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교수 사노비’ 전락한 그들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월 55만원
46%가 언어·성적 폭력 시달려도
65%는 불이익 우려 그냥 넘어가
국회, 업무범위·근로시간 명시 추진

자료: 노웅래 국회의원, 교육부
교수 구두 굽 갈고 자녀 숙제까지 시켜
서울의 한 사립대 대학원 조교였던 C씨는 교수들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비서처럼 끌려다녔다고 했다. 그는 “지방 출장을 가면 며칠씩 교수 수발을 들어야 한다”며 “어떤 교수는 구두 굽갈이나 자녀 숙제 대행까지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원 조교였던 D씨도 “오후 6시에 퇴근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휴일수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교수가 시킨 일 때문에 일요일도 거의 근무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수에게 문제 제기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불합리하게 격무와 잡무에 시달리면서도 조교들이 받는 보수는 형편없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대학원생 조교들의 보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22개 대학에서 연구조교가 받는 월 보수는 평균 55만원 수준(과 사무실 근무 행정조교 제외)이었다. 100만원이 넘는 제주대(155만원)와 부산대(135만원)를 제외하면 평균은 46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김선우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조교의 수입은 대부분 최저임금인 시급 6470원, 월급 135만원(주 40시간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말했다.

자료: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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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국회와 교육부가 이른바 ‘조교계약서’ 도입에 나서기로 했다. 노웅래 의원은 15일 “대학원생이 학과 또는 지도교수의 조교로 근무할 때 정식 계약서를 체결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이진석 학술장학지원관도 “대학 실태조사를 4월까지 마무리하고 대학원생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교계약서만으로 대학원생에 대한 교수들의 갑질 횡포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무나 보수 문제뿐 아니라 폭언과 성희롱 등 다른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조사(2014년)에 따르면 대학원생의 45.5%가 교수로부터 언어·성적 폭력, 사적 노동 등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 그러나 이중 65.3%는 참고 넘어갔다. ‘향후 불이익이 두렵거나’(48.9%) ‘해결 안 될 것 같다’(43.8%)는 이유였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도 10명 중 1명은 ‘폭언·욕설 등을 듣거나’ ‘부당한 연구비 유용이나 명의 도용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선우 총학생회장은 “보다 정교한 피해 실태조사를 통해 강력한 처벌과 근절 방안이 마련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