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가 바뀐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유인책, 혹은 광주와 전남 화순을 중국인 관광명소로 가꾸기 위한 시책의 하나로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연말까지 중국인 관광객(유커) 2만 명이 광주를 찾을 예정이지만 정율성 선생 관련 콘텐츠가 부실해 중국인들의 관광만족도가 낮을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정율성선생 기념사업은 우선순위가 뒤바뀌어져 있다. 정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은 그의 삶에 대한 평가와 기념사업에 대한 공감대 확산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공감대 없이 그가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했으며, 중국 3대 현대음악가로 꼽힐 만큼 음악적 성과가 대단했던 인물이라는 것만을 내세워 기념사업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광주와 전남의 지자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정율성선생 기념사업은 현재의 상황으로만 본다면 순전히 대외용이다. 즉, 중국인들만을 겨냥한 기념사업이라는 것이다. 정 선생은 광주출신이고 화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청년시절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투쟁을 했다. 중국공산당에 입당해 수많은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작곡했다. 중국공산혁명 성공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정율성 선생은 1950년 6·25전쟁 당시에는 중국군으로 참전했다. 6·25전쟁 휴전 후 황해도선전부장, 평양음대 학장 등을 지내며 ‘조선인민군가’ 등을 작곡해 김일성정권을 찬양했다. 정 선생이 항일투쟁을 벌였고 중국전통음악발전과 군가작곡에 있어 천재적인 성과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과 관련된 그의 공산주의 찬양경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충된다.
정 선생의 음악적 성과가 대단했다는 점을 들어 그의 공산주의 활동경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정 선생 기념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이념적 정리 없이 우리고장 출신의 뛰어난 음악가이니 기념사업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나서는 것은 사실왜곡이다.
광주시는 정율성 선생이 중국음악발전에 기여한 천재 음악가라는 사실만 강조할 것이 아니다. 기념사업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그의 친북활동문제를 있는 그대로 알리고 국민들에게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그의 공산주의 경력을 묻어둔 채 ‘묻지마 기념사업’을 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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