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은 3일 비대위원회의에서 “현재 경제의 어려움이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이렇게 됐다고 주장하는데,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이종걸 원내대표. [사진 조문규 기자]
“기업이 하자는 대로 제도를 만들어 주면 구조조정이 잘된다? 천만의 말씀.”
“기업 뜻대로 한다고 구조조정 안돼”
4년 전 여당 때도 대기업 암탉 비유
“모이 다 먹지 못하게 울타리 쳐야”
김무성 “야당, 반기업 행보” 비판
재계 “규제 안풀면 경제 전체 피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원샷법)’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지난 1일 김 위원장은 청년 일자리 72만 개 창출 등의 야당판 성장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대기업정책 비판에 몰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기업의 유보소득이 34%에 이르는데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이 새로운 투자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때문에 투자가 되지 않는다”며 “대기업 위주의 환경 변화만 가져온다고 (기업이) 투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내대표끼리 합의한 것이기에 그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원샷법 내용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했다.
원샷법은 기업의 합병과 분할, 주식의 이전·취득과 관련된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급 과잉에 직면한 철강·화학·조선 등 주력 업종의 숨통을 틔워 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9일 원샷법을 선거법 개정안과 연계시켜 처리를 무산시켰다. 그런 뒤 원샷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연일 드러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비대위에선 원샷법을 거론하며 “(대기업) 경제세력들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로 변모됐다”고 주장했다. “이 법 하나 통과된다고 경제가 살아나느냐”고도 했다.
이날 박영선 의원도 “원샷법은 권력이 재벌로 넘어갔다는 것을 증명하는 법”이라고 가세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두 사람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 원샷법이 대기업에 악용될 소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이던 2012년 언론 인터뷰에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기업 스스로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암탉’에 비유한 말도 했다. “암탉의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없지만 살이 피둥피둥 찐 암탉이 먹이를 다 쪼아 먹으면 안 된다. 암탉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울타리를 쳐야 한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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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김 위원장의 발언을 ‘반기업’이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대표는 당 최고위원·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성장 없이 분배도 없다’면서도 기업과 시장의 역할을 불신하고 경시하는 반기업적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며 “운동권 세력이라는 알맹이는 그대로 둔 채 포장지만 그럴듯하게 바꿔서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경제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 대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면 대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를 피해자로 만들게 된다”고 했다.
원샷법은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도 선거구를 정하는 선거법과 함께 처리하자던 입장에서 물러났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본회의를 4일 오후 2시에 개최할 것”이라 고 말했다.
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