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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걸릴 병 검사, 100만원이면 가능…BT 빅뱅 시대 열린다

화이트보스 2016. 1. 15. 11:14

내 평생 걸릴 병 검사, 100만원이면 가능…BT 빅뱅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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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현미경으로 세포 생물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91세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말기암에서 완전히 회복했다고 밝혔다. 불과 석 달 전 투병 사실을 공개할 때만 해도 그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간과 뇌로 전이됐다. 이제 신의 손에 달려 있다”고 힘없이 말했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4> 바이오
지놈 분석 바이오시장, 애프터마켓서 비포마켓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90대 암 환자를 건강한 몸으로 돌려놓은 건 신(神)의 손이 아니라 미국의 한 제약전문회사가 개발한 항암제 덕분이었다. 이 항암제는 종양세포의 특정 단백질에 반응하는 수용체를 억제해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킨 바이오 신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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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터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회복이 흔히 일어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암 세포만 골라 죽이는 킬러 약물, 위(胃)에 살면서 소화를 돕는 미생물, 내 몸의 줄기세포에서 뽑아 만든 맞춤형 항암백신, 도장 찍듯 얇게 피부에 붙이면 전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바이오 스탬프 등 셀 수 없이 많은 신약과 기기들이 전 세계 바이오 연구소에서 진화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업체의 기술력은 분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줄기세포 및 유전자변형(GMO) 기술이 미국의 80%로 높은 편이다. 생명시스템 분석 기술 69%,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질병 원인 규명 기술은 71.3%로 다소 처진다.

더 큰 문제는 기술 수준에 비해 산업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수는 2014년 현재 975개인데 이 중 60%가 벤처기업이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생산 규모도 2014년 기준 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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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산업은 의약품·식품·헬스케어·환경 등 분야가 많다. 이 중 의약품과 식품 비중이 60%에 달한다. 업계는 제약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세계 제약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810억 달러다.

이 중 바이오 의약품은 1790억 달러(23%)를 차지했다. 바이오 분야만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825억 달러)의 2.2배 규모에 달한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성장 속도는 합성 신약보다 빨라 2020년엔 바이오 의약품 시장만 278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장성 본부장은 “바이오 의약품은 화학물질 합성 의약품에 비해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지만 분자구조가 복잡해 만들어내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상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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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제약 분야 중 바이오시밀러(복제품)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3년 국내 업체론 유일하게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세포치료제 ‘램시마’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머티즘 치료제 ‘엔브렐’의 시판허가를 유럽의약청(EMA)에 신청한 상태다. 삼성은 송도에 건설 중인 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설비가 완료되는 2018년 바이오시밀러 세계 1위로 올라선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바이오 신약 개발에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사업도 탄력을 얻고 있다. 이 밖에 LG생명과학·슈넬생명과학·대웅제약·동아쏘시오홀딩스 등도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 시장은 수요가 줄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인류가 가진 질병은 밝혀진 것만 5000종가량 된다. 이 중 치료약이 개발된 건 500여 종에 불과하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시장성이 높은 약 위주로 치료약이 개발돼 있지만 이들 약도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성능을 높인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유전자 치료제만 27개 품목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며 “당뇨병성 신경병증, 허혈성 지체질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등이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시장만큼이나 폭발적 성장이 주목되는 분야는 개인 맞춤 치료다. 맞춤 치료는 환자 개인의 유전자염기서열(Genome)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불과 5~6년 전만 해도 3억원이나 들었던 인간 지놈 분석 비용이 100만원대로 내려왔다.

분석 시간도 하루면 충분하다. 개인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큰돈을 안 들이고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면 내 몸이 미래에 암·당뇨병·비만·고혈압 등 어떤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큰지 사전에 알 수 있다.

바이오 의약품이 질병에 걸린 이를 치료하는 ‘애프터 마켓(After Market)’을 겨냥한다면 지놈 분석은 건강한 청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비포 마켓(Before Market)’을 공략한다. 사실상 전 인류가 바이오 기술의 수요자가 된다.

 염영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부원장은 “1990년대 후반 컴퓨터 가격이 100만원대로 내려오면서 정보기술(IT) 분야에 빅뱅이 일어난 것처럼 지놈 분석 비용이 100만원대로 내려오면서 바이오기술(BT) 분야에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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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야 하는 의료기기 시장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수술용 로봇, 진단과 동시에 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인공신장 시스템, ICT 융·복합 의료기기,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등이 모두 인간의 생명 특성 연구를 바탕으로 제품화된다.

의료기기는 개발 기간이 5~10년으로 바이오 의약품(10~15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걸리고 비용도 적게 든다. 김장성 본부장은 “의료기기 분야는 IT가 발전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글=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생명공학(Biotechnology)=생물학(Bio)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인간이나 동식물 같은 생명체의 고유 기능, 생명 현상을 다루고 이를 통해 생명체의 기능을 높이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
◆바이오 산업(Bio Industry)=생명공학을 바탕으로 인체에 유용한 물질을 상업적으로 생산하는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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