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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 거리 770㎞의 걷기 길. 작년 5월 공식 개통했다.

화이트보스 2017. 3. 23. 11:54


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 거리 770㎞의 걷기 길. 
작년 5월 공식 개통했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와 일렁이는 푸른 파도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입력 : 2017.03.23 08:51 | 수정 : 2017.03.23 09:14

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 거리 770㎞의 걷기 길. 작년 5월 공식 개통했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와 일렁이는 푸른 파도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해파랑길 지도 /외부제공

이른 아침 바닷바람엔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끝자락의 시샘이 실려 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부산 남구 오륙도 해맞이공원 인근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륙도! 멋지다" "해안절벽이 정말 끝내 주네…."

공원 약간 아래쪽에 있는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는 감탄사 대신 비명이 터져 나왔다. 37m 높이의 절벽 끝에서 바다 쪽으로 뻗은 이곳의 투명한 바닥 아래쪽으로는 아찔한 풍경이 펼쳐진다.

부산 남구 이기대에서 바다쪽으로 9m가량 뻗어나갔다 들어오는 U자형 강판유리로 제작된 오륙도 스카이워크 /조선DB

▷지역에 수백억원대 경제 효과

국내 유일의 해안 종단길이자 최장 탐방로인 해파랑길이 공식 개통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전체 10구간, 50개 코스는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끝난다.

해파랑길이 개통한 작년엔 140여만명이 오륙도 해맞이공원 등을 찾았다. 요즘 주말엔 1만명 정도가 몰린다. 김종홍 부산 남구 시설관리사업소 시설팀장은 "스카이워크와 오륙도가 해파랑길의 들머리 길이 된 작년 5월 이후 더 큰 상승작용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선 해파랑길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부산 남구는 해파랑길을 찾는 방문객들을 겨냥한 새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안리 옆 용호만 부근에 호텔·콘도·광장·상가 등이 포함된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작년 11월 시에 관광지조성계획 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문탠 로드'·간절곶 등 볼거리

해파랑길 부산 구간은 초반부터 커다란 감동을 준다. 광안대교가 펼쳐지는 광안리 해변과 해운대 해변을 지나면 해운대의 삼포라 불리는 미포·청사포·구덕포를 만난다.

삼포 중 미포~청사포 구간은 해운대 달맞이공원 내 산책로인 '문탠 로드(Moontan Road·달빛 받는 길)'다. 선탠(suntan)이 강렬한 햇볕에 살갗을 그을리는 것이라면, 문탠은 은은한 달빛의 기운을 쐰다는 뜻을 담은 조어(造語)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 '문탠로드'길 /조선DB

철길 굴다리를 통과하면 구덕포를 만나고, 해안도로가 송정 해변까지 이어진다. 그다음부터는 동해안이다. 기장군 대변항에서 월전까지는 해안도로가 생기기 전에 있었던 옛길을 걸으며 이천·이동·동백·칠암·임랑 등 정겨운 포구들을 만날 수 있다.

임랑에서 울산 진하 해변까지 가는 여정엔 한반도에서 해돋이가 가장 빠른 간절곶이 있다. 울산 구간의 6개 코스(82.1㎞·23시간30분)는 공업도시라고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숲길과 강변길로 이어진다.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솔마루길과 태화강 십리대밭길은 생태도시로 거듭나는 울산의 오늘을 보여준다.

동해안 주상절리 중에서 으뜸

경주 구간(3개 코스 46.4㎞·14시간 30분)에선 천년 고도(古都)의 바다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코스인 10코스는 행정구역상 울산을 포함한다. 북구 정자항에서 2.8㎞를 걸어가면 강동화암주상절리가 나온다. 지상으로 흘러나온 용암이 급격하게 식으며 수축하는데, 이것이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사각~육각형 기둥을 이룬다. 이것을 주상절리(柱狀節理)라고 한다. 강동화암주상절리는 기둥처럼 서 있는 형태가 아니고 수평으로 누운 모습이 특징이다.

추암해변 장엄한 일출 - 강원도 동해시 추암해변의 일출. 태양이 바다 위 솟은 바위 사이로 뜨는 모습이 장엄해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名勝)으로 지정될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해시

솔숲과 모래밭, 자갈이 공존하는 경주 양남면의 관성 솔밭 해변을 따라가면 하서해안공원 인근에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 나타난다.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양남의 주상절리군(群)은 기울어지거나 누워 있는 주상절리, 거대한 숯을 한 묶음씩 엮은 모양의 수직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 등 다양한 모양새를 자랑한다. 국내 최초로 발견된 부채꼴 주상절리는 길이 10m가 넘으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흙길과 데크 길을 번갈아 걸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자연 예술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동해안 탐방로 770㎞(부산~고성)를 잇는 해파랑길의 '허리'는 경북 포항에서 강원 삼척-동해까지의 구간이다. 이곳은 맛과 멋을 품고 있다. 영덕 대게 같은 지역 별미와 동해 추암해변 등의 장엄한 일출에 오감(五感)이 만족한다. 동해에서 나는 모든 어종의 집산지로 꼽히는 울산 후포항 등에선 어촌 특유의 왁자지껄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영덕군

▷'트레킹의 명품' 영덕 블루로드

과메기와 구룡포, 호미곶 등으로 대표되는 포항 구간을 거치면 숲길과 바닷길이 어우러진 영덕 '블루로드'가 나타난다. 대게누리공원에서 강구항·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이 코스는 사철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다.
강구항을 거쳐 풍력발전 단지를 지나 해맞이공원에 이르는 산길은 '빛과 바람의 길'이다. 바다를 향해 도열한 풍력발전기 24기의 모습이 장관이다. 동해에서 불어온 거친 바람이 거대한 바람개비를 돌려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자연의 위대한 힘을 실감한다. 인근엔 풍력·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소개하는 신재생에너지 전시관과 어린이 놀이터, 캠핑장이 있다.

사철 푸른 블루로드… 작년 90만명 다녀가 - ‘블루로드’로 불리는 경북 영덕 구간의 해파랑길에선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을 끼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탐방로를 만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숲이 이루는 풍광이 그림 같아 사진 명소로 널리 알려졌다. 주변엔 강구항, 해맞이공원, 신재생에너지 전시관, 캠핑장 등이 있어 가족 여행지로도 각광받는다. /영덕군

해맞이공원에서 축산항까지 탁 트인 바다를 낀 '푸른대게의 길'은 블루로드 전 구간 중 풍광이 가장 수려하다. 작년 한 해 관광객 90만명이 영덕 블루로드를 다녀갔다. 우성현 영덕군 공보 담당은 "영덕 구간의 해파랑길은 명품 트레킹 코스로 유명세를 타면서 연간 100억원대의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 후기 문신으로 이름이 높았던 목은(牧隱) 이색 선생이 고래가 뛰노는 모습을 보고 이름 지었다는 고래불해수욕장에 닿으면 영덕 해파랑길은 울진으로 넘어간다.

해양 레포츠의 거점으로 변신

울진의 해파랑길은 해안 캠핑 명소로 꼽힌다. 동해의 푸른 바다와 울창한 해송림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다. 후포항을 시작으로 등기산공원과 울진대게비, 월송정을 지나는 해안 도로는 '생태 치유(에코 힐링·eco-healing)'의 길로도 알려져 있다. 오징어·은멸치·고등어·대게 등 동해안 어종이 풍부한 후포항 주위엔 요트·윈드서핑·스킨스쿠버 등을 즐길 환경도 갖춰져 있다. 이곳은 2013년 국가 지원 거점형 마리나 항만으로 지정됐다. 2019년에 개발이 끝나면 지역 해양 레포츠 산업의 저변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왼)울진 망양정은 관동팔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오)해변가 울창한 송림

산포리의 망양해수욕장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망양정(望洋亭)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관동팔경(關東八景)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조선 숙종은 '관동제일루'라고 칭찬했다. 망양정에서 차로 30여분쯤 내륙으로 달리면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이 나온다. 작년 한 해 222만여명이 울진 해파랑길 주변을 다녀갔다.

애국가 첫 소절 장식한 촛대바위

신라시대 성덕왕 시대 인물인 수로부인(水路夫人)은 '헌화가(獻花歌)'에 등장할 정도로 용모가 빼어났다. 수로부인이 강릉 태수로 부임해 가는 남편을 따라가던 중 벼랑에 핀 철쭉꽃을 갖고 싶어 하자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이를 꺾어주면서 '헌화가'를 지어 바쳤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이 수로부인길이 있는 삼척 구간의 평화롭고 순탄한 숲길을 지나면 반전(反轉)이 나타난다.

동해 코스에선 크고 작은 해안절벽, 바위섬이 한데 어우러진 비경에 취한다. 출발점인 추암해변엔 촛대바위, 형제바위 등 기암괴석이 눈에 띈다. 촛대바위는 애국가 첫 소절 배경 화면으로 등장하는 곳이자,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동해 구간 마지막 코스(묵호역~강릉 옥계시장)의 하이라이트는 묵호항과 묵호등대를 잇는 논골담길이다. 매일 새벽 명태와 오징어를 가득 실어 나르는 어선들로 활기를 띠었던 묵호항과 그 주민들의 인생 이야기를 벽화로 마주할 수 있다. 논골담길 끝에 있는 묵호등대에선 푸른 동해와 두타산, 청옥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어달·대진해변에서는 어촌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변과 도시풍 카페가 어우러진 이국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강원 강릉에서 고성까지의 탐방로 215㎞는 해파랑길 770㎞의 대미를 장식하는 구간이다.

강릉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 특히 솔바람다리에서 경포대를 거쳐 사천진 해변까지 이어지는 16㎞ 코스는 국내 최장 해송(海松) 길이다. 숲속의 푹신한 길을 걷다 보면 풋풋한 솔향과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질인다. 안목항에선 40여개의 커피숍이 모인 강릉 커피 거리를 만난다. 동해를 바라보며 맛보는 커피 한잔이 운치 있다. 커피 거리에서 조금 걸어가면 호수에 비친 달과 석양으로 유명한 경포호가 나온다. 봄이면 경포호수를 둘러싼 4.3㎞ 길에 1300여 그루의 벚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룬다. 율곡 이이가 열 살 때 시를 지었다는 경포대, 허균·허난설헌기념관과 오죽헌도 인근에 있다.

고성 화진포 응봉길에서 본 화진포 호수 /고성군

양양(襄陽)은 그 이름처럼 '해 오름'의 고장이다. 삼척 초곡항, 강릉 심곡항과 함께 동해안 3대 미항(美港)으로 꼽히는 남애항은 양양~속초 구간에서 맞는 첫 번째 일출 명소다. 하조대 앞 절벽 꼭대기의 소나무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도 탄성을 자아낸다. 낙산사 의상대에서 바라본 일출은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關東別曲)'에 소개했을 만큼 일품이다. 속초 코스에선 먹을거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속초 아바이마을에선 오징어 순대와 아바이 순대, 가자미식해 등 함경도식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고성 청간정(淸澗亭) /한국의 길과문화제공

고성군으로 접어들면 해파랑길의 대단원이 가까워진다. 장사항을 지나 삼포 해변으로 향하는 길엔 관동 8경 중 하나인 청간정(淸澗亭)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1억년의 세월이 빚어낸 능파대에선 다시 걸음을 멈추게 된다. '능파(凌波)'는 파도 위를 걷는다는 뜻인데, 해안가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파도의 모습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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