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중국 명산,명소,문화를 찾아서

중국의 케이블카 관광

화이트보스 2017. 2. 21. 11:13


중국의 케이블카 관광

입력 : 2017.02.21 03:05

이혜운 산업1부 기자
이혜운 산업1부 기자
겨울 휴가로 가족과 함께 중국 5악(岳) 중 으뜸이라는 화산(華山)에 다녀왔다. 특히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서봉은 높이만 2086m이고 어지간해선 올라갈 엄두도 못 낼 만큼 산세도 험하다.

그러나 다섯 식구가 서봉 정상까지 오르는 데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1시간 차로 올라간 후, 40분 미니버스를 타고 가면, 거기서부터 정상까지는 40분 동안 케이블카를 탄다. 화산 케이블카는 높은 산봉우리 두 개를 오르고 내려가는데, 케이블카 안에서 감상하는 절경과 느낄 수 있는 스릴은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상품이었다.

서봉 케이블카의 가격은 싸지 않다. 편도 한 번에 140위안(약 2만4300원)으로 여행사를 통하면 60달러(약 7만원) 가까이 한다. 미 서부 팜스프링스의 명물인 360도 회전 케이블카 가격이 왕복 25.95달러인데 화산 케이블카는 그 두 배 넘게 받는다. 한 번 타보니 돈이 아깝지 않았다. 봄·가을 성수기 때에는 적어도 4시간을 기다려야 탈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케이블카를 타기 싫다면 걸어서 올라가도 된다. 정상까지 걸을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을 뿐 아니라, 정상에는 산악 호텔도 있다.

중국의 또 다른 관광지 장가계, 구체구도 모두 케이블카로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 장가계를 다녀온 이미정(58)씨는 "시내에서부터 민간 건물을 지나 천문산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인간이 사는 세상을 떠나 천계(天界)로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제 중국 절경 관광은 케이블카를 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장가계의 명소 중 하나인 천문산(天門山). 해발 약 1500m의 산 정상부에 하늘로 통하는 문처럼 보이는 큰 구멍이 뚫려 있어 천문산이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조선일보 DB
한국은 어떤가. 설악산·지리산 등은 외국 명산 못지않은 절경이지만,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지 않아 어지간한 체력과 의지 없이는 정상 도전이 버겁다. 하이킹을 한다고 해도 해가 지기 전에 내려와야 한다. 정상에 산악 호텔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산이 많아 산악 관광이 활성화된 스위스는 열차를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많은 외국인이 산이 많은 한국에 관광 왔다가 정작 산을 즐길 서비스가 부족해 아쉬워한다.

이런 아쉬움 때문인지 현 정부 들어 강조한 규제 완화 조치 중 관광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이 케이블카 설치와 산악호텔 설립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사업이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화재위원회는 작년 12월 28일 환경 보전 등의 이유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안을 부결시켰다. 경상남도의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역시 공익성, 환경성 등의 문제로 1년 가까이 신청서가 반려되고 있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스위스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산악호텔 사업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환경오염 여부는 이 시설들의 설치와 시행 자체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중국 명산들이 케이블카로 전 세계 관광객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요즘, 우리의 멋진 산들을 외국인 관광객에게 마음껏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2/20/20170220028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