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명운동 시각
“꽉막힌 정치에 저항 누군가는 해야할 일”
“19대 치욕으로 남을것 의원소환해야할 상황”
“정부 개입해 취지변색” 일부선 비판 목소리도
靑 “朴, 절박 심정서 참여”재계가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위한 1000만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회의 ‘입법 갑질’로 주요 경제 관련 입법이 속절없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서명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엇갈렸지만, 민간이나 경제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며 공감하는 입장이 많았다. 더 이상 국회가 경제 회생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국회선진화법이 개정되어야 하며 정치권의 갑질 행태를 오는 4월 총선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야가 타협의 문화가 되어 있지 않다”면서 “서명운동은 국회가 아주 꽉 막힌 상태에서 재계가 자기들의 의지와 뜻을 모으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서명운동은 기업이든 시민단체든 노동단체든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경제통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서명운동에 대해 “오죽 답답하면 저렇게 나섰겠느냐”면서 “정도를 넘어섰다 하면 누군가는 견제를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라고 해서 제멋대로 하라는 법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건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나는 게 맞고 해당 국회의원을 소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다른 책임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실현해야 하는 거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별로 안 하니 경제계가 나서고 대통령이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는 정책 인프라를 깔아주는 입법 활동을 하는 곳인데 그것을 안 하니 존재 이유도, 존재 가치도 없는 것”이라며 “그런 국회가 우리에게 뭘 기여했는가를 물어본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19대 국회는 나중에 치욕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며 “지금은 정식으로 정치권의 생산성을 물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서명운동 참여에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계가 절박한 상황이어서 서명운동을 하는 것은 좋다. 지금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보다 더한 위기 상황인 것도 맞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과 장관들이 개입하면 오히려 순수한 시민운동의 취지를 변색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제 서명운동’, ‘정부 거리 시위’ 등 비판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태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민생경제 입법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라면서 “박 대통령은 이번 19대 국회 회기에 경제를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민생경제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서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서명 참여와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서 19일 국무회의에서 “오죽하면 이 엄동설한에 경제인들과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겠습니까”라며 “이렇게 계속 국민들이 국회로부터 외면을 당한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