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30분. 부산 신선대 앞바다의 오륙도 옆으로 거대한 함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미 연합 독수리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한 존 C 스테니스함(CVN 74)이었다. 뭍에서 2~3㎞ 떨어져 있었지만 한눈에 항공모함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컸다.
예인선 4척 동원, 1시간 만에 정박
“함상 사진 촬영 OK” 자신감 표현
잠시 후 해군 고속정 2척이 앞뒤에서 안내했고, 터그보트(tugboat)로 불리는 예인선이 입항을 도왔다. 김태호 해군작전사령부 정훈공보실장은 “한국 해군에서 가장 큰 함정인 독도함(1만3000t)이 입항할 때는 예인선 2척만 나서지만 이번엔 4척이 동원됐다”며 “10만t이 넘는 항공모함은 예인선이 없을 경우 관성으로 인해 자칫 방파제나 부두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각기 1800마력의 힘을 발휘하는 예인선 4척도 힘겨워해 부두 정박까지는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윌리엄 번 주한미해군사령관(해군 준장)은 “스테니스함은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사 관계자는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7함대에 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미 배치돼 있다”며 “같은 작전구역 안에 2척의 항모가 활동하는 건 미군에서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스테니스함은 북한의 핵실험 10일 뒤인 지난 1월 15일 모항(母港)인 미 워싱턴주 브리머턴을 출발해 두 달 만에 부산에 입항했다.
스테니스함 관계자는 “우리의 적수는 미국 공군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래서 스테니스함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대한 무력시위나 다름없다. 연합사 관계자는 “독수리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은 모두 1만여 명 정도”라며 “스테니스함에만 6000여 명이 타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니스함은 승조원들의 휴식을 위해 부산기지에 머물다 다음주 훈련에 투입된다.
◆10년 전 취역=10척의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중 7번째로 건조(1995년 취역)된 스테니스함은 F/A-18(수퍼호닛) 전투기 60대를 비롯해 EA-18G(그라울러) 전자전기, E-2C(호크아이) 조기경보기 등 총 72대의 항공기와 MH-60(시호크) 헬기들을 탑재했다. 어지간한 나라의 공군력과 맞먹는 규모다. 움직일 땐 1000㎞ 이상을 탐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이지스 구축함, 토마호크 등의 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 등이 동행한다. ‘떠다니는 군사기지’라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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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21개의 철 계단을 올라 함상에 도착하자 항모 관계자는 “오늘 안내하는 곳은 사진 촬영을 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통상 군사기지는 보안을 이유로 사진 촬영을 제한한다. ‘공개되더라도 적수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2013년부터 스테니스함에 탑승해 함정 보수작업을 맡고 있는 한국계 진현승(여) 상병은 “미국 사람들도 항공모함에 대해선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항공기 이송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행갑판에 올라서자 F/A-18 전투기들이 쇠사슬로 고정돼 있었다. 모든 항공기는 날개가 위로 접혀 있었다. 항모 관계자는 “더 많이 싣기 위해 모든 항공기의 날개를 접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DA 300
스테니스함은 사출기 4대를 이용해 1분에 2대 이상의 항공기를 발진시킬 수 있다. 4대의 항공기용 엘리베이터로 수시로 아래층에 대기 중인 항공기를 갑판으로 올린다. 항모는 육지보다 짧은 활주로에서 이륙해야 하기 때문에 증기를 압축해 항공기를 순식간에 300㎞ 이상 속도를 내도록 강제로 밀어주는 사출기를 사용한다. 또 4개의 쇠줄을 갑판에 설치해 항공기에 설치된 후크(갈고리 모양의 고리)에 걸리도록 해 급정거시킨다.
◆절정에 오른 독수리 훈련=한·미 해병대는 지난 12일 포항 일대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펼쳤다. 이들은 “공격 개시” 명령이 떨어지자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와 상륙장갑차 등에 나눠 타고 AH-1W 수퍼코브라 공격헬기, AV-8B의 엄호를 받으며 상륙에 성공했다. 군 관계자는 “유사시 강한 전투력을 지닌 해병대원들이 상륙에 이어 평양을 점령하는 걸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부산=정용수 기자, 동해상=국방부 공동취재단 nkys@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