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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기소 분리, 인권 보호 위한 원칙이다

화이트보스 2017. 2. 20. 16:00


수사와 기소 분리, 인권 보호 위한 원칙이다

  •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

입력 : 2017.02.20 03:10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
이성기 성신여대 법대 교수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검찰 개혁이 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그 해결 방안으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원칙(principle)과 정책(policy)의 문제를 혼동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은 저서 '원칙의 문제(A Matter of Principle)'에서 '정책'은 전체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공리주의 원리에 입각하지만 '원칙'은 개인의 권리에 기반을 둔 것이기에 더욱 세심한 공동체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검사 출신으로 1954년 제정 형사소송법에 깊이 관여한 엄상섭 전 국회의원은 "미국에서 왜 수사는 경찰관, 기소는 검사, 이렇게 나눴느냐 하면 권력이 한군데에 집중되면 남용되기 쉬우므로 권력은 분산되어야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시키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수사 주체가 기소 여부까지 판단할 경우 수사의 객관성과 기소의 공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인지심리학의 다양한 연구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수사 검사는 터널비전(Tunnel vision)으로 인해 유죄 입증에 집착하고, 수사 과정에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을 가진 검사는 객관적인 기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우리는 그동안 검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히 많은 자살과 정치 및 뇌물사건에서의 높은 무죄율을 통해 그 부작용을 경험한 바 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이미 60여 년 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확인된 우리 사회의 원칙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형사소송법 제정자들이 원칙을 보류하고 정책적으로 결정한 검찰의 수사·기소독점권은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까지 더해져 오늘날 검찰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낳았다.

60여 년이 흐른 지금 수사와 기소 분리의 담론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형성되는 것은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잠시 보류했던 원칙으로 되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공수처 설치 등 수사기관의 다양화를 통해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시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우리 시대의 원칙이다. 지금 시민은 바로 그 원칙이 확립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19/201702190173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