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이너스 금리' 역풍에도… 더 센 처방 내놓나

입력 : 2016.02.15 03:05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금리인하 '깜짝 카드' 뒤 주가 하락·엔화 강세에 곤혹
불안심리 자극했기 때문… 시장 신뢰 회복하기 위한 추가 금리인하 등 부양책 유력
지난 12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아베 신조 총리와 긴급 회동을 가졌다.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는 2013년 '아베노믹스' 출범 이후 경제 현안이 터지면 예고 없이 만난 후 추가 부양책을 내놓곤 했다. 이번엔 지난달 29일 구로다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내놓고 난 후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21엔대에서 113엔대로 급락하고(엔화 가치 상승), 닛케이 지수가 15% 가까이 급락한 데 따른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구로다 총재는 회동 후 "환율을 포함한 국제 금융시장 동향을 제대로 주시할 것"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대응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금융시장에선 구로다 총재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 완화를 섞은 더 강한 카드를 내놓는 한편, 시장과 소통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실험'이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이미 유럽 등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대세로 굳어졌고, 엎지른 물을 주워 담는 듯한 모습을 보여 시장에 혼란을 더하기보다는 정책 효과를 강조하는 길을 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구로다 총재는 이날 "마이너스 금리는 소비나 투자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마이너스 금리 '실험'으로 시장 혼란
일본, 유럽 등지에서 최근 시행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 실험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여윳돈에 보관료를 내게 하는 정책이다. 은행들이 제로 금리에도 돈 굴릴 곳을 못 찾고 여윳돈을 중앙은행에 맡기자, 은행의 여윳돈을 대출 등으로 경제에 투입하라고 만든 고육책이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 통화 가치도 약세를 보여 수출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일본에선 마이너스 금리 발표 후 엔화가 '반짝' 약세를 보이다 오히려 강세로 돌아섰다.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던 '엔저'가 손상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2013년 4월 첫 양적 완화 발표나 2014년 10월 2차 양적 완화 발표 때도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의 '깜짝 정책'을 발표해 엔저를 강화시키면서 아베노믹스의 생명줄을 연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엔 '깜짝 정책' 발표가 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부작용을 나타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그동안 아베노믹스 추진에도 실물 경제는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회의론을 잠재우지 못했다"며 "게다가 일본에선 생소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꺼내든 바람에 시장 참가자들이 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선 마이너스 금리가 대세… 은행 수익엔 악영향
그러나 재작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써온 유럽에선 마이너스 금리가 어느 정도 경기 진작 효과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스웨덴이 12일 마이너스 금리 폭을 기존의 -0.35%에서 -0.5%로 낮추기로 한 것이 그 방증이다. 스웨덴은 2009년 마이너스 금리를 잠시 실험했다가 작년 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2014년 6월부터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매긴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폭을 더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다. 마이너스 정책 금리를 쓰고 있는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등에선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다만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권 수익엔 악영향을 미치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최근 도이체방크·미쓰비시도쿄UFJ 등 유럽·일본의 대형 은행들 주가가 급락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구로다 日銀 총재, 3월엔 더 센 카드 내밀 듯
구로다 총재로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작년 12월 초 드라기 ECB 총재도 시장 참가자들이 원하는 양적 완화 확대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가 글로벌 주가 폭락을 불러왔지만 경기 부양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시장 혼란을 잠재웠던 적이 있다. 일본은행은 더 강한 경기 부양 '바주카포'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다. JP모건은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다음 달 15일 열리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폭을 현재의 -0.1%에서 -0.5%로 더 강화하고, 양적 완화 규모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다음 달 15일 이전에라도 임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양적 완화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2000년대 초반처럼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해 엔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은 "글로벌 경제가 취약한 상황이라 마이너스 금리 같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정책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우리로선 중구난방 정책으로 혼란이 오지 않도록 전 세계적인 정책 공조를 촉구하는 동시에 시장 혼란에 대비한 비상 대응책도 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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