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애보트도 뛰어든 체외진단
서울대 교수하다가 과감히 도전
땅·집 팔고 월급 열 달 밀린 적도
여러 암 동시 진단 기술 세계서 유일
작년 180억 유치, 한·미 특허 20개

서울 연건동에 위치한 바이오인프라 연구실에서 김철우 대표가 혈액 샘플을 들어보이고 있다. 검사에 필요한 혈액양은 5㎖로 혈액으로 한번에 6대 암을 검사할 수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김 대표는 “간암, 폐암 등을 각기 다른 질병으로 생각하는 서양과 달리 여러 종류의 암을 하나의 암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동양 특유의 통합적 사고 방식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단일 암 혈액검사의 정확도는 50~60% 수준이지만 우리 검사의 정확도는 6대 암(폐암·간암·위암·대장암·유방암·전립선암)에 대해 평균 90% 정도”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서울대 의과대학 병리학 교수다. 2001년 연구원 5명과 동료 교수들 그리고 2억5000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서울대에서 경영과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란 평가를 받을 만큼 연구 외엔 다른 경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에겐 자세히 알리지 않아 가족들은 회사에 대해 ‘연구를 좀 더 전문적으로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2년이 채 되지 않아 동료 교수들은 본업으로 돌아갔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무조건 돈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학의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이해합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땅과 집을 팔아 운영 자금을 마련했다. 직원들 월급이 10개월까지 밀린 적도 있지만 한 명도 나간 사람은 없었다. 포항공대·연세대 등 다양한 학교 출신 연구원들은 기술에 대한 확신으로 회사에 계속 남았다. 상업화는 어려웠지만 논문 등 연구 실적이 좋았고, 회사 설립 후 그간 따낸 도합 60여 억원 가량의 정부 수주 과제가 연명줄이 됐다.
자금난 속에서도 연구는 계속됐다. 서울대병원에서 정보 제공에 동의한 암환자 3000명의 단백과 정상인 4200명의 단백을 비교·분석해 200여 개의 특정 단백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암 세포가 만들어 낸 단백 뿐 아니라 암 환자 만이 가진 독특한 단백의 변화도 찾아냈다. 각 단백의 기여도와 검사비를 고려해 비교할 단백 수는 19개로 추렸다. 치료와 수술이 간단해진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발병률이 높은 6대 암을 검사 대상으로 했다.

암 검사 매출도 발생하기 시작해 2014년엔 6억원, 2015년엔 1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엔 이미 지난해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 연구원 등 직원은 40명으로 늘었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새로운 형태의 단백 2종류도 발견했다. 내년 교수 정년을 맞는 김 대표는 새로운 연구와 사업 계획에 들떠 있다. “현재의 영상기기로는 암 종양세포 크기가 1㎝는 돼야 확인할 수 있어요. 혈액 내 순환하는 종양세포를 추출하는 신기술과 현재 우리 검사 기술을 결합해 암의 재발과 전이 유무를 더 빨리 찾아낼 겁니다.”
◆김철우 대표=서울대 의과대학 병리학 교수로 재직 중 암 세포의 특성을 연구하다 2001년 바이오인프라를 설립했다. 하나의 표지자로 단일 암을 찾는 기존 방식과 달리 한번 검사로 폐암·간암 등 6가지 암을 검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DA 300
글=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