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16 05:44 | 수정 : 2016.02.16 10:10
[조호진 기자의 CEO 투시경: 정준 팬택 대표]
"지금 인도, 인도네시아는 우리 기업에게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이 너무 커져서 다른 나라들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분위기입니다"
정준(53·사진) 팬택 대표 겸 경영위원회 의장은 프리미엄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 시장의 동향과 전망을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 대표는 통신장비 업체인 쏠리드를 1998년 설립해 매출 2000억원대 규모의 중견 기업으로 키웠다. 당시 외환위기 시련이 한창이었지만, 정 대표는 안정적인 KT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창업했다.

정 대표는 작년 11월 500억원을 투입해 폐업 위기의 팬택을 인수했다. 휴대폰 사업이 정체됐고,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전망도 어두운 시기였다.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인류에 선사한 애플의 아이폰 매출도 제자리 걸음이다.
정 대표는 공장 설비를 제외하고 팬택을 인수했다. 그는 "규모가 큰 기업처럼 시장에 진출할 수는 없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개발과 제조를 모두 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몇몇 기업에 불과하고, 애플만 해도 개발을 하지만, 제조를 직접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제조를 하거나, 합작회사 형태로 단말기를 생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적자상태이지만 2017년에는 이익을 내기 시작하고, 매출액을 2018년에는 1조5000억원으로 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정 대표가 눈여겨 본 시장은 인도와 인도네시아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5000만명의 대국이면서, 평균 연령이 아주 낮습니다. 앞으로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지요. 구매력도 낮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향후 초고속통신망 사업에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는 통신망 장비 사업이나, 단말기 사업 모두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농장이 될 수 있다고 정 대표는 보고 있다.
인도는 인구 12억명으로 중국에 이은 두 번째 인구 대국이다. 인도는 2025년이면 중국을 넘어 최대 인구 국가로 올라선다. 중국 본토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애플까지 고전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중국 기업도 쉽사리 인도 대륙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인도 입장에서 볼 때 값이 싸다고 중국 장비로만 채웠다가 중국이 유지보수 비용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면 난처해진다”며 “인도는 당연히 다른 국가의 장비 공급처도 찾아야 하고, 그런 점에서 한국 기업에게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얀마,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도 중국이 지나치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꺼린다"며 "전략적으로 이들 국가들이 뭉쳐서 함께 성장하자는 기조가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기회"라고 말했다.
베트남(약 9300만), 태국(약 6700만), 미얀마(약 5500만), 캄보디아(약 1500만), 라오스(약 680만) 5개국의 인구 총합이 약 2억4000만명이다. 인도, 인도네시아를 합치면 약 17억명이다. 중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시장이다. 동시에 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반일(反日) 감정이 남아 있으면서, 팽창 정책으로 영토 분쟁을 마다치 않는 중국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지역이다.

정 대표는 "600달러(약 66만원) 이상의 고가 단말기는 애플 아니면 못 팔고 삼성전자도 어렵다"며 "국내 시장을 봐도 루나나 솔 , 화웨이 스마트폰 등 중저가 단말기가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달간 출고된 휴대폰은 총 1억6100만대 규모이다. 이중 400달러 이상이 24%, 300~400달러가 6%, 200~300달러가 10%, 100~200달러가 19%, 100달러 이하가 42%를 각각 차지했다. 400달러 미만이 76%를 차지한 것이다. 중저가 시장의 확대 속에 중국 기업 화웨이는 약진했다.
정 대표는 중국 화웨이를 높이 평가했다. 정 대표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가 키운 온실 속 화초라는 세간의 평가를 일축했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의 IT 기업 중의 하나이다. 화웨이는 에릭슨과 더불어 이동통신 중계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화웨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의 성장에 8.0%의 점유율로 삼성전자, 애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정 대표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닌데 왜 유난히 화웨이가 세계 3강에 들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에도 화웨이 직원 100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여기에 이동통신장비와 IoT(사물인터넷)에서도 강점을 지녔다. IoT와 통신의 연계성을 감안하면, 화웨이의 미래는 지금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다.
정 대표는 "팬택도 IoT에 강점을 지녔지만, 가전 사업이 없어서 집 밖의 IoT에 치중하겠다"며 "예컨대, 자동차, 공장 설비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 공장의 헬멧에 IoT 장치를 심으면 근로자의 근태, 공정 진척도, 안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장비에 들어가는 IoT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 필요는 없어서 저주파이면서 배터리 소모가 적은 부품이 환영 받는다. 고주파면 정보 전달량은 많지만, 전달 정도는 떨어진다. 마치 고주파인 TV가 라디오보다 전달하는 정보가 많아서 음성과 영상을 동시에 전달하지만, 음영(陰影) 지역이 라디오보다 많은 점과 같은 이치이다.
정 대표는 "팬택은 약 36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이중 상당 부분이 IoT와 관련이 있다”며 "향후 팬택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2018년 이후 매출의 3분의 2를 IoT에서 올릴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