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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들 "자소서 먼저 보고 학생부 본다"

화이트보스 2016. 9. 23. 11:39



입학사정관들 "자소서 먼저 보고 학생부 본다"

입력 : 2016.09.23 03:00

[大入 틀 바꾸는 '학종시대'] [中] '수험생 최대 고민' 자소서

"자소서, 학생부에 없는 내용 화려하게 쓰다간 자살골"
자기소개서 사교육 시장 급팽창… 10시간에 225만원 받는 곳도

- 어떻게 평가하나
학생들 글솜씨 보는 게 아니라 구체적 내용·역량·잠재력 평가

- 어떻게 써야하나
학습 경험 단순 나열하기보단 자신의 노력과 느낀 점 써야

- 자소서·학생부 '내용 연관' 중요
전혀 다른 내용땐 진실성 의심

수능 점수가 아닌, 학생부를 보고 뽑는 '학생부 종합 전형'(학종)이 대학 입시의 대세가 되면서, 학생들이 가장 부담을 갖는 부분이 '자기소개서'다. 수험생과 고교생 233만 명이 가입된 인터넷 사이트 '수만휘'에는 21일 하루에만 자소서에 대한 질문이 600여 개 올라왔다. '자소서 쓰기가 너무 어려워서 죽을 것 같다' '자소서 쓰느라 밤을 새웠다'고 고통을 호소하거나, '이런 내용을 써도 되는지 한번 봐달라'는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수험생들의 불안감 속에서 '자기소개서 사교육'이 판치고 있다. 교육부에 등록된 입시 컨설팅 업체는 지난해 1월 67곳에서 올해 8월 137곳으로 1년 7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이 가운데 절반(72곳)이 서울 지역에 있다. 서울 강남에 있는 A입시컨설팅 업체는 자기소개서를 봐주고 최대 225만원(600분 과정)을 받는다. 최근 교육부는 무등록 입시컨설팅 업체 19곳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서울 주요 12개 대학의 입학처장과 입학사정관들에게 학종 자소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자소서는 왜 중요한지, 학종 입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등이다.

고 3 수험생이 한 입시 업체에서 대학에 제출할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를 컨설팅받고 있다.
고 3 수험생이 한 입시 업체에서 대학에 제출할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를 컨설팅받고 있다.

대다수 대학은 "먼저 자기소개서를 본 다음에 학생부를 본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남궁곤 입학처장은 "20페이지씩 되는 학생부에는 객관적인 사실들이 쭉 나열되어 있어 (사정관들이) 어떤 내용을 더 꼼꼼히 봐야 할지 처음에 알기 힘들다"며 "자소서는 학생이 대학에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달라'고 쓰는 글이기 때문에, 먼저 자소서를 읽고 자소서 내용을 학생부에서 더 꼼꼼하게 본다"고 말했다. 중앙대 백광진 입학처장도 "자소서를 먼저 본다. 자소서에 강조된 부분을 학생부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소서에 '만화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썼다면, 학생부에서 '미술 동아리 활동을 했는지' '미술 성적이 우수한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사정관들 입장에서 자소서는 학생부를 읽어내는 '사용설명서'나 '가이드라인'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입학처장들은 "자기소개서에서는 학생부 내용을 일일이 나열하지 말고, 자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가장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써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험생 입장에서 학생부 내용 가운데 어떤 부분을 자소서에 집중적으로 써야 좋을까. 서강대 임경수 입학처장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어떤 활동을 써야 하느냐'는 것인데, 이런 질문 자체가 '학종에선 화려한 스펙이 중요하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자신이 가장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쓰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첨삭 예시 그래픽

건국대 최재헌 입학처장은 "자소서는 강점을 부각시키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약점을 소명할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학생부에 특정 과목 성적이 지나치게 낮게 나왔다면, 자소서에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소명해야 사정관들이 사정을 감안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안현기 입학본부장은 "학생부에 드러난 장단점을 자소서에서 보충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섬 지역 학교에 재학 중이라 다양한 교과과정이 개설되어 있지 않아 참여를 못 한 학생이라면 자신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 자소서에 잘 설명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쓰라는 것이다.

많은 학생의 관심은 학생부가 중요한지, 아니면 자소서가 더 중요한지다. 한국외대 나민구 입학처장은 "학생부는 팩트 위주인 '뼈대', 자소서는 그 팩트에 '살'을 붙였다고 보면 된다"며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안성진 입학처장은 "학생들이 '학종'을 '자기소개서' 전형으로 생각해 자소서만 잘 쓰면 유리한 전형이라고 하는데 이는 명백한 오해"라며 "입학사정관들은 학생의 글솜씨를 보는 게 아니라, 활동의 구체적 내용, 역량, 잠재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단, 자소서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학생부에 없는 내용을 자소서에 넣으면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입학처장들은 조언했다. 자소서와 학생부 간 '내용 연관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연세대 김응빈 입학처장은 "자소서는 '내가 3년간 무엇을 어떻게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3년간 학생부 기록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이 자소서에 툭 튀어나오면 진실성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주요 평가 자료 중 하나로, 고교 생활 중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해 학생 스스로 기술하는 것이다. 대학별 공통 문항은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1000자 이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 3개 이내(1500자)' '배려·나눔·협력·갈등 관리를 실천한 사례(1000자)' 등 3가지다. 대학별로 자율 문항을 1가지 추가할 수 있다.

[키워드 정보] 입학사정관이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