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과오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나…" 미국인들 뭉클...71

화이트보스 2018. 4. 24. 10:52



[기자수첩] "과오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나…" 미국인들 뭉클...
71
다음기사

[기자수첩] "과오 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나…" 미국인들 뭉클하게 만든 사진 한 장

입력 : 2018.04.24 03:00

바버라 부시 여사 장례식서 前대통령 4명 '어깨동무 사진'
"미국 최고 권력의 정점에 흑인과 백인, 부유층과 서민… 미국 민주주의 힘 보여줘"

정시행 국제부 기자
정시행 국제부 기자

22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전직 백악관 전속 사진가였던 폴 모스가 찍은 것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대변인 짐 맥그래스가 올린 것이었다.

사진 속에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41대)이 가운데 앉아 있고, 그 뒤쪽에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3대) 부부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42대) 부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44대) 부부,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나란히 서서 어깨와 등을 감싸 안은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전날 휴스턴 세인트마틴 교회의 장례식장에서 열린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4명의 전직 대통령과 전·현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참석하면 경호·의전 문제로 유족에 누를 끼칠까 봐 불참했다고 한다.

DB손해보험 다이렉트 바로가기


사진 속 인물들은 지난 30년간 정권을 뺏고 빼앗겼던 정적(政敵)들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92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공격적인 캠페인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그 클린턴 대통령을 아들 부시가 "르윈스키 스캔들이 신성한 백악관을 더럽혔다"고 공격하며 진보적 경제·환경 정책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들 부시가 초래한 이라크 전쟁과 금융 위기를 비판하며 '역사 바로잡기' 수준의 8년을 보냈다. 그 오바마의 고비용 복지와 우유부단한 군사·안보 정책을 '재앙'으로 본 보수 트럼프 정부가 2016년 들어섰다. 모두 결함이라면 결함을 가진 대통령들이었고, 지지자와 반대자도 명확히 갈렸다.

이들이 한데 어울려 웃고 있는 사진을 미국 정·관계 인사들이 너도나도 리트윗(퍼나르기)하면서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 한장에 미국의 품격이 담겼다 - 지난 21일(현지 시각) 바버라 부시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4명의 전직 미국 대통령과 4명의 전·현 퍼스트레이디가 사진을 찍었다. 이들은 지난 30년간 정권을 뺏고 빼앗겼던 정적(政敵)들이다. 흑인과 백인, 혼혈과 이민자, 남부와 북부 출신, 부유층과 서민이 모두 들어 있는 이 사진에 미국인들은“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감동했다. 휠체어에 앉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뒤에 로라 부시 여사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 현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왼쪽부터) 여사가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직 중앙정보국(CIA) 관료 데이비드 프리스는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사진 속 각 대통령은 내가 정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일들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이기심'이 아닌 '애국심'이라는 핵심 가치에 기반해 행동했다는 점은 결코 의심치 않는다"고 썼다. 이 글 뒤에는 "서로 성향이나 캐릭터는 판이했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국 대통령직의 위상을 높인 사람들이다" "과오 없는 완벽한 대통령이 어디 있겠나. 그 사람의 일부는 동의하고 일부엔 반대할 뿐" "△△△는 개인적으로 반대했지만, 그를 지지했던 동년배 미국인의 추억은 존중한다" "정파를 떠나 손잡을 수 있는 옛날식 정치가 그립다"는 댓글이 1000여개가 달렸다.

역사학자인 미쉘린 메이나드는 호주 ABC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사진은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했다. "미국 최고 권력의 정점에 흑인과 백인, 혼혈(오바마)과 이민자(멜라니아), 문화가 전혀 다른 북부 출신과 남부 출신, 정치 명문가·부유층과 서민 출신이 모두 들어 있다. 이들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권력을 행사했고 이제는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도 "배경이 전혀 다른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들을 필두로, 장례식장을 찾은 8000여명의 조문객에는 유명한 부유층부터 이름 없는 노동자 계급이 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어깨동무가 설령 노련한 정치인들의 카메라용 포즈라 해도, 다원화된 사회에서 상대의 지지 세력을 존중하고 예의를 지키라는 국민의 요구가 그만큼 무겁다는 얘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4/201804240015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