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세상’ 앞서가는 문재인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공정과 신뢰, 리더십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 기간 대선주자로서도 18만4174건이 거론돼 대선후보의 위상이 확고했다. 문 전 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양자 대결은 물론이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까지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서도 선두로 치고 나간 건 대선 시대정신에 비교적 잘 부합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문 전 대표의 공고한 위상은 다른 대선후보들의 연관어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나온 온라인 글 중에서 이 시장과 함께 가장 많이 언급된 정치인은 문 전 대표였다. 안 전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 반 전 총장도 마찬가지였다. 개혁보수신당(가칭) 유승민 의원만이 같은 당 김무성 의원과 함께 언급된 비율이 더 높았다. 하지만 유 의원의 연관 정치인 2위는 역시 문 전 대표였다.
문제는 문 전 대표가 여전히 안보관 불안과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그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친노(친노무현)와 종북(從北)이었다. ‘송민순 회고록 파문’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젠틀’ 등 긍정 키워드가 급상승하기도 해 이미지 변신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촛불 정국 이후 엇갈린 이재명과 안철수
이 시장과 관련한 연관어는 최순실 게이트 전후가 확연히 다르다. 게이트 전에는 종북이 1위였지만 게이트 이후엔 ‘사이다’가 가장 빈번히 언급됐다. 거침없는 직설 화법으로 촛불시위 정국에서 답답한 국민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줬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이 시장이 소통과 공정, 개혁 등 여러 분야에서 다른 후보에게 밀리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시장은 최순실 게이트 전에는 주로 청년배당과 같은 정책 이슈와 관련한 언급이 많았다. 하지만 게이트 이후 대선주자로 인식되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시위 등 정치 이슈의 한복판에 섰다. 다만 대선주자로 부각된 이후 ‘형제’ ‘형수’ ‘욕설’ 등의 키워드가 부상하는 등 도덕성 시비도 불거지고 있다. 한동안 지지율이 수직상승을 하다가 최근 정체 상태에 빠진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탄핵 국면에서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적극 나섰지만 SNS에서의 호응은 높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 대선주자로서 5만495건이 언급됐지만 게이트 이후 3만2506건으로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 연관어 순위에서도 ‘공감’이나 ‘공정’ 등 긍정적 단어보다 ‘궁물’(국민의당을 비하하는 표현)이나 ‘무능’과 같은 부정적 단어가 많았다. 동아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7%로 하위권을 맴돈 안 전 대표로선 반전의 돌파구가 절실한 셈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반 전 총장과 관련한 키워드의 1위는 보수, 2위는 비박(비박근혜)이었다. 이 밖에도 ‘기름장어’ ‘무능’ ‘냉혈인’과 같은 부정적 단어가 적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정치 대통합, 경제-사회 대타협’을 화두로 제시했지만 온라인 공간에선 반 전 총장을 보수 내지 비박 진영 후보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반 전 총장의 확장성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 전 총장은 리더십 분야에서 최순실 게이트 이전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에 이어 세 번째로 언급 빈도가 높았다. 10년간 유엔의 수장으로 일한 경험을 국내 정치에 어떻게 접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