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言)이다. 정치인의 말은 천금같이 무거워야 한다. 그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요즘 여론조사를 하면 국민의 60%가 정권 교체를 해달라고 한다. 우리가 (대선에서) 지면 어떻게 되겠나. 다 같이 한강에 빠져야지, 낯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말하자 문재인 전 대표가 “못 이기면 아마 제가 제일 먼저 빠져야 할지 모른다”고 맞장구를 쳤다. 명색이 제1야당 전·현직 대표의 발언이 너무 가볍고도 오만하다.
두 사람의 ‘한강 투신’ 운운은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각오의 표현일 것이다. 그럼에도 야권 유력 주자가 입에 올릴 말은 아니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교수가 500명이 넘는 매머드 싱크탱크 ‘국민성장’을 발족해 ‘문재인 대세론’을 밀어붙이고 나니 대선 승리가 ‘떼어놓은 당상’으로 보이는가. 지난달 26일 보도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대선에서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응답이 53.1%였다. 하지만 더민주당이나 문 전 대표가 잘해서 정권 교체 목소리가 커진 게 아니라는 것쯤은 문 전 대표 자신이 너무나 잘 알 것이다. 더민주당에서도 비문(비문재인) 의원 10여 명이 문재인 대세론만으론 정권 교체가 어렵다며 대안 모색에 나설 정도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한강에 빠져’ 운운은 지키지도 못할 것”이라며 “정치인은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4·13총선 전에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치에서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총선 결과 광주 8곳에서 전패(全敗)하고 호남 전체 28개 지역구 중 3곳만 건졌음에도 문 전 대표는 은퇴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기세 좋게 대선 세몰이 중이다.
더민주당이 진정 대선에서 이기고 싶다면 수권 능력부터 보여야 한다. 북핵·미사일이 초래한 미증유(未曾有)의 안보위기에 문 전 대표는 북한에 쌀 지원을 해야 한다며 국제적 대북제재의 김을 빼더니 9일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잠정 중단’을 주장해 현 정부 내 사드 배치 무력화 의도를 드러냈다. 대선 싱크탱크 창립 준비 심포지엄에서 ‘경제 교체’를 주장했지만 문 전 대표가 대표 시절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에 번번이 발목을 잡아 경제위기를 심화시킨 책임도 크다. 무엇보다 대선에 진다면 승복해야지, 한강에 빠진다는 둥 죽기 살기 식으로 달려드니 선거 불복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