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19 03:00 | 수정 : 2016.08.19 07:43
[막 내리는 '김종인號']
퇴임 앞둔 더민주 김종인 대표, 本紙에 털어놓은 '한국 정치'
- 패배의식 젖은 黨에 생기 넣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黨의 안정, 새 지도부가 해치면 희망없어
강경파들, 제발 배려하며 살라
- 경제민주화 실현 후보라면 지지
다른 黨이라도 좋아, 나라가 먼저…
사드 반대 그런 말 팍팍 뱉으면 그순간은 기분 좋지만 결국 후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7일 퇴임한다. 지난 1월 27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214일 만이다. 더민주는 김 대표 주도로 변신을 시도해 총선 승리를 맛봤다. 2007년과 2012년 대선, 2008년과 2012년 총선에서 전패(全敗)했던 더민주의 승리는 2004년 총선 이후 12년 만이었다. 대표직을 떠나는 김 대표는 더민주와 여야(與野) 정치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더민주 구성원들은 김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함께 들어봤다.
김종인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본지와 만나 1월 비대위 대표 취임부터 7개월간의 소회와 여야의 현 상황, 그리고 내년 대선 전망을 이야기했다. 김 대표는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며 "그러나 당의 껍데기는 안정돼 보이지만 내용적으로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강경파 새 지도부가 들어서 내가 만들어 놓은 당의 안정을 조금이라도 해치면 당의 희망은 없어진다"고 했다. 내년 대선과 관련해선 "경제 민주화와 동북아 국제 정세를 제대로 알고 헤쳐 나갈 능력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여야에는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서는 "더민주로의 정권 교체가 최선이지만 경제 민주화 등 자격을 갖춘 후보가 야당에 없다면 다른 당 후보라도 지지할 수 있다"며 "당보다는 나라가 먼저 아니냐"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혈혈단신으로 야당에 와서 7개월을 보냈다.
"혼자 야당에 와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총선 공천을 했고, 그 결과 1당이 됐다. 표를 얻는 방법도 모르고, 자기만족에 빠져 있고, 패배 의식에 젖어 있던 정당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그것이 보람이고 성과다. 그런데 총선 이후 내가 경제 대안(代案)을 제시하기 위해 비상경제대책위를 만들고 인적 구성까지 끝냈는데, 이를 두고 '당 대표 더 하려고 저런다'고 이러쿵저러쿵하기에 당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어져 버렸다."
―그동안 한계나 벽은 없었나.
"외부적으로는 당이 안정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적어도 옛날처럼 시끄러운 소리는 안 나니까. 그러나 최근 강령의 '노동자' 문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등을 보면 새 당 대표가 선출된 뒤 현재 만들어진 안정을 해칠까 우려된다. 그러면 당은 희망이 없어진다. 특정 계파에 힘이 몰리는 현상도 걱정된다."
―친노, 친문 계파를 의미하나.
"(즉답 대신) 다수파는 당의 안정을 위해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현재 그런 기미가 안 보인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가게 되면 당이 불안정해진다."
―경제 민주화를 할 수 있는 후보라면 여야(與野)를 가리지 않고 돕겠다는 생각이라고 들었는데.
"경제 민주화를 선거에 적당히 이용할 수 있겠지만 나를 속일 수는 없다. 물론 내가 한 번은 속았지만(웃음). 경제 민주화에 대해 이해를 하고 신념까지 갖춘 후보가 있는지 지금 보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DNA는 경제 민주화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돼 있다."

―그럼 야권에서는 누가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보나.
"안 보인다."
김 대표는 사석에서는 미국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민주당 소속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을 언급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제대로 할 사람이라면 다른 당 후보라도 돕겠다. 나라가 먼저이지 당이 먼저일 수는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으로 정권 교체를 원하지만 그런 인물이 당에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이날 경제 민주화 관련한 공개 강연에서 "지금 같은 양극화 사태가 지속되면 선동가가 출연하거나 사회가 붕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경제 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 민주화 외에 차기 대선 후보의 다른 조건은 뭔가.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위치 정립을 하고 남북 문제를 풀어갈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 후보가 여야에서 보이나.
"안 보인다."
김 대표는 일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선 "내년에 대통령이 될 사람은 (연령이) 아주 아래로 탁 내려와 50대가 되거나, 대단히 성숙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에 대해 다시 물어봤더니, 김 대표는 "그렇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일부에서 나오는 김 대표 본인의 '대선 도전론'에 대해선 "나를 그런 데 끼워 넣으려 하지 마라"며 "나는 다음 대통령의 기준에 대해 객관적으로만 이야기할 뿐"이라고 답했다.
―비대위 대표 취임 때 '운동권 체질'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소위 '강경파'들에게 지금도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아무리 정치가 각박해도 상대방에 대해 배려하고 기다릴 줄 아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말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생각하면서 말해야 한다."
―사드 반대 당론 요구가 당내에 많아지고 있다.
"사드 반대 당론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울 자신 있나. 그래서 집권하면 한·미 관계 생각해 뒤집을 수 있나. 그런 모든 것을 생각해야 한다.
김 대표는 퇴임을 앞두고 자신에 대한 당내 강경파들의 비판이 커지는 것에 대해 주변에 "강경파들이 나를 소외시킨다고 내가 소외당할 사람이냐"면서 "나는 내 나름대로 소신을 피력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인물 정보]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