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이 대안이다/핵연료 재처리시설

北核 맞설 원자력도 포기하나

화이트보스 2017. 9. 9. 14:45



北核 맞설 원자력도 포기하나

입력 : 2017.09.09 03:14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을 지낸 장인순(77) 박사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다음 날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이 저렇게 겁 없이 나오는 건 다 우리 실수 탓"이라고 말했다.

장 박사가 꼽은 첫째 실수는 핵을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말을 쉽게 믿은 것이다. 북한은 2007년 북핵 6자회담 합의(10·3합의)에서 "영변의 5메가와트(㎿)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 및 핵연료봉 제조시설의 불능화"를 약속하고, 이 조치의 일환으로 2008년 6월 27일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했다. 장 박사는 냉각탑 폭파가 있고 얼마 되지 않아 열린 포럼에서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한 냉각탑 폭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완전히 코미디이고, 시간 벌기용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사회자는 "북이 성의를 보이는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느냐"고 핀잔을 줬다고 한다.

과학자가 상식에 따라 문제를 제기했지만 북한을 믿고 싶었던 사람들은 귀를 막았다. 장 박사의 말은 사실이 됐다. 북한의 핵실험은 그 후에도 계속됐다. 그동안 숱하게 비핵화를 위한 회담을 하자고 했지만 허사였다. 문제는 당시의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장 박사는 "결정적인 실수는 이번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脫)원전 정책이다. 그는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우리의 핵무장인데 우리는 탈원전한다며 사람과 기술 모두 스스로 손발을 묶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자력 과학자들은 "원전 강국인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0만개 이상 부품이 들어가는 원전에 비하면 핵무기는 1970년대 기술에 머물고 있는 쉬운 기술이라고 말한다. 난이도로 보면 핵분열이 과도하게 일어나지 않게 조절하는 원전 기술이 더 어렵지, 핵분열이 마음대로 일어나게 해 폭발력을 내는 핵무기는 쉽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상용 대형 원자로와 소형 원자로, 연구용 원자로 세 종류를 모두 수출한 유일한 국가다.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 2차 대전 말 미국은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을 모두 모아 원자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과학자들은 이론으로만 가능하던 일을 불과 2년 반 만에 현실화했다. 컴퓨터 하나 없이 오로지 사람 머리로만 한 일이었다. 반면 현재 한국은 세계적인 ITC(정보통신기술) 강국이자 GDP(국내총생산) 대비 세계 1위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 국가다. 70년 전 미국보다 더 빠르게 핵무 기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원자력은 평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도 언제든 원자력의 무력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 북한의 거짓말에 속아 비핵화의 도그마에 갇혀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원자력 기술의 기반마저 스스로 허물려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8/20170908029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