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백세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암 환자 유영애(58)씨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병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 병원엔 암 환자가 많은데 대부분 혼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다. 유씨는 방사선치료가 끝났지만 가족이 힘들어 할까봐 이곳을 떠나지 못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13/c581f00d-3ce2-41a3-9364-121d1d8c1a05.jpg)
경기도 용인시 백세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암 환자 유영애(58)씨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병실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 병원엔 암 환자가 많은데 대부분 혼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다. 유씨는 방사선치료가 끝났지만 가족이 힘들어 할까봐 이곳을 떠나지 못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병원이 집인 사람들]<하>
'사회적 입원' 여성 암 환자의 비애
암 환자 전문 요양병원 속속 등장
집에선 편치 않고 돌봐줄 사람 없어
일부 병원, 검증 안된 치료 일삼아
암 환자 두고 사회적 입원 논란 일어
"환자 불편 해소" vs "병원 할 일 아냐"
병원 간호사 가정 방문 늘리고
주치의 도입해 입원 여부 판단해야
4인 병실에 입원 중인 유영애(58)씨는 기자가 들어가자 마치 집에 손님을 들이듯 "차 한잔하실래요?"라고 물었다. 유씨는 유방암 환자로 지난해 8월 입원했다. 부친상이 났을 때와 명절에 잠깐 퇴원했다가 돌아왔다.
유씨는 지난 2월 방사선치료가 끝났다. 하지만 유씨는 "집에 가면 가족이 힘들어하고, 혼자서 밥 챙겨 먹고 집안일까지 하는 게 힘들어 여기에 계속 있다"며 "챙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집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병원이 집보다 편안한 공간이 됐다는 의미다.
![경기도 용인시 백세요양병원 입원환자인 유영애(58)씨가 지난달 29일 병원 뒷산 산책로를 걷고 있다. 옆에서 같이 걷는 사람은 요양병원 간호사다. 유씨는 암환자이나 거동이 불편하지 않고 통원 치료가 가능한 상태다. 그럼에도 스스로 원해서 요양병원에 머무르는 '사회적 입원' 환자다. 장진영 기자](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13/76e8988c-9460-450e-84a6-37b3646730d2.jpg)
경기도 용인시 백세요양병원 입원환자인 유영애(58)씨가 지난달 29일 병원 뒷산 산책로를 걷고 있다. 옆에서 같이 걷는 사람은 요양병원 간호사다. 유씨는 암환자이나 거동이 불편하지 않고 통원 치료가 가능한 상태다. 그럼에도 스스로 원해서 요양병원에 머무르는 '사회적 입원' 환자다. 장진영 기자
이 비율이 94~97%인 5개 요양병원 중 3개도 암 전문병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암 요양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암 전문 요양병원 환자 중 유씨처럼 입원 기간이 6개월이 넘은 '사회적 입원' 환자가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13/70f47398-a412-4d93-9121-5bc2b9c5e735.jpg)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성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 동기는 남성과 다르다.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여성 암 환자는 집에 가더라도 엄마·아내·며느리 역할을 해야 한다. 권오일 백세요양병원 기획이사는 "여성 암 환자는 큰 병원에서 수술 끝나고 집에 가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밥 하고 빨래하고 청소해야 한다"며 "항암치료를 할 경우 자기가 밥 해 먹기도 쉽지 않은데 가족까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받을 경우 몸 상태가 극도로 저하된다. 제대로 먹지 못하고 토하기도 한다. 이런 게 집에서는 관리가 안 돼 요양병원을 찾는다. 입원 상태에서 큰 병원의 외래 환자로 가서 항암치료를 받기도 한다.
![일산 국립암센터 병동에서 한 여성 환자가 링거 주사를 맞으며 병원 복도를 돌며 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13/dfba0479-60ab-4aa6-a026-b476f19b25f0.jpg)
일산 국립암센터 병동에서 한 여성 환자가 링거 주사를 맞으며 병원 복도를 돌며 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런 일을 직접 해도 되나요?"(기자)
“쉽게 피로해지지만 일상 활동은 다 할 수 있어요. 병원(항암치료) 갈 때 차를 운전해서 가요.”(환자)
암 환자는 집에서 갑자기 위험상황이 닥치는 걸 두려워한다. 폐암 환자 정모(63)씨는 3년 입원 후 1년간 퇴원했다가 지난 2월 다시 입원했다. 아침에 안마기를 쓰고 등산하고 저녁에는 개인 운동을 한다. 그는 "집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지만 갑자기 위급상황이 닥칠 수 있어 불안해서 퇴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윤영호(가정의학) 교수는 "큰 병원의 환자 치료 정보가 요양병원과 교류가 되지 않는다"며 "또 요양병원에 가정 복귀나 사회 복귀를 돕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효과를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병원 허대석(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항암치료를 받으면 1주일은 힘들다. 밥을 못 먹는 환자에게 수액을 공급하면 좋다"며 "집안일 하면서 자기 일 돌보기도 어려운데 이 기간을 넘길 수 있게 요양병원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일산 국립암센터 주사실에서 한 여성 환자가 항암주사를 맞고 있다. [중앙포토]](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13/57a8a1dd-1336-4c6b-9c9c-a11646229151.jpg)
일산 국립암센터 주사실에서 한 여성 환자가 항암주사를 맞고 있다. [중앙포토]
윤 교수는 "암 환자의 사회적 입원을 줄이려면 수술한 큰 병원의 간호사가 환자 집으로 가서 살펴주는 가정간호 제도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가정간호 수가가 낮아 병원들이 선뜻 늘리지 못하고 있다. 허대석 교수는 "영국처럼 지역사회 주치의를 두고, 의사가 환자의 입원 필요성을 판단하면 좋다"고 말했다. 백세요양병원 권오일 이사는 "대학병원이 부속시설을 만들어 암 수술 후 최소한 항암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돌봐줘야 한다. 그 이후에 요양병원이 선택적으로 환자를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과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가 함께 건립하고 있는 '로날드맥도날드 하우스'의 조감도. [사진 홈페이지 캡처]](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7/13/a15c4d70-c16a-473a-9787-d1bf8e56bb97.jpg)
양산부산대병원과 한국로날드맥도날드하우스가 함께 건립하고 있는 '로날드맥도날드 하우스'의 조감도. [사진 홈페이지 캡처]
기평석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암 환자는 거의 모두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하는데 몸 상태에 따라 분류 등급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이민영ㆍ정종훈ㆍ박정렬ㆍ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