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조몬투자자문의 마커스 틸렌(Marcus Thielen)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영국의 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이후 글로벌 증시의 흐름에 대해 이 같이 전망했다.
- ▲ 마커스 틸렌 조몬투자자문 CIO/진상훈 기자
그는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며 “특히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한국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틸렌 CIO는 “최근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환율 효과로 일본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가지게 될 수출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위치한 헤지펀드인 조몬투자자문은 주로 환율이나 금리 등 거시경제 환경과 정책 등의 변수에 따라 통화와 인덱스, 원자재 상품 선물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매크로(macro)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독일 국적의 틸렌 CIO는 2004년부터 모건스탠리와 JP모간체이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펀드매니저와 트레이더로 경력을 쌓은 뒤 런던 소재 헤지펀드인 밀레니엄캐피탈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역임했다. 지난 2014년부터 조몬투자자문의 CIO로 일하고 있는 그는 올해 한국 오피스 설립을 앞두고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유럽인의 시각에서 브렉시트 이후의 글로벌 증시와 각 국의 통화정책 향방, 한국 증시의 유망 업종 등에 대해 전망했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급락했던 글로벌 증시가 최근 며칠간 대부분 반등했지만, 여전히 영국과 EU가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맞게 될 지 불안감이 남아 있다. 유럽인의 시각에서 볼 때 브렉시트 이후 유럽의 경제와 금융시장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하나.
“일단 브렉시트가 가진 본질적 문제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인 영국이 EU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오로지 정치적, 사회적 불만 때문이었다. 너무 많은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국민들이 ‘EU 탈퇴’에 표를 던진 것이다. 예상치 못한 결정에 영국과 유럽 모두 당황하고 있지만, 각 국 정부가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도록 신속히 대응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 헤지펀드들은 이제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많은 사람들이 영국의 경제와 금융이 큰 어려움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유로존에 속해 있지 않다. 자국 화폐인 파운드화를 사용하고 독자적인 중앙은행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경제와 금융 환경 변화에 따라 스스로 통화량을 조정하고 새로운 통화정책을 수립해 대응할 수 있다. 당초 우려했던 것과 달리 영국 경제는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브렉시트 이후 다른 유럽 국가 증시보다 영국 증시가 더 크게 반등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 ▲ 마커스 틸렌 조몬투자자문 CIO/진상훈 기자
“지난달 26일 스페인에서 총선이 열렸다. 많은 사람들이 브렉시트의 여파로 EU에 반대하는 정당이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친(親) EU 노선의 정당이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고, 반 EU 정당은 3위에 머물렀다. 브렉시트 이후 스페인에서 오히려 EU 잔류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더욱 늘어난 셈이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은 그동안 EU의 강도높은 긴축 정책에 반발해 반 EU 기류가 강했던 국가들이다. 그런데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는 EU에 계속 잔류해야 한다는 여론이 늘고 있다. 모든 게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자체 통화를 사용하고 중앙은행이 별도로 있는 영국과 달리 이들 국가는 유로화를 사용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만약 EU에서 탈퇴할 경우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감당해야 한다.
물론 다른 유럽 국가가 또다시 EU 탈퇴 결정을 내릴 경우 브렉시트 이상의 파급 효과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제2, 제3의 브렉시트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본다.”
-영국의 국민투표가 있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닛 옐런 의장은 브렉시트가 미칠 혼란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져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늦출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데.
“옐런 의장이 브렉시트 문제를 언급하긴 했지만, 유럽의 문제가 미국의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지난달 미국이 금리를 동결하기로 한 것은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이전까지 미국의 고용시장은 계속 안 좋은 상황이었다. 만약 FRB가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더라도 이는 유럽 문제 때문이 아닌, 미국의 고용과 제조업 경기 둔화 때문일 것이다. 지금 현재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화 가치의 변동을 쉽사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 ▲ 마커스 틸렌 조몬투자자문 CIO/진상훈 기자
-그렇다면 지금은 주식을 사야할 때인가? 최근 며칠간 반등으로 한국 증시는 다시 이전의 박스권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
“지금은 주식 투자를 해야할 때다. 특히 자동차와 IT, 화학 등 한국의 수출기업들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상대인 일본은 앞으로 환율 문제로 인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 직후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가 점차 안정을 찾고 있지만,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때문에 언제든 다시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엔고가 장기화 될 경우 가장 수혜를 보는 국가는 한국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진 이유 중 하나다.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은 더 이상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에 나서기 어렵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앞으로 추가로 경기부양에 나설 여력이 있다. 지금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경기부양에 나서는 국가를 주요 투자대상으로 점찍고 있는데, 한국이 이에 해당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자산시장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 된 현재의 상황에서 볼 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 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미 글로벌 투자자금의 방향성은 바뀌고 있다. 금리가 하락한다고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우량 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릴 가능성은 작다. 예로 삼성전자(1,430,000원▼ 39,000 -2.65%)를 보자. 현재 세계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 게다가 중국 저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매입했고 실제로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금리 인하 결정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두려워해 값 싼 우량기업의 주식에 대한 투자를 망설인다면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해외 헤지펀드 매니저가 주식에 대한 강력 매수를 주장하는 것이 흥미롭다. 브렉시트 외에 중국의 경기불안이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하는 투자자들도 많은데.
“지금까지 한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같은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미 자동차와 IT, 화학 등 주요 수출 업종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데 앞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미국과 유럽 등 다른 해외 지역에서의 수출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기본적으로 대다수가 가는 방향과 반대로 가야 돈을 벌 수 있는 집단이다. 지금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을 때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 물론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서고 지금 증시를 감싸고 있는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대부분 제거됐다고 판단될 경우 헤지펀드는 매도 시기를 저울질 할 것이다.”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을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조몬투자자문도 한국 증시의 개별 주식에 투자할 계획인가?
“조몬투자자문은 경제 성장률과 유동성, 인플레이션 등 세 가지 요인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탑 다운(top-down)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ETF(상장지수펀드)나 현금, 인덱스 투자를 하는 매크로 헤지펀드라 개별 주식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별 주식의 흐름을 통해 한국 증시의 전체 업종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투자에 나선다. 예로 삼성전자를 통해 한국의 IT와 반도체 업종을, 현대산업개발(38,750원▼ 700 -1.77%)주가를 보면서 건설 업종에 대한 투자 판단을 내리는 식이다. 개별 주식 투자는 하지 않지만, 전체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는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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