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티베트
하늘로 가는 기차, 청장 열차 (靑藏列車) 북경에서 라사까지
여러분은 파리(Paris)라는 지명을 들으면 무엇이 연상되십니까? 샌프란시스코는? 런던은? 네덜란드는? 저는 참 평이합니다. 순서대로 “에펠탑”, “금문교”, “안개”, “풍차”. 스테레오 타입의 전형처럼 연상을 시작합니다. 이런 연상이 학습에 의한 것이든 취향에 따른 것이 든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다는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좋은 쪽이라면 관광에서 이런 연상은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주겠죠.
그럼 중국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여러분은 무엇부터 연상되십니까? 저는 이번에도 평범하게 "만리장성"이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군사적 의미로 성의 역할을 하는 장성이 아니라 길이라는 이미지의 "10,000리"입니다. 중국에서 보았던 길의 이미지…. 낙후된 중국에 제대로 된 길이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여행을 시작했었는데 해발 5,000m 산속을 아무 일 없다는 듯 포장 공사를 하고 인적 없는 길에 4차선 고속도로를 뚫어 놓은 모습에서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2000년 전부터 나라의 북쪽 끝 전체를 4차선 고속도로 같은 돌담으로 이어 나가던 사람들…. 웅대하고 장쾌한 기질이 아직도 남아 있음이 당연지사인데 왜 그걸 몰랐을까요?
그 후,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넘으면서 경악은 끝에 달했습니다. 반나절을 달려도 마주 오는 차 한 대 없던 그 길. 사회주의의 무모한 힘과 어이없음에 실소를 자아냈고, 천산산맥을 따라 레일을 깔아놓은 신장 철도에서 이 사람들의 음모와 배포를 알아보았습니다.
2006년 7월 1일. 중국은 또 하나의 만리장성을 쌓았습니다. 거얼무-라사 간 평균 고도 4,200m를 기록하는 청장열차 개통! 티베트 점령에 확실한 쐐기를 박는 비운의 대역사이지만 토목 기술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하는 기록 도전이기도 합니다. 중국은 다시 2014년 7월 라사에서 티베트 제2의 도시 시가체까지 170km 구간의 청장열차 구간을 연장했고 2020년 네팔 국경까지 540km 구간을 완벽하게 연장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015년 4월 통계에 의하면 청장열차를 이용하여 티베트를 방문한 사람은 9년 만에 1,200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니 놀라운 일입니다.
중국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든 티베트는 엄연한 독립국이라는 걸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압니다. 힘의 논리에 밀려 나라를 잃는 비운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플 뿐이지요.
2006년 8월. 호사하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티베트 여행을 미룬 건 아니었습니다. 운남, 사천, 감숙성을 돌며 이곳이 바로 티베트 일부라는 것을 느꼈고 마음은 늘 라사를 향해 있었습니다. 최후의 보루…. 마지막 남겨 두고 싶은 성지 라사. 이제는 더 기다릴 수 없다는 심정으로 열차 표 예매를 부탁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리고 이놈의 대역사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9월이 올 때까지 부탁한 열차 표는 쉬 구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슬슬 안달이 났습니다. 북경에 있다면 밤새 줄을 서서라도 표를 사겠지만 부탁하는 입장에서 강경하게 조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무작정 기다리던 어느 날, 드디어 표를 구했다는 낭보. 갑자기 준비가 바빠졌습니다. 출장 계획 미루고, 북경발 항공권 급히 준비하느라 엄한 돈은 더 들어갑니다. 그래도 이때가 아니면 다녀올 틈이 없을 겁니다. “얏호~ 휴가다!”
휴가 여행이라…. 저 보고 미친놈이라 말할지도 모릅니다. 1년에 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냈는데 휴가를 내서 또 집 밖으로? 직업이 아닌 정말 나만의 시간, 나만의 여행, 진정한 자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Travel Tip 1 : 티베트 여행 준비
기후 : 티베트는 위도상 남쪽에 있지만 (북위 27~37°) 해발 고도가 평균 4,000M 이상 되기 때문에 1월 평균 기온은 0도 이하, 한여름에도 대부분 지역이 20도를 넘지 않는 한랭 건조 기후입니다. 또, 일교차가 크고 바람이 많습니다. (해가 지면 한여름에도 쌀쌀하고 해가 뜨면 자외선이 강하여 따갑습니다.)
여행 적기 : 봄이 시작되는 5월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10월까지가 좋으나 한겨울에도 생각보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극심한 한파가 없어 겨울에도 여행은 가능합니다. 청장열차 개통 이후 성수기 특히, 여름방학 시즌에는 기차표를 구하기 어렵고, 숙박 시설이 부족하여 지출이 늘어납니다.
티베트 여행 시 특별히 주의할 점 : 평지에 살던 사람은 누구나 해발 3,000m 근처에서 1차 고소 증상을 겪습니다. 사람에 따라 편차가 심하므로 딱히 어떤 증상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숨이 차고, 두통을 동반합니다. 입맛이 떨어지고 속이 메스꺼워지는 현상을 겪는데 어지러운 증상도 나타납니다. 티베트의 수도 라사는 해발 고도가 3,650m입니다. 라사에 도착하면 하루는 무조건 쉬면서 고소 적응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루나 이틀 지나면 대부분 적응을 하지만 조금 빨리 걷거나 경사진 곳을 오르면 다시 나타납니다. 고소 증상에 잘 적응하려면 가능한 물을 많이 드시고 쉬거나 천천히 걷는 방법이 최고입니다. 입맛이 없더라도 식사는 꼭 하셔서 탈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고소증세가 심할 때는 현재 고도에서 600~900m 이상 고도를 낮추는 것이 최우선이며 산소를 호흡하거나 다이막스, 홍경천 같은 약을 사용하면 효과를 보기도 합니다. (홍경천이나 다이막스는 고도를 높이기 2~3일 전부터 복용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함) 3,000m에 적응을 하신 분도 해발 5,000m 정도에 다다르면 또 한 번 고소 증상을 느끼게 됩니다. 완벽하게 3,000m에 적응하신 분이라면 이때는 조금 더 쉽게 느껴지실 겁니다. 주의 사항은 이전과 같습니다.
퍼밋 (출입허가서)에 관하여 : 중국은 티베트를 자기 나라라고 우기면서 외국인 출입을 통제합니다. 비자가 있어도 별도의 출입허가서가 없으면 티베트를 공식적으로 들어갈 수 없게 법을 만들어 두었다는 말입니다. 이 출입허가서가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지역마다 법이 달라 여행자를 헷갈리게 합니다. 퍼밋을 내는데 값이 싸다면 비자 한 번 더 낸다 생각하고 여행을 하겠는데, 아시겠지만 이놈의 허가서가 지역이나 교통수단 이용에 따라 가격이 다 다릅니다. 제일 비싼 곳은 성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사로 갈 때인 것 같고, 열차는 북경에서 발급하는 허가서와 서안에서 받는 허가서 가격이 다르고, 거얼무에서 육로로 들어가는 허가서 가격도 다르니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할지 헷갈리기 그지없습니다. (가격이 다른 이유는 대행사들의 수수료 차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가짜로 증명서를 발급하여 싼 가격을 받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라사를 도착했다고 해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퍼밋을 보여 달라고 하는 때가 종종 있답니다. 저는 우정공로를 따라 네팔로 나올 때까지 한 번도 검사를 당한 적이 없었지만, 여행지에서 귀를 열어 놓고 주의를 하시는 것이 최상이라 생각합니다.
Travel Tip 2 : 청장열차 (靑藏列車)에 관하여...
※ 지금 드리는 정보는 2016년 4월 기준입니다. ※
청장 열차 구간 :
라사까지 가는 청장 열차의 출발지는 북경, 상해, 광주, 성도, 중경 등입니다. 출발지는 달라도 기존 철도망을 이용하여 서안, 란저우, 시닝을 거처 거얼무에 도착하면 2006년 7월 개통한 청장철도를 본격적으로 달립니다. 북경 출발 라사행 열차는 거얼무까지 26시간 20분, 거얼무에서 라사까지 대략 13~14시간 걸립니다. (정확히 40시간 53 분소요) 북경- 라사 간 총거리는 4,064km입니다.
● 이 열차가 처음 운행한 무렵엔 47시간 반이 걸렸는데 9년간 6시간 반이나 단축되었습니다.
열차 표 구하기 :
북경 출발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북경 서역에서 출발 60일 전 열차까지 인터넷 또는 중국 모든 역에서 매일 선착순 판매하는 것으로 압니다. 공식적으로는 한 사람당 2매만 판다고 하나 여행사에서 수수료를 받고 열차표를 사주는 걸 보면 이것도 정확한 소식통은 아닙니다. 현재 중국 열차 탑승은 실명제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실제 탑승자 신분증 또는 여권 원본만 있으면 몇 장이든 제한 없이 구매 가능합니다. 다만 성수기에는 열차표 판매 5분 후면 침대칸은 매진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구매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때문에 성수기에는 북경 서역 암표상을 통해서만 청장열차표를 구할 수 있습니다. (1장 수수료가 약 10만 원~18만 원 정도) 요즘에는 60일 전부터 판매하기 때문에 조금 싸지기도 합니다.
열차 시간표 :
북경 출발 라사행 열차는 매일 저녁 8시 10분에 북경 서역을 출발합니다.
(북경역이 아닙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저녁 20:10 北京西驛 (베이징 서역) 출발– 00:37 太原( 타이왠) - 다음 날 아침 07:10 中卫(중위이) – 12:26 兰州(란저우) – 15:10 西寧(시닝) – 19:36德令哈(더링하)-22:30 格尔木(거얼무) – 두 번째 날 아침 08:35 那曲(나취) - 저녁 13:03 拉萨(라사) 도착
라사에서 북경으로 돌아오는 열차는 매일 아침 15:30분에 있으며 소요시간은 같습니다.
요금과 좌석 :
북경-라사간 일반 좌석 요금은 360元 (1위안은 우리 돈 180원 정도니 한화 65,000원가량 됨), 6인실 침대칸 763元 (약 140,000원), 4인실 침대칸 1,186元 (210,000원)입니다. 절약 여행을 결심한 분이 아니라면 일반 좌석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고요. (이틀간 직각으로 된 의자에 앉아 가자면 좀 고통스럽겠죠? 조금이 아니라 많이 고통스러울 겁니다) 중국 장거리 열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좌석은 6인실 침대인데 천장열차는 특이하게 제일 비싼 4인 침대칸이 더 구하기 어렵습니다. 부자들이 많이 움직인다는 뜻이 될 텐데 아마도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정 차 :
열차는 위에 언급한 7개 역에서 2분~25분간 정차합니다. 란주, 시닝, 꺼얼무 같은 큰 역에서는 20분 정도 정차합니다. 이때를 이용하여 바깥공기도 쏘이고 음식물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열차 타는 법 :
예상과 달리 의외로 열차를 타는 일은 쉬웠습니다. 검표원이 차표만 힐긋 쳐다보고 퍼밋 검사도, 건강 증명서 검사도 하지 않더군요. 편한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하는데 괜히 비싼 돈 주고 여행허가증 만들었다는 생각에 배가 살짝 아파집니다. 아냐…. 차 안에서 틀림없이 검사할 거야……. 이렇게 맘을 달래며 대기실로 들어섰습니다.
*TIP : 중국에서 기차 타는 법은 조금 독특합니다.
1. 역에 들어갈 때 모든 짐을 X선 검색대에 통과시켜야 합니다.
2. 다음은 자기가 탈 열차번호를 보고 대기실을 찾습니다.
3. 비행기를 탈 때처럼 게이트 번호가 써진 대기실로 들어갑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 어렵습니다.)
4. 시간이 되면 대기실 앞에서 다시 한번 표를 검사하고 승차장으로 나갑니다.
요약하면, 국내선 비행기를 탈 때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청장 열차의 시설 :
그럼 청장 열차의 시설부터 알아볼까요? 북경에서 거얼무까지는 앞에서 끄는 기관차가 2대가 붙어서 달립니다. 거얼무부터 라사 까지는 기관차 한 대가 더 붙어 3대가 끄는군요. 대단합니다. 제가 탄 T27 열차의 객차는 총 15칸, 그중 4인 침대가 2량, 6인 침대 7량, 5인 좌석이 4량, 식당차 1량, 복무원 실 1량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6인실 침대칸은 중국의 일반열차와 달리 칸이 막혀 있습니다. 침대가 삼 층이라 높낮이가 약간 좁다는 것만 빼면 4인 실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아~ 통로 쪽으로 문이 달려있지 않고 개방되어있네요) 그래도 어수선하지 않아 좋습니다. 띵호와~.^^
4인실 침대는 이렇게 문이 달려 있습니다. 물론 6인실 크기에 침대가 4개만 있으니 좀 더 쾌적할 것이고….
좌석 칸은 의자가 젖혀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이틀간 이 자리에 앉아서 가려면 매우 힘들 것 같지 않습니까? 중간 구간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들이 이 좌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중앙에 있는 7호 차는 식당입니다.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음료, 차, 술, 식사 모두 가능합니다.
다만 값이 좀 후덜덜 하죠. 매 끼니때쯤이면 식당에서 만든 도시락을 팔러 다니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 청장열차는 6곳의 큰 역에서 10분간 정차합니다. 이때 간식이나 음료를 준비하면 식당보다 싸고, 골라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청장 열차 탑승기
역시 북경서역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낭 내려놓고 그냥 땅바닥에 털썩 앉아 개찰구 열 때를 기다렸습니다. 정시에 출발을 하나 봅니다.
북경-라사 구간 청장열차는 포장을 막 벗긴 마데전자 제품입니다. 당연히 지금까지 타 본 중국 열차 중 가장 깨끗하고 시설도 좋습니다. 이틀간 함께할 동승자들이 제일 궁금했는데 역시나 저는 여행복을 타고났나 봅니다. 2쌍의 부부와 젊은 친구 한 명이 같은 방에 배정되었습니다. 부부들은 영어 한마디 못하지만 친절했고 젊은이는 차가 출발한 직후 슬며시 사라져 영원히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앗싸~ 자리 넓어 좋고!
저녁 9시 반에 출발한 청장열차는 어둠 속을 열심히 달려 자정 무렵 석가장역에 도착했습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담배를 한 대 피고 잠자리에 들었죠. 죽은 듯 푹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이 밝아 오고 9시쯤 서안에 도착했습니다. 북경 서안은 꼬박 12시간 거리…. 삼 년 전 서안-북경 열차 구석 자리에 앉아 씩씩거리면서 차장과 싸우던 생각이 납니다. 지나가면 다 추억인 것을…. 그때를 돌아보며 혼자 웃었습니다.
앗! 이 열차에 한국 사람이 타고 있습니다. 하나도 아니고 세 사람씩이나…. 하하 제약회사에 다니는 분들인데 표가 없어 중국 여행사 단체팀에 예약했다고 하네요. 일주일간 함께 다닐 일을 걱정하기에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었습니다. 패키지여행이라면 실제로 현지 투어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 경우 장강삼협과 항주를 중국 사람들과 현지 투어로 여행했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중국말도 못 하는 놈이 졸졸 따라다니면 신기해서 이것저것 잘 챙겨 줍니다. 아마 이 세 사람도 라사에서 그런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하하
오후 4시 란저우를 지나고 19:04 西寧(시닝)에 도착했습니다. 창밖도 보고, 낮잠도 좀 자고, 제약회사 사람들과 맥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더니 하루가 금방 지나갔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아침 6시 20분, 청장열차가 거얼무에 정시 도착했습니다. 해발고도 2,829m, 차창 밖 풍경이 확 달라졌습니다. 사막이라 부르기도, 초원이라 부르기도 애매모호한 고원지대를 끝없이 달려갑니다. 흰 모자를 쓴 산이 멀리 따라옵니다. 뜻밖에 넓은 강줄기와 호수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 티베트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두 번째 날에는 열차여행의 지루함을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보며 그저 탄성만 지르면 하루가 갈 겁니다.
차 안에서 갑자기 쏴 하는 바람 소리가 났습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해발 3,000m를 넘어서자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소증세가 심한 사람은 별도의 산소마스크를 착용할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열차입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거대함을 맞닥뜨리면 섬뜩함을 느낍니다.
천장 열차의 모습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복도 안쪽에 LCD 안내판이 설치되어있습니다. 날짜와 시간, 북경과의 거리, 현재 속도, 외부 온도, 고도, 다음 도착역 등 열차 운행에 대한 유용한 안내가 영문과 중국어로 번갈아 나옵니다. 개인용 산소마스크를 쓸 수 있는 노즐도 있습니다. 침상 머리맡에 노즐이 있고, 일 인당 하나씩 튜브를 지급하기 때문에 고소증을 느끼는 사람은 언제든지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화장실이 양쪽 두 개입니다. 복도 한쪽엔 양변기, 한쪽은 좌변기입니다. 장거리 열차답게 세면대가 잘 갖추어져 있고 차를 자주 마시는 중국 사람들인지라 온수기가 꼭 설치되어있습니다. 컵라면 먹기 정말 좋아요~. 복도 끝은 흡연자를 위한 공간이 있고요. 재떨이 옆의 1.1m, 1.4m <-- 이 표식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아십니까? 우리와 조금 다른 중국의 면모를 비교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동 요금을 적용할 때 나이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어려 보인다면 6세 이하라고 우겨서 대충 넘어가잖아요. 중국은 이런 일 절대 없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저곳에 키를 재서 요금을 적용합니다. 공공시설 사용면적(?)에 따라 요금을 내라고…. 카카 이게 더 합리적인 사고 아닌가요?
복도 측에도 간이 의자가 있어 이렇게 이용 가능합니다. 이틀을 오는 동안 이분들이 먹을 것을 자꾸 주는 바람에 식당에서 밥을 한 끼도 안 사 먹었습니다. 과일도 먹고, 라면도 먹고, 빵도 먹고…. 한국에서 가져온 햇반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컵라면 국물에 말아먹었더니 꿀맛입니다. 창밖을 보며 해바라기 씨를 까먹는 재미와 여유롭게 맥주 한잔 마시는 기분…. 열차여행의 백미라고 해도 좋습니다.
거얼무를 지나면서 천천히 고도가 높아져서 탕구라 산맥을 넘을 때 고도는 해발 5,072m…. 세상에서 가장 높은 기찻길입니다. 눈이 내리다가 비가 오고 언제 그랬냐는 듯 날이 갭니다. 하루에 사계절을 다 만나는 여행입니다.
오후 5시…. 고도 4,513m 나취역에 도착했습니다. 짧은 여름이 가고 고원엔 가을 기운이 완연합니다. 이제 3시간만 더 가면 종착역 라사에 도착합니다.
헉!!! 라싸 역에 도착하여 깜짝 놀랐습니다.
히말라야 여행 동호회 운영자 카일라스님이 명판을 들고 마중을 나왔습니다. 이틀 후엔 이런 일이….
라사에서 번개를 하겠다고 다음 카페 중국 여행동호회에 공고하고, 약속 장소인 야크 호텔 로비로 조금 일찍 나갔습니다. 그런데 웬일? 어떤 양반이 카메라맨을 대동하여 헐레벌떡 오는 것이 아닙니까? "여기서 한국 사람들이 번개를 한다면서요?" "예~ 그런데 아이디가 어떻게 되시는 분이십니까?" "아…. 저는 EBS 기잡니다. 티벳에 취재차 왔다가 소식을 듣고…." "켁! 웃뺘가 그렇게 유명?" (착각은 자유….-!-)
암튼 참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 겁니다. 조금 있다가 KBS에서도 왔습니다. 음~ 일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 아무튼, 웃뺘 버벅거리면서 인터뷰했거든요. 라사에서 개별 여행으로 한국인이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은 처음일 겁니다. 식사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메뉴는 중국 동북지방 요리. 카일라스님이 선택한 요리들은 아주 괜찮았고 마지막에 나온 짜장면은 예술이었습니다. (짜장면이 아니라 짠 된장면…. 카카)
식사 전, 자기소개 시간…. 또 한 번 재미있는 사건은 일본 총각도 따라왔어요. 참석자 소개는 생략하고 총 참석 인원 22명!!! 우와~~~웃뺘팬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계속 착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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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추억이많아 좋을것같다. 인생의여정을 여행이란단어에 올려놓은것만으로도행복한것같네......
이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