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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여론 재판하듯 심판했나… 헌재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

화이트보스 2018. 1. 24. 09:47



헌재 "탄핵 선고, 촛불 완성에 법적 도장 꾹 눌러준 것"

입력 : 2018.01.24 03:10

사무처, 창립 30년 기념책자 발간 "태극기 시위는 오래 못 간 저항"
법조계 "여론 재판하듯 심판했나… 헌재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

헌재 "민간 용역서 집필한 것"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한민국의 변화'
헌법재판소는 지난 22일 올해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한민국의 변화〈사진〉'라는 책을 배포했다. 헌재는 "헌재의 30개 주요 결정과 그 결정이 사회 변화에 미친 영향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새롭게 되새겨 보자는 의도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책 내용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대해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고 표현한 부분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내린 탄핵 결정을 헌재 스스로 촛불시위와 연관시킨 것은 사법권 독립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책자에서 작년 탄핵 심판과 관련해 "헌재 선고는 촛불집회의 헌법적 완결체"라며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는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분노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헌법적으로 승화된 결과물이었다"고 했다. "살아 있는 최고 권력을 민주적으로 퇴진시키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법적 인증 도장을 꾹 눌러준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야말로 가장 정치적 성격의 헌법 재판'이라는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신문 기고문을 인용하기도 했다. 태극기 시위 세력에 대해서는 "헌재 앞에서 성난 태극기 진영의 군중이 모여들어 파면 결정의 부당성을 외쳤다. 하지만 그 같은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헌재 스스로 부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은 본지 통화에서 "헌법 정신에 따른 재판관의 소신 재판을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정치적으로 평가한 것"이라며 "국민 정서에 초연해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것이 사법권 독립의 취지인데, 마치 촛불 세력에 휘둘려 여론 재판하듯 탄핵 심판을 한 것처럼 평가한 것에 대해선 재판관들부터가 불쾌해할 것"이라고 했다. 또 "헌법을 '법관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 여론에 따라 재판한다'고 고치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이런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결정 이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입장을 낸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헌재는 "이런 풍경은 2004년 헌재의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결정에 비판적이던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향해 박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건 헌법에 대한 도전이자 체제에 대한 부정'이라고 비판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고 평가했다.

헌재 측은 책 내용에 대해 "민간 용역을 통해 집필한 것으로 헌재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헌재 사무처가 공식 발행한 책인 만큼 외주 제작이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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