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上) 주요 국정과제 난항
文‘週52시간 노동’국회 촉구
기존 정책추진 방식변화 조짐
야당 요구는 ‘정쟁’으로 규정
野겨냥 적폐청산 드라이브도
핵심과제 법률 제·개정 ‘전무’ 문재인(얼굴) 정부는 지난 6개월 동안 주로 하위 법령 개정이나 대통령 지시에 근거를 두고 각종 정책을 추진했다. 정치권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적폐청산’의 경우 야당은 정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부처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며 법 위반을 주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관련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무려 465개의 법률 제정 및 개정이 필요하다고 발표했지만, 취임 6개월을 4일 앞둔 6일 현재 관련 법률 제·개정 실적은 ‘5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행복도시 특별법 개정안’ 등으로 핵심 국정과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일자리나 복지 등 핵심 국정과제와 관련된 법률 제·개정은 전무한 상태이고, 국회 통과 전망도 불투명하다.
특히 국회선진화법과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이 야권을 겨냥한 ‘적폐청산’ 드라이브까지 걸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법률 제·개정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시사항 등을 통한 국정 운영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지시’ 형태를 통해 각종 조치를 단행하고 정책을 추진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교과서 고시가 폐지됐고, 세월호 참사 당시 사망한 기간제 교사들도 전 정부에서와 달리 순직이 인정됐다. 문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도 직접 지시했다. 검찰도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대통령 감찰 지시가 기폭제가 돼 완전 물갈이됐다. 일자리위원회 등 핵심 역할을 하는 기구들도 법 개정이 아닌 하위 법령에 근거를 두고 속속 생겨났다. 논란이 됐던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설치 근거가 총리훈령이었고, 저성과자 해고 및 취업 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이른바 ‘양대 지침’ 폐지도 행정 조치였다. 각종 기구 신설, 대대적인 인사, 전 정부 정책 뒤집기 등이 모두 하위 법령 개정이나 대통령의 행정 지시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국정운영이 한계에 다다른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주 52시간 노동시간을 명시하는 법안 통과를 국회에 촉구하면서, 행정해석 폐기를 통한 주 노동시간 변경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같은 모습은 하위 법령 개정을 통한 조치들만으로 정책을 추진하기가 더 이상은 힘들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협치 기반 없었던 6개월 = 국회가 6일부터 본격적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각종 법률 심사에 들어가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이 과연 현재의 방식과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다시 한 번 평가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장기간 논의되면서 핵심 국정과제인 공공 일자리 창출 등에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내년도 예산을 두고는 정부 안이 폐기되고 야당의 주장이 대폭 담긴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을 맞으면서 “국민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 때문에 협치와 통합의 기반이 매우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로 국회를 두 차례 찾고,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를 모두 청와대로 초청하는 등 ‘소통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인사를 포함한 야당의 요구는 ‘발목잡기’나 ‘정쟁’으로 규정하고 외면한 반면, 자신을 지지하는 네티즌 목소리에는 화답하는 등 ‘불통의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여소야대 환경 속에서 협치 기반을 다지지 못한 것이 결국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지율 고공 행진 속에도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