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원 따른 맞춤정책 우선

정부가 내년부터 미세먼지 대기환경기준을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본보 8월 7일자 A1·16면). 새 기준을 적용하면 일부 지역은 지난해 대비 주의보 발령 횟수가 6배, 나쁨 일수가 무려 7배 늘어난다. 경기 북부엔 사흘에 한 번꼴로 나쁨 예보가 뜬다.
우리 현실에 당장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4일 열린 미세먼지 환경기준 중간보고회에서 한 전문가는 “미세먼지 나쁨이 이틀 걸러 한 번 뜨면 오히려 국민들의 미세먼지 심각성에 대한 체감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회에서 제2안으로 현행 환경기준과 미일 기준의 중간값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많은 국민이 선진국(미국 일본) 수준의 기준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가 선진국 수준의 대기환경기준을 원한다는 말은 맞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2배, 미국 일본의 1.5배가량 헐거운 게 사실이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개선된 대기 질이지 강화된 숫자가 아니다. 내년까지 몇 달 새 미세먼지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대책은 눈을 뜨고 봐도 없는데 기준만 강화한다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당장 내년부터 수시로 발령될 비상저감조치에 대한 대책도 없다. 서울시 등 비상저감조치 대상인 수도권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유가 인상, 화력발전 억제, 한중 협력 등 미세먼지 배출 저감을 위한 시급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우선순위가 잘못된 게 아닐까. 속히 미세먼지를 줄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