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봤다. 활짝 웃고 있는 문 대통령의 모습에 ‘1953년 1월 24일 대한민국에 달이 뜬 날,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등의 문구가 쓰인 패널이 에스컬레이터의 한쪽 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아이들의 목소리로 ‘Happy birthday to you’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지하철 이용객 중에는 문 대통령 지지자도 있고 반대자도 있다. 반대자들은 불쾌감을 느낄 것이고 지지자라도 열렬 지지지가 아닌 이상 지나치다고 느낀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왕조 국가도 아닌데 국가 지도자의 생일을 지지자들의 사적 공간이 아니라 지지자와 반대자가 섞여 있는 공공장소에서 축하한다는 발상은 퇴행적이다. 대통령은 헌법상 국민의 대표자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한 정파의 지도자다. 이 긴장관계가 허물어진다면 건강한 민주 국가가 못 된다. 대통령 생일 광고 정도는 가벼운 퇴행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퇴행이 문 대통령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