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움·차병원과 함께하는 종합건강관리_ 파킨슨병
태아 뇌 조직 줄기세포 분화 성공
세포치료제 대량 증식 가능해져
세계 첫 임상시험… 안정성 입증
떨림과 경직 등 신체 기능에 이상을 부르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대표적인 난치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지만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어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진행돼 의미 있는 성과를 낳고 있다. 환자를 상담 중인 정상섭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
파킨슨병은 뇌의 한 부분인 흑질(黑質)에서 도파민(dopamine) 분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인체의 운동 능력을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 파킨슨병은 어떤 이유로 도파민을 생산해야 할 신경세포가 퇴행하고 사멸해 발생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문의들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60대 이후에 발생하며, 드물게 50대 이하에서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발의 떨림과 근육 경직, 동작이 느려지는 운동 완서(緩徐)가 꼽힌다. 정상섭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가만히 있을 때 손발이 떨리거나 행동이 굼떠진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다"며 "근육 경직의 경우 환자에게는 팔, 다리에 힘이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발병한 뒤에는 증상이 계속 나빠진다. 움직임이 느려져 식사나 옷 입기, 세수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발생한다. 또 자세가 구부정해지는 등 불안정해지고 걷기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심해지면 언어장애가 나타나고 음식을 삼키기도 어려워진다. 음식을 삼키다 기도가 막히거나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져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약물·수술 치료로 증상 완화에 초점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만큼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를 통해 최대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약물을 이용해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생성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수년간 약을 복용할 경우 몸 전체가 뒤틀리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약물 치료는 평생 이어가야 하는데,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약물을 병행하는 등 세심한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뇌에 직접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법으로, 인체에 이상을 일으키는 신호를 내보내는 신경세포를 마비시켜 운동 기능 이상을 줄여준다. 이 수술을 통해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한편, 약물 양을 줄일 수 있어 약물 치료로 인한 부작용 우려 또한 줄일 수 있다.
파킨슨병의 치료 가능성은 지난 1980년 스웨덴 연구팀에 의해 처음 보고됐다. 유산된 태아의 뇌 조직을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방법이었다. 이후 미국 등 각국에서 이러한 방식의 치료 가능성이 입증됐으나 태아의 뇌 조직을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선 6~8개 태아 뇌 조직이 필요해 윤리적, 종교적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줄기세포 이용 치료제 세계 최초 임상시험
새로운 대안으로 대두된 건 줄기세포다.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은 2005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고 결국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정 교수는 "태아의 중간 뇌 조직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계 전구세포(前驅細胞, 여러 가지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세포)를 분화시키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1개의 태아 뇌 조직에서 수백 명의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세포치료제 대량 증식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5월, 분당차병원 신경센터 연구팀은 태아 뇌 조직 유래 신경 전구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세계 최초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금껏 12명의 환자가 시술을 받았고, 이 중 10명의 환자가 시술 후 1년을 경과하는 등 특별한 부작용 없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 교수는 "시술 후 지금까지 면역거부 반응이나 염증, 종양 발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안정성이 입증됐다"며 "경과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환자가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 일부에서 운동 능력이 향상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낳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분당차병원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이어가기 위해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남녀 파킨슨병 환자 대상이며, 문의는 분당차병원 임상시험센터(031-780-5672)로 하면 된다.
도움말=정상섭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