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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의 靈魂合一法

화이트보스 2016. 10. 31. 16:05



최태민의 靈魂合一法

입력 : 2016.10.31 03:15

조용헌
조용헌

최태민씨의 주특기는 '영혼합일법'이었다고 한다. 이걸로 한국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완벽하게 접수하였으니, '최태민교(敎)'는 지난 4년간 한국을 통치한 셈이다. 도대체 영혼합일법이 어떤 것이길래 이처럼 위력을 발휘한 것일까?

이것은 무속 신앙에서 행해지는 '상계점(上繼占)'의 일종이라고 생각된다. 무당이나 점쟁이도 각기 주특기가 다르다. 병을 잘 고치는 무당, 미래를 잘 알아맞히는 무당, 말을 잘해서 사람을 감복시키는 무당이 있다. 그중에서 죽은 사람의 혼을 잘 불러내는 주특기를 가진 무당(점쟁이)이 있다. 망자의 혼이 그 무당에 실리는 것이다. 살아 있는 무당을 통해서 죽은 사람이 가족이나 친지에게 메시지를 전해준다. '상계점'이라는 의미는 위(上) 세계의 이야기를 아래 세계에 중계(中繼)방송해준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저승의 이야기를 이승으로 중계해 주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중계방송 무당을 영매(靈媒)라고 부른다. 원래 '무(巫)'자라는 글자 자체가 하늘(一)과 땅(一)을 가운데서 연결해(I) 주는 사람(人)이라는 의미다.

무녀가 작두를 타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상계점은 갑자기 사고로 가족이 죽으면 위력을 발휘한다. 몇 년간 병을 앓다가 가족이 죽으면 생전에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남기고 간다. 그러나 갑자기 사고로 죽어버리면 하고 싶었던 말을 못하고 가니까, 남겨진 가족은 망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듣고 싶은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상계점을 치면 망자가 살아생전 지녔던 특별한 버릇, 목소리를 점쟁이가 흉내 낸다. 점을 치러 간 사람은 망자의 특유한 목소리가 재현되어 나오면 기겁을 한다. 가족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벽장 위에 있는 왼쪽 서랍에 금팔찌가 있으니 그것은 막내딸 줘라!' '작은아버지에게 내가 신세를 많이 졌으니 너희들이 잘해라' '땅 소송 문제는 내가 풀어주겠다' '셋째는 이혼하지 마라. 부인이 심성이 곱다' 등등의 내용이다. 보통 서민들 상계점은 1~2회로 끝난다. 그런데 최태민교의 영혼합일법은 40년을 계속 이어왔고, 그 점사(占辭)의 대상이 일반 서민이 아니라 혼자 사는 한 나라의 여성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고 기이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