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 돌돔' '삼모작 메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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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25 03:07
[수산과학원, 세계 첫 '바이오플락' 물고기 양식… 대량생산 길 열어]
어획량 감소 속, 수산물 자급률 높일 기술
미생물이 배설물 섭취해 청소… 물고기는 미생물 먹고 자라
물갈이식보다 사료 30% 줄고 성장속도 빨라 年 2~3회 출하
24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내수면양식연구센터. 양식기술동에 들어서니 직경 3.8m, 깊이 70㎝의 대형 수조 8개에서 갈색 빛을 띤 물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수조 각각에는 뱀장어, 돌돔, 황복, 미꾸리, 틸라피아(역돔)의 치어(稚魚) 수백~수천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다. 수조에 붙은 수온계는 24도(황복)에서 30도(뱀장어)까지 각 어종이 좋아하는 온도를 나타내고 있었다.- ▲ 24일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내수면양식연구센터에서 손상규(오른쪽) 연구관이 친환경 양식 신기술인‘바이오플락’기법으로 키운 메기를 뜰채로 떠서 살펴보고 있다. 손 연구관은 세계 최초로 메기 등 담수 어류를 바이오플락 양식기술로 기르는 데 성공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미생물 활용해 양식 기술 획기적 개선
'바이오플락' 양식에선 배설물을 섭취해 불어난 미생물을 다시 물고기가 섭취하기 때문에 줘야 하는 사료량이 30% 줄어든다. 일반 양식장에서는 배설물 등으로 더러워진 물을 하루에 5~10%씩 바꿔줘야 하지만, 바이오플락 기법을 이용하면 물을 0.5~1% 정도만 바꿔주면 된다. 교환되는 물의 양이 적다 보니 물고기가 좋아하는 온도를 유지하기가 쉽다. 3년간 연구 끝에 메기 양식에 성공한 손상규(59) 연구관은 "온도를 맞춰주니 메기가 4개월 만에 14㎝나 성장했는데, 이는 일반 양식장보다 약 1.5배 빠른 속도"라며 "보통 일반 양식장은 연간 1회 물고기를 키울 수 있었지만, 바이오플락을 이용하면 연중 출하가 가능해진다"고 했다.'이모작' '삼모작'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노지 양식의 경우 1㎡당 5~10㎏에 불과한 생산량도, 바이오플락의 경우 50~100㎏으로 늘어난다.
손 연구관은 "메기를 노지 양식할 때의 생산단가가 ㎏당 4200~4300원 수준인데, 바이오플락을 이용하면 약 3000~3500원 으로 낮출 수 있다"며 "중국산 메기의 수입 단가가 ㎏당 4700원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새우에 상용화된 기술을 응용
지금까지 바이오플락은 전 세계적으로 새우 양식에 상용화된 정도였다. 새우는 필요로 하는 사료의 양과 배설물 양이 적어 바이오플락 기법을 적용하기가 비교적 쉽다. 반면 덩치가 새우의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 물고기에 바이오플락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부 부장(국장급)이었던 손 연구관은 3년 전 은퇴를 앞두고 이곳으로 내려왔다. 10여년 전 센터장을 맡았던 이곳에서 은퇴 전 마지막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바이오플락 새우를 키울 때처럼 수조 안에 에어펌프를 설치해 물을 돌렸더니, 키우던 미꾸라지 전체가 새우처럼 등이 굽어버렸다. 모터를 설치해 물을 돌렸더니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먹질 않았다. 대학 후배가 바이오플락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의 양식업을 생각해달라"며 몇 달간 설득한 끝에 수조를 들여왔다.
어종에 따라 '맞춤형 물'을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어떤 날은 사료를 너무 많이 넣어서 수중 암모니아 농도가 올라가는 바람에 물고기들이 죽고, 또 다른 날은 물고기 배설량이 적어 미생물이 굶어 죽었다. 매일 각종 수치를 기록했더니 연구 노트만 20여권 쌓였다. 죽은 물고기들을 '어(魚)골탑' 삼아 센터 벚나무 밑에 묻어줬더니 진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벚나무가 됐다. 손 연구관은 "지난달에 뱀장어만 1500마리, 약 150㎏이 죽었다"며 "내년이면 정년퇴직인데, 은퇴 전에 위령탑을 세워줄 생각"이라고 했다.
◇수산업의 미래 열어줄 양식업
'잡는 어업'이 아닌 '기르는 어업'인 양식업은 수산업의 미래로 꼽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어획량은 1980년대부터 연간 9000만t 수준에서 정체 상태다. 남획(濫獲) 때문에 어족이 고갈된 데다, 어획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980년대만 해도 전 세계에서 생산량이 연간 1000만t도 안 되던 양식 산업이 2012년 현재 약 7000만t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인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20여년 새 1.5배 증가했는데 어획량은 30% 가까이 줄었다. 태국산 새우, 노르웨이산 고등어 등 외국산 수산물이 식탁을 점령했다. 수입 대체 효과가 있으려면 국내 양식업이 발전해야 한다. 지난해 국내 양식 생산량은 166만2000t으로, 처음으로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양식 생산량 기준으로 전 세계 7위 규모지만, 여전히 해조류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등 편중이 심하다. 오운열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은 "바이오플락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 수산물 자급률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플락(Biofloc)
'미생물 덩어리'라는 뜻으로, 미생물을 활용해 물고기가 배출하는 배설물을 분해하는 기법이다. 배설물을 섭취해 불어난 미생물을 다시 물고기가 섭취하기 때문에 줘야 하는 사료량이 줄고, 교환해야 하는 양식장 물의 양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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