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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① "안보가 경제보다 더 중요...워싱턴에 투자해야"

화이트보스 2016. 11. 29. 17:05


최중경① "안보가 경제보다 더 중요...워싱턴에 투자해야"

  • 대담=정재형 증권부장 
  • 유윤정 기자
  • 입력 : 2016.11.29 12:11 | 수정 : 2016.11.29 15:20

    ‘세계에 암흑의 시대가 닥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전세계를 충격과 두려움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이렇게 썼다. 

    ‘세계의 중심’ 워싱턴이 격변하고 있는 이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바로 트럼프를 만나 화제를 모았다. 그의 손엔 골프채가 들려있었다. 골프애호가인 트럼프 당선자에게 준 선물이다. 트럼프도 아베 총리에게 셔츠 등 골프용품을 건넸다. 

    미국 보수층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3년간 방문연구원으로 머물다가 지난해 귀국한 최중경 회장은 “우리나라에도 헤리티지와 같은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 이태경 기자
     미국 보수층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3년간 방문연구원으로 머물다가 지난해 귀국한 최중경 회장은 “우리나라에도 헤리티지와 같은 싱크탱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 이태경 기자
    트럼프 정부는 방위비 분담 증액, 자유무역합정(FTA) 재협상 문제 등으로 우리와 갈등을 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정치권 인맥이 전무한 데다 재계도 과거 대우그룹 이외에 별 인연이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과 어떤 식으로든 소통채널을 확보하고 기민한 정세 대응을 해야 하는 이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사진)의 저서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가 주목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식경제부(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서 물러난 이듬해인 2012년부터 3년간 미국 공화당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일했다.

    그는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참여한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과의 인연으로 2012년 워싱턴으로 떠났다. 퓰너는 헤리티지재단의 창립자다. 

    최 회장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외환위기 가능성이 상시 노출돼 있기 때문에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그런데 우리 외교당국이 제대로 대응을 못해 든든한 우군이 되어야 할 미국의 최근 행보가 이상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 의회, 싱크탱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의 워싱턴 로비는 인도나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한참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최 회장은 “워싱턴을 방문하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민주당 정권이라고 해서 공화당 관련 인사나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정부는 장기적이고 큰 그림에 접근하고 민간기업들이 재원을 출연, 관리하는 방식으로 워싱턴 싱크탱크와 교류를 넓히고 한국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싱크탱크는 연구기관이라기보다 미국 권력의 한 축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며 “워싱턴에서 활동중인 많은 싱크탱크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는 실제로 정책이 되어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정치, 외교, 군사,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금이라도 워싱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최 회장은 “지금이라도 워싱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 이태경 기자
    ◆ “생존을 위해서는 안보가 경제보다 중요...경제를 위해서도 미국과 가까워져야”

    -우리나라 외교가 상당히 잘못됐다고 보는 이유는.

    “국내 정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외교의 한계 때문이다. 한국은 결코 강대국이 아니고 영향력이 있는 중견국가도 아니다. 선진국의 눈에는 ‘벼락부자가 된 촌놈’ 정도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공고한 동맹을 형성했던 한미관계가 최근 들어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한국 때리기 등이 대표적 예다. 

    한미 관계는 박근혜 정부 출발 시점부터 문제를 잉태하기 시작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과 각을 세우던 노무현 정부의 외교국방 고위 인사를 해당 분야 최고위직에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노무현 정부 시절 김장수 국방부 장관과 윤병세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뜻함) 그 이후에도 미국을 긴장시키는 박 정부의 파격행보는 계속됐다.” 

    -워싱턴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떠한가.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우리와 첨예한 이해관계에 있는 일본에 비해 미흡하기 그지없다. 싱크탱크 쪽을 보아도 일본 영향력은 지대하다. 일본은 많은 민간재단을 통해 싱크탱크에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싱크탱크에서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을 초청해 일본의 문화와 전통, 역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인적 자원 네트워크도 전략적으로 구사한다. 

    일본의 사사카와 평화재단이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 출신인 데니스 블레어 제독을 재단 이사장으로 끌어온 사례를 보면, 우리 한미경제연구소나 코리아소사이어티와는 규모와 차원이 다르다. 우리는 한화의 헤리티지 재단에 대한 연구자금 지원, SK의 브루킹스 연구소 내 한국 데스크 설치, 현대자동차의 윌슨 센터 지원 사례가 고작이다. 일본은 고위직 인력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연구원에게까지 관심을 아끼지 않기 때문에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고 한국에 관심있던 연구원들도 시간이 지나면 한국에 대한 관심을 잃고 일본에 호의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우리나라 관료들과 미국 관료간 소통이 부족하다.

    “한국 관료가 미국 관료와 만나 대화하는 빈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낮다.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일본 재무장 문제 등에 있어 미국에 한국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한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워싱턴의 싱크탱크에 적절한 수준의 관심을 쏟지 않은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 힘이 과거와 같지는 않아도 미국은 여전히 세계를 이끌고 있다.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갖고 있고 한반도에서 군사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기축통화국으로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질 경우 즉시 불을 끌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워싱턴에 너무 노력하지 않는다. 돈도 시간도 투자하지 않는다.”

    -그럼 우리는 워싱턴을 상대로 어떤 외교정책을 펴야 하나.

    “한국은 강대국이 아니다. 강대국의 친구도 아니다. 강대국의 정책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강대국의 정책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우리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워싱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워싱턴 속의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갖고 워싱턴의 현실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신속히 보완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논란이 많았는데.

    “사드 배치 문제는 ‘협상 불가능한 군사 보안 이슈’인데 ‘협상 가능한 공개적 외교 이슈'로 잘못 정의한 데서 모든 혼란이 야기된 것이다. 사드는 전략자산이고 핵무기에 대한 비대칭 전략을 보완하는 수단이다. 때문에 비밀협정에 따라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라는 주장을 하지만 전혀 도움이 안되는 주장이다. 안보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고 경제는 ‘좀 덜 먹느냐 많이 먹느냐’의 문제다. 안보가 훨씬 중요하다. 미국과 훨씬 가까워져야 한다. 비밀협정인 사드를 공개하지 않았다면 중국 당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했을 이유도 없다. 자업자득이다. 박근혜 정부의 안보라인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친미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는 것인가.

    “그렇다. 안보가 훨씬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오락가락 했다. 노무현 정부 때 등거리 외교 등 아마추어적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확실히 미국 편에 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칙은 분명히 지키면서 말이다. 미국과 멀어지는 순간에 다들 한국을 우습게 본다.”

    -책에서 안보전문가 양성 시스템이 제대로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와 같은 이슈가 있을때 매끄러운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외교 전문가와 군사 전문가는 있어도 안보 전문가는 없다는 방증이다. 안보를 전문 영역으로 하는 싱크탱크의 설립을 서둘러 안보 전문가를 양성해 내야 한다. 현재 외교부 산하에 외교안보연구원이 있는 것은 ‘수단인 외교’가 ‘목표인 안보’를 거느리는 이상한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안보의 수단이 국방과 외교다.”

    ◆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카드 먼저 꺼내야”

    지난 22일 미국을 방문 중인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의 발언이 큰 논란이 됐다. 워싱턴에서 열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국제희의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와중에 그가 "차기 미국 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 ‘자해성 발언’이라며 "협상도 안 해보고 미국에 굴복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분담금 증액을 압박해 올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정교한 협상 논리 개발이 시급한 상황에서 장 청장의 발언이 우리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협상력을 깎아먹는 자해 행위라는 것이다. 

    한·미 간의 새로운 주한 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2018년초 시작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차라리 먼저 우리가 방위비분담금 인상카드를 먼저 내밀어야 한다”며 “대신 첨단무기 구매, 기술 이전 등 우리가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협상력이 더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정규군 병력이 일본 자위대보다 수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나.

    “지난해 GFP(Global Fire Power)가 발표한 군사력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7위에 올라 있다. 우리와 긴장관계에 있는 일본은 우리보다 두단계 아래인 9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우리의 군사력이 과연 일본보다 우월한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정규군은 62만명, 일본 자위대는 24만명이지만 장교와 부사관 수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군의 장교와 부사관 수는 16만명인 반면, 자위대는 24만명 병력 전원이 장교와 부사관이다. 게다가 전쟁 발발시 자위대는 병력이 확대 개편될 여력이 커 질적인 면에서 한국군보다 열세라고 하기 어렵다.

    현대전은 병력보다 장비의 첨단화가 중요한데, 일본 자위대는 정보 수집 장비에서 우리보다 월등하고, 경항공모함까지 운용하는 한편 공군 전투기 성능면에서도 앞서 있다. 지상전보다는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과 정보 수집 능력 등 첨단장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데 한국군은 여전히 보병 위주의 낡은 군대 편제를 유지하고 있다.”

    -책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에 대해 비판했는데.

    “전작권을 환수한다고 해서 어떤 실익이 있나. 상식적으로 ‘우리나라는 우리가 지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아이같은 발상이다. 첨단기술 같은 것도 없으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신기술이 미국에 집결돼 있는 상황에서 현명한 처신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조금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면.

    “전투기에 쓰는 특수오일 같은 것은 미국이 통제하고 있다. 2주씩만 분량을 주고 있는데 이게 없으면 전투기를 띄울 수 없다.”

    -일본 재무장이 상징하는 동북아 세력 재편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처신을 해야 하나.

    “지난 3년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 국가라는 오명을 벗고 미국의 당당한 군사파트너로 부상한 격동의 기간이었다. 일본의 재무장은 한미일간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논의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이는 한국 스스로 참여하기를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수도 있다. 일본과 위안부 문제 등으로 대립하며 대화 채널이 끊어졌고 중국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 미국과도 관계가 서먹서먹해졌다. 우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미국과 일본은 일사천리로 일본군 재무장을 밀어붙였다.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고 점검했어야 했던 수많은 일들을 우리는 하나도 하지 못한채 일본의 입지만 강화됐다.”

    -미국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련해 핵심기술 이전에 소극적인것 같은데.

    “한국이 중국에 다가가는 모습에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일 수 있다. 한국군의 주요 무기 체계가 모두 미국산인데 공중 급유기만 굳이 유럽의 에어버스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이유를 미국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미국을 자극해서 우리의 국방력에 보탬이 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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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29 15:32:59신고 | 삭제

    상당한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지금 중국이나 미국이 우리나라를 대하는 행태를 보면 외교전략에 있어서는 어정쩡한 것이 가장 좋지 않다. 박근혜정권은 초기에는 뭐 좀 잘하나 싶었는데 중반 이후로는 외국에 열심히 다녔어도 성과가 별로 없었다. 혈맹 미국과는 관계개선이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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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29 15:47:10신고 | 삭제

    국가 안보가 경제보다 중요한 것이 맞습니다. 국가가 존재하여야 경제가 있을 수있으니까요. 그런데 대한민국은 남북이 대치해있고 북한 김정은이가 적화통일 노선을 바꾸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지원하고 아부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탄탄한 안보위에 경제가 성장발전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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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29 15:32:59신고 | 삭제

    상당한 공감이 가는 주장이다. 지금 중국이나 미국이 우리나라를 대하는 행태를 보면 외교전략에 있어서는 어정쩡한 것이 가장 좋지 않다. 박근혜정권은 초기에는 뭐 좀 잘하나 싶었는데 중반 이후로는 외국에 열심히 다녔어도 성과가 별로 없었다. 혈맹 미국과는 관계개선이 절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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