있는 쿠릴열도 남부 4개섬(일본 입장에서는 북방 4개 도서)도 그렇게 ‘해방’되었다는 뜻이다. 이미 방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지만 영토에 관한 한 한치의 양보도 없는 대제국 러시아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레닌 광장 1
 
                                                                Foundation Stone
 
 
- (캄차카에 대한 러시아의 애착) 광장 중앙 좋은 위치에 세운 승전기념탑 또한 볼거리이다. 북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가 치룬 전쟁의 승리를 기념한 것으로 크림전쟁(1854-1855), 러일전쟁(1904-1905), 2차대전(1941-1945)의 승전을 묘사한 부조가 각 벽면에 새겨져 있다. 영토에 대한 집착이 철저한 러시아가 머나먼 변방의 땅 한 뼘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강한 결의의 표현으로 보인다. 광장의 남쪽 끝은 극장과 이어져 있다. 각종 문화예술 이벤트 광고 플랭카드가 자칫 우중충할 뻔 했던 광장의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해준다. 그 건너편에는 캄차카 주청사를 비롯하여 각종 공공건물이 이어지고 채플(chapel)과 성당도 있다.
 
                                                                        극장
 
                                                                        채플
 
                                                                      목조 교회당
 
 
- (캄차카의 한국 식당) 광장을 벗어나 남쪽을 향하여 낮은 언덕길을 오른다. 앙증맞은 작은 목조 교회가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서있다. 마침 일요일 미사 준비를 하러 교당으로 들어가는 사제와 눈이 맞추쳐 가벼운 목례를 보냈다. 조금 더 가니 왼쪽에 태극 문양을 선명하게 그려 넣은 한국 음식점, 코리아하우스가 나타난다. 캄차카에서 한국 식당을 만나는 것은 의외다. 단체 관광객이 들어오는 곳도 아니고 한인이나 교민들이 있을 리 만무하므로 철저히 현지인들에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짐작한다. 주인을 만나서 얘기 나누고 싶었으나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굳게 문이 닫혀 있다.
 
                                                                   캄차카에 한국 식당?!
 
- (아바차만) 도시를 벗어나 긴 언덕끝 쯤 도달하니 오른쪽으로 아바차만이 좁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좁은 어귀를 열어 북태평양과 만나는 아바차만은 천혜의 항만임을 확인한다. 레닌광장으로 돌아와 해변으로 나가 바닷물에 손을 적셔 본다. 난류 영향으로 오호츠크해나 인근 쿠릴 부근보다는 바닷물이 따뜻하다고 하지만 북태평양 바닷물은 역시 차다.
 
                                                                       아바차만 2
                                                                     아바차만 3
 
 
- (청명한 날씨) 아침에 게스트하우스를 나올 때는 곧 비가 올 것 같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가 나고 구름이 걷혀간다. 캄차카의 찬란한 여름 날씨를 맛보는 행운이 찾아오고 있다. 캄차카의 여름 오후를 즐기러 도시 곳곳을 여유롭게 배회한다. 이미 이곳은 가을인 듯 한국의 10월 중하순의 청명한 날씨를 펼치니 삼복더위로 고생하던 나에게 감당할 수 없는 호사다. 어제 비오는 날씨에 대한 투정에 공연히 머쓱해진다.
 
                                                                     캄차카항 1
 
- (캄차카 휴일 풍경) 중심 가로를 따라 길게 남북으로 이어지는 도시는 단순해서 좋다. 시내 상업지역에는 즉석 좌판들이 섰고 도심 작은 공원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시민들 차지다. 해가 쨍나는 일요일, 오늘 같은 날씨가 가끔은 있기에 캄차카 시민들은 잦은 비와 눈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시내 중심 광장에서 나도 휴식의 시간을 가진다. 스피커에서는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이 흘러 나온다. 세계 최강 나폴레옹 군대를 물리친 자랑스러운 러시아의 역사를 일깨우는 음악이다. 광장에서 대중음악이 아니고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차라리 생경하다. 아무리 변방이라도 러시아는 러시아다.
 
                                                            페트로파블로프스크 거리 1
                                                             페트로파블로프스크 거리 2
 
 
- (캄차카에도 중국인들이) 중앙시장을 찾는다. 이 지역 날씨 때문인지 시장은 실내 건물에 들어서 있다. 여행가방을 쌀 때 모자를 챙기지 않은 것이 걸려 모자를 하나 사려고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린다. 머리가 큰 편인 나에게 맞는 모자를 하나 발견하여 기분좋게 7천루블(한화 1만 5천원)을 지불하고 보니 반갑게도 중국 OEM 우리나라 제품이다. 유즈노 사할린스크린, 이르쿠츠크, 블라디보스톡, 하바로프스크 등 러시아 다른 도시에서도 그랬듯이 시장 상인들 중에는 중국인들이 무척 많다. 돈 될만한 곳에는 반드시 나타나는 중국 상인들은 역시 대단하다. 재래시장 상권에서 러시아인들의 존재감이 미약한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하고 상품공급선이 취약한 러시아인들에게 중국 상인들은 상대하기 힘겨운 경쟁자일 것이다.
 
                                                                         중앙시장
 
- (캄차카 출신 고려인) 시내 광장에서도 그랬고 시장에서도 느꼈지만 페트로파블로프스크는 국제화된 도시다. 러시아 백인들 이외에 키르기즈인들과 중앙아시아인들이 눈에 많이 띤다. 머나먼 이곳까지 돈을 벌러온 이주 노동자들이다. 여기서도 돈벌 일이 많다는 뜻이다. 시장 채소 좌판에서 만난 한국 동포 중년 아주머니도 뇌리에 남는다. 속일 수 없는 한국인 얼굴을 하고 있기에 물어 보니 맞단다. 한국말이 또렷하다. 캄차카에서 태어났다니 더욱 놀랍다. 사연인 즉, 한국 전쟁 중 그의 부모가 전쟁을 피해 평양을 떠나 캄차카에 와 정착했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것까지는 묻지 못했으나 짐작컨대 소비에트 시절 소련으로 이민올 정도라면 그의 부모는 지위가 높았던 분들이었을 것이다.
 
                                                                        레닌 광장 2
 
 
- 채소 좌판을 운영하는 아주머니의 고운 얼굴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머나먼 변방 작은 도시에서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언제나 느끼고 또 느끼는 것은 세상이 참 좁다는 것이다. 여행일기를 정리하는 지금, 캄차카 시작 밤 9시 30분(한국 시간 저녁 6시 30분)이지만 아직 어둠이 내리지 않았다. 짧은 하루였지만 미국행 비행기를 탈 때마다 품었고 키워왔던 발 아래(비행기 아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오랜 호기심이 채워지는 뜻깊은 하루를 머릿 속으로 되돌아 본다.
 
 
4일차. 2015. 8. 3 (월)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캄차츠키 → 야쿠츠크 도착)
- (너무 짧았던 캄차카 일정) 쌀쌀한 아침, 공항행 104번 버스는 지난 밤 내린 비를 촉촉이 머금은 원시림을 뚫고 달린다. 도로에서 한발짝만 나가면 곧바로 대자연이다. 태고의 자연을 닮은 이곳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짧은 2박 3일의 아쉬움이 듬뿍 남는다. 야쿠츠크(Yakutsk)행 항공기는 원래 어제 일요일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늦추어졌다. 취소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따라서 원래 어제 출발 스케줄에 맞추어 준비했던 이번 여행은 항공권 변경 수수료를 감수하면서 전체적으로 일정을 축소해야 했다.
 
                                                                   야쿠티아 항공기
 
 
- 행여나 항공기가 뜨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 공항 활주로 저편에 야쿠티아(Yakutia) 항공기가 와있다. 캄차카에서 야쿠츠크로 곧장 가려면 이 항공기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게다가 평소에는 정기편 자체가 없지만 올해 여름 두 달, 일주일에 한 번 운항하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으니 반드시 이용해야만 했기에 부득이 캄차카 일정을 줄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래대로였다면 캄차카만 보트 투어 혹은 아바친스키 화산 트레킹 등을 하려고 했었다. 참 아쉬운 일이다.
 
                                                                          레나강 1
 
 
- (야쿠티아 항공) 항공기는 예정대로 정시에 출발했다. 보잉 737-800 중형여객기인데 20명도 채 안되는 승객만을 싣고 운항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여객 수요가 거의 없는 구간임에도 항공기 수급을 위하여 임시로 운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1,200마일, 세 시간을 널찍하고 편안하게 비행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레나강 2
 
 
- (황량한 시베리아 vs. 짙푸른 야쿠츠크) 캄차카에는 해군 뿐 아니라 공군도 매우 큰 규모로 배치되어있다. 여객기가 이륙한 후 하늘에서 내려다 보니 공항 깊숙한 곳에 수십, 수백대의 최신예 러시아 전투기들이 계류중인 것이 보인다. 야쿠츠크행 항공기에는 대부분 나와 생김새가 비슷한 야쿠트인들이 탑승했다. 사하공화국 주민의 대부분인 야쿠트족은 북방 몽골계다. 13, 14세기 몽골제국 전성기에 몽고족 일파가 이 지역으로 이동하여 토착민들과 혼혈하여 이룩한 민족이다. 항공기는 북서 방향으로 동부 시베리아 내륙을 향해서 날아간다. 아한대(亞寒帶) 시베리아의 척박한 산들을 아래로 본다. 나무가 자라기에는 이미 너무 추운 지역이라 이끼만이 자란다는 얘기다. 이런 곳을 러시아는 이미 1632년 영토로 편입하고 도시를 세웠다.
 
 
 
                                                             야쿠트인의 다양한 용모 1
                                                             야쿠트인의 다양한 용모 2
 
 
- (북극권에 서다) 야쿠츠크는 러시아 영토의 18%를 차지하는 사하공화국(인구 96만명)의 수도로서 북극권(북위 66.5도)까지 450km 남긴 북위 62도에 위치한다. 인구 27만명으로서 동부 시베리아의 경제, 행정, 산업의 주요 거점이고 과거부터 극동 및 극지방 개척과 개발의 거점이 되었다. 시베리아에서는 드물게 인구가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이다. 1632년 표트르 베케토프(Pyotr Beketov)가 레나강변에 도착하여 러시아 정착촌을 세우고 제국의 일부로 편입했다. 이후 도시는 19세기말 금과 각종 지하자원 발굴로 빠르게 성장했고, 20세기 중반 스탈린 통치시에는 시베리아 강제노역소(Gulag, labor camps)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야쿠츠크 발전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야쿠츠크 거리 1
 
                                                                     야쿠츠크 거리 2
 
                                                                    야쿠츠크 거리 3
 
                                                                  야쿠츠크 거리 4
 
- (Permafrost, 영구동토) 야쿠츠크는 또한 영구동토(permafrost)에 인간이 건설한 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건물이나 구조물을 지을 때는 대략 10m 정도 길이의 긴 콘크리트 파일을 수십개 영구동토까지 박아놓고 그 위에 건물이나 구조물을 올리는 특수 공법을 구사한다. 야쿠츠크는 특이한 기후 현상으로 또한 유명하다. 고위도(북위 62도)에다 바다가 멀어서 나타는 극심한 대륙성 기후다. 여름에는 월평균 19로서 쾌적하지만 겨울에는 보통 영하 39도까지 나타나 가장 큰 연교차를 보인다. 비슷한 위도에 놓인 노르웨이 베르겐(Bergen) 같은 곳보다 여름 기온은 훨씬 더 높고 겨울 기온은 더 낮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제법 올라가기도 하여 30도를 넘는 날도 간혹 있다고 한다. 의외로 에어컨이 있는 건물이 많길래 의아해서 물어본 결과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여름) 위도상으로는 이미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한계(tree line)을 넘었음에도 수풀과 삼림이 울창한 기후를 보인다.
 
                                                       영구동토 건축 공법... 콘크리트 파일
 
 
- 세 시간 비행 끝에 드디어 레나(Lena)강, 그리고 그 건너 강 서안(西岸)에 자리잡은 야쿠츠크 도시가 보인다. 숲과 나무가 울창하다. 동위도 다른 지방과는 달리 방대한 초지가 발달했다. 여름 날씨가 상대적으로 덥다는 얘기다. 거대한 레나강을 건너니 곧 공항 활주로다. 북위 62도... 평생 밟아본 땅 중에서 가장 위도가 높은 곳이다. 캄차카 시간대에서 세 시간을 서쪽으로 이동하여 한국과 같은 시간대로 돌아왔다. 짧은 여름을 틈타 공항은 활주로 확충과 건물 신축 등 각종 공사로 분주하다.
 
                                                               야쿠트인의 다양한 용모 3
                                                             야쿠트인의 다양한 용모 4
 
 
- (야쿠트인들 속에 섞이다) 야쿠트인들의 다양한 용모가 신기하다. 400년 동안 서구인들의 피가 섞였으니 혼혈도 많지만 피가 안섞인 야쿠트인들은 대부분 한국인들과 매우 흡사하다. 평균적인 한국인 용모를 가진 나는 이 도시에서 완벽한 익명성을 누린다. 공항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금세 시민들 사이에 섞여 버린다. 러시아어는 할 줄 모르지만 수십년 이 도시에 살아온 사람처럼 시민의 한 사람이 되어 마음 편하다.
 
                                                               이르쿠츠크식 전통 건물
 
                                                         양파 돔 만들기.... 프레임 짜기
 
 
- (분주한 도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시내 탐방에 나선다. 호텔은 공항과 거의 붙어있어 편리하기 이를 데 없다. 4번 버스는 분주한 도시 모습부터 보여준다. 수많은 신축 고층 아파트가 올라가는 사이 도심 옛 시가지의 수백년 됐음직한 시베리아식 목조 가옥은 헐려 나간다. 이른바 푸른 초원(green meadow), 레나강의 습지를 따라 쌓은 제방변에 들어선 각종 공원과 광장들... 돈이 많은 도심임을 느낄 수 있다. 도시 외곽도로에는 남쪽에서 이곳으로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대형 콘테이너 트럭들이 분주히 오간다. 트럭 말고도 여름에는 레나강 수운이 열린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가 닿는 이르쿠츠크 부근에서 레나강을 따라 페리와 화물선들이 오가고, 심지어 유럽 러시아의 무르만스크, 아르항겔스크 등 항구를 떠나 북극해를 이용한 해운도 열린다.
 
                                                                        레나강변 습지
 
 
- (북쪽으로 흐르는 강) 레나강변 제방을 걷는다. 바이칼 서쪽 산악지역에서 발원하여 시베리아 동부를 적시며 북북동 방향으로 4,300km를 흘러 북극해로 유입하는 세계 10위의 긴 강이다. 해마다 봄이면 야쿠츠크의 레나강 유역에는 홍수가 빈발한다. 하류(북쪽)의 얼음이 녹지 않은 상태에서 상류(남쪽)의 얼음이 먼저 녹기 때문에 중류인 야쿠츠크에서는 범람하기 일쑤다. 어느 해에는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평소보다 수량이 많은 탓에 야쿠츠크가 절반 물에 잠기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폭격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하여 상류의 얼음을 깨기도 했으나 홍수를 막지는 못했다. 참고로, 러시아에는 북쪽으로 흐르는 큰 강이 몇 개 더 있다. 시베리아 중부를 적시고 북극해로 흘러드는 예니세이(Yenisei)강은 5,539km로 길이로 따지면 세계 5위이고, 시베리아 동부를 흘러 오호츠크해로 유입되는 아무르(Amur)강은 4,444km로 세계 8위의 긴 강이다.
- (거대한 강변 습지) 강의 범람이 만들어낸 습지가 방대하기 때문에 야쿠츠크의 레나강 유역은 매우 넓다. 그런 이유로 레나강에는 아직 다리가 없다. 강폭이 매우 넓고 봄에는 홍수가 반복되어 다리 건설이 어렵다. 그래도 크게 답답할 것은 없다. 여름에는 페리, 겨울에는 단단히 얼어붙은 강이 곧바로 도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2020년에는 도시 북쪽 강이 좁아지는 곳에 다리를 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도시건설 기념비 1
                                                                    도시건설 기념비 2
 
 
- (여기에도 어김없이 한류) 강변 전망좋은 곳에는 반드시 기념비 혹은 광장이 있다. 가장 먼저 도시건설기념비를 만난다. 코사크 용병 출신 개척자 베케토프(Beketov)에게 경배하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새긴 부조가 눈에 들어온다. 기념비 부근에서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을 만나 둘러싸인다. 한국을 잘 안다고 하며 몇 마디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한다. TV와 한류가 위대해지는 순간이다. 숨길 수 없는 닮은 얼굴 모습에 서로 놀란다. 도시건설기념비에서 길 건너편에는 1차대전 전몰장병 추념비가 있다. 러시아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 출신 전몰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새긴 석판과 함께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강변을 따라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승리광장이 나온다. 2015년 5월 9일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 빅토리데이(Victory Day)를 맞아 조성한 광장이다. 높은 승전 기념탑과 함께 넓은 광장이 만들어져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는다.
 
                                                                  1차대전 전몰장병 추념비
 
                                                                   야쿠츠크의 한류
 
 
- (시베리아의 여름) 습지너머에 숨어있는 레나강 본류를 만나기 위해서 35번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간다. 버스에서 내려 강변을 찾아 걸어가는 15분 남짓한 길이 낭만적이다. 어릴 적 서울 신촌 모래내에서 난지도까지 멱감기 위해서 친구들과 걸어가던 길이 꼭 이랬다. 도로 양편에는 목재소가 들어섰고, 고운 모래로 다져진 길 양옆으로는 수풀 깊숙이 주택 혹은 시민들의 다차(dacha, 주말가옥)가 드문드문 들어서 있다. 시베리아의 낭만적인 여름 풍경을 만끽한다. 다만 기승을 부리는 하루살이만큼은 시베리아 여름의 불청객들이다.
 
 
                                                                        레나강 가는 길... 동구밖 과수원길
 
 
- 드디어 레나강변 백사장이다. 밀가루처럼 가늘고 고운 흰 백사장이 끝없이 펼쳐진다. 영겁의 세월동안 강물에 쓸리고 쓸린 끝에 이런 모래가 만들어졌다. 넓디넓은 강 유역이 모두 하얀 모래다. 한국으로 실어낼 수만 있다면 대박일 것이다. 이것이 시베리아, 이것이 러시아라는 생각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모래 준설용 크레인, 외로운 강태공, 간혹 물살을 가르며 오르내리는 쾌속 페리, 강건너 중지도까지 어우러져 멋진 그림이 완성된다. 유형지로만 알았던 시베리아는 이처럼 낭만 넘치는 곳이다. 멋진 시베리아의 여름을 즐기며 레나강변에 한참동안 앉아 힐링의 시간을 가진다.
 
                                                                 레나강 본류를 만나다
 
                                                                     레나강의 모래
 
 
- 다시 시내로 나온다. 저녁이 되니 날이 무척 선선해진다. 내일 다시 나오기로 하고 레닌 광장에서 시내 탐방을 마친다. 호텔로 돌아와 여행기 정리를 마친 지금 시각 밤 10시다. 아직 사방이 훤하다. 저물줄 모르는 북방의 여름밤은 여행자를 갖은 상념에 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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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9-21 09:32   |  수정일 : 2015-09-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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