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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라 좋아했더니, 복지가 끊겼다

화이트보스 2018. 1. 30. 10:32


최저임금 올라 좋아했더니, 복지가 끊겼다

입력 : 2018.01.30 03:04

[저소득층에 닥친 '최저임금 역설'… 소득 올랐는데 복지 기준은 그대로, 생계급여 등 탈락] 

기초생활 보장하는 각종 복지… 일부 저소득층의 혜택 뺏어가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들 판 "모순 해결할 정부대책 시급"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가족의 기초생활보장 혜택 변화 그래프

중학교 3학년생 자녀를 혼자 키운다는 여성 A씨는 최근 청와대 게시판에 최저임금 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작년엔 최저임금으로 월 135만원을 받았는데 올해부터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157만원을 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복지 담당 공무원이 '월 소득이 한 부모 가족 지원 기준을 넘기 때문에 앞으로 혜택을 못 받는다'며 (전화를) 단칼에 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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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이 16.4% 대폭 상승하는 바람에 월수입이 한 부모 가족 지원을 받기 위한 기준(148만원)을 넘어서면서 더 이상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A씨는 "누구 말처럼 일하지 말고 (복지) 혜택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나, 아니면 혜택을 받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여서 소득액을 148만원 미만으로 낮춰야 하나"라고 했다.

최저임금 대폭 올라 복지 혜택 축소

이처럼 올해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기초생활보장을 비롯한 정부의 복지 혜택을 제공받던 일부 수급자가 각종 복지 혜택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근로소득자의 실질소득을 올려주기 위해 시행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부 저소득층의 복지 혜택을 빼앗아가 오히려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생활비에 해당하는 생계급여를 비롯해 의료·주거·교육급여 등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매달 근로소득 규모와 보유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산한 뒤, 이 금액이 중위(中位)소득 가구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따져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별다른 재산 없이 지난해 한 달 수입이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140만원이었던 3인 가족의 경우 의료급여 수급 기준인 '3인 가구 중위소득의 40% 이하'여서 병원 치료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의료급여를 못 받게 된다. 법정 최저임금만 벌더라도 한 달에 157만원 수입을 올리게 돼 의료급여 수급 기준(3인 가구 중위소득 40%)인 147만3260원보다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매달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2인 가구의 경우 작년엔 자녀의 입학·수업료, 학용품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엔 이 같은 혜택이 끊길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혜택을 받던 2인 가구(18만2311가구)와 3인 가구(10만7321가구) 가운데 적지 않은 가구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6.4% 인상됐지만 기초생활보장 대상 등을 선정하는 중위소득은 1.16%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등을 선정하는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도 매년 일정 비율 상승하기 때문에 전년과 소득이 비슷할 경우엔 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올해엔 최저임금 대폭 상승이라는 돌발 변수가 나타나면서 이 간극이 너무 벌어져 버린 것이다.

예견된 복지 사각지대 우려

최저임금 대폭 상승에 따른 복지 사각지대 발생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작년 7월 15일에 결정했다. 복지 대상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올해 중위소득은 그로부터 2주쯤 지난 같은 달 31일에 결정했지만 인상률이 1.16%에 그쳐 최저임금 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도에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실제 중위소득이 얼마나 오를지 불확실해 (인상률 결정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막상 복지 혜택이 축소된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정부는 서둘러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복지부가 지난 22일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를 선정할 때 적용하는 근로소득 공제액을 이달부터 기존 60만원에서 84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힌 것도 보완책 성격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월 소득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공제액을 늘려줌으로써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기초연금을 못 타는 이들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 부모 가족에게 지급되는 복지 혜택 일부는 중위 소득 60% 가구까지 지급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는 사람이 저소득층·차상위 계층 복지 수혜자에서 빠지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면 재정 부담, 그것이 가져올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른 분야와 통일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위소득

전국 가구의 소득을 한 줄로 세웠을 때 맨 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으로, 기초생활보장 등 66개 정부 복지 사업에서 수급자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올해 3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368만3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16%(4만2085원) 오르는 데 그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30/20180130001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