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8 03:14 | 수정 : 2017.11.18 10:22
총장 주재 회의서 비판 쏟아내
"검찰이 이런 수사 계속해야 하나… 下命 수사로 비칠 것" 우려도
지검장 "특단의 조치 필요"… 文총장 "답답하지만 어쩔수 없다"

문 총장은 지난 9일 재경 지검장 7명, 10일 지방 지청장 5명, 13일 지방의 지검장 10명과 연이어 회의를 가졌다. 변 검사가 지난 6일 투신해 숨진 직후였다. 변 검사는 2013년 국정원에 법률보좌관으로 파견돼 있으면서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투신자살했다. 변 검사는 투신 전 주변에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 총장은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일선 지검장들은 회의에서 검찰 수사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고 한다. 한 지검장은 "수사팀이 이른 아침 변 검사 자녀들 앞에서 변 검사 집을 압수수색한 것도 문제였다"며 "현직 검사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지난달 27일 오전 7시쯤 변 검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다가 인사 불이익을 당한 검사들이 이 수사를 계속하는 게 맞느냐"며 "사건 재배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윤석열 수사팀장 등은 당시 검찰 지휘부, 국정원과 마찰을 빚으면서 좌천됐었다. 그때 수사팀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휘하 검사들이 지금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데, 그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검찰이 사실상 정권의 하명(下命)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한 지검장은 "검찰이 이런 (정치적인) 수사를 계속해야 하느냐. 하명 수사로 비치지 않겠느냐"며 "(변 검사 사건을) 그냥 지나갈 게 아니라 총장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의 한 지검장은 "정권 바뀌고 나서 정치적 사건에 검찰이 앞장서고 있으니 욕을 먹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수사팀의 과잉 수사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검장은 "변 검사를 포함한 국정원 파견 검사들이 정말 구속될 만큼 법을 위반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책임자만 구속하면 될 사안인데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지나쳤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변 검사 등 당시 국정원에 파견됐던 검사 세 명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변 검사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자살했다.
문 총장은 회의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참석자들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문 총장은 "수사 의뢰된 사건을 안 할 수도 없고, 수사하다 보니 위법 사항들이 많이 나와 어쩔 수 없게 됐다"며 "
회의에 참석했던 한 지청장은 "문 총장이 고민은 많아 보였지만 뾰족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며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게 총장의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다들 자제해서 언성을 높이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싸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