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고구려의 숨결을 느끼다

우리 역사서 사라진 중원의 고구려 왕국 ‘제나라’를 복원하다

화이트보스 2018. 1. 21. 10:07



우리 역사서 사라진 중원의 고구려 왕국 ‘제나라’를 복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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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0 03:00:00      수정 : 2018-01-20 03:00:00


지배선 지음/청년정신/1만5000원
제3의 고구려/지배선 지음/청년정신/1만5000원


연세대학교 지배선 명예교수가 중국 쪽 사료를 바탕으로 쓴 역사소설이다.

고구려 유민 이정기가 나라를 세워 4대 55년 동안 군림했던 제(齊)나라를 복원한 책이다. 저자는 제나라를 제3의 고구려로 칭하면서, 고구려사를 통째로 중국사에 편입시킨 중국 학자들의 책략을 고발하기도 한다. 통상 고구려인 고선지나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에 비해 이정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668년 멸망 후 당에 끌려간 고구려인들 중에는 서역을 정복한 고선지, 당의 최전성기 현종의 시대를 열었던 책사 왕모중, 당에 항복하고 신라와 손잡아 고구려를 멸망시켰던 장본인 연남생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뿌리만 고구려일 뿐 죽는 날까지 당에 충성했다. 이정기와 그의 후손들 또한 당의 신하였지만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정기는 고구려와 신라 유민들을 규합해 나라를 세웠다. ‘신·구당서’ ‘자치통감’ 등 중국 쪽 사서에는 “당이 제를 회유하기 위해 수시로 이정기와 그의 후손들에게 관직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정기는 당의 회유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나라 안에 고구려 왕국을 세우고, 고구려 유민들과 함께 제나라가 최후를 맞는 날(819)까지 당에 맞섰다. 해상왕 장보고도 사실 제나라 도움으로 해상 네트워크를 건설했다.

저자는 “이정기와 함께 나라를 이끌었던 고구려 유민들은 제나라가 망한 뒤에도 중국에 사는 한반도 출신 유민들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면서 “서로 힘을 모았을 때 얼마나 강력한 세력이 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고 했다.

이정기와 그의 후손들은 국내 역사책에는 나오지 않는 이름들이다. 유일하게 육당 최남선이 ‘국민조선역사’에서 “중국 안 넓은 지역을 다스렸던 고구려 유민”이라고 기록했다. 중국 역사책에 있는 기록이 왜 우리 역사책에는 없는가.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해 “당의 제후국임을 자처했던 신라와 유교사상이 지배이념으로 자리 잡은 조선에서, 감히 당과 패권을 두고 다퉜던 고구려 국가 제나라에 관해 함부로 붓을 놀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