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6.06 03:13

취재를 하다 보면 눈앞에서 일이 벌어지는데 납득할 만한 이유를 못 찾아 답답한 경우가 있다. 작년 7월 15일 노·사·정(勞·使·政)이 올해 최저임금을 16%나 올리기로 전격 합의했던 당시가 그랬다. 이날 오전까지 경영계 대표들은 올해 최저임금으로 6740원(전년 대비 4.2% 인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오후에 갑자기 7300원(12.8% 인상)으로 제시안을 높였고, 협상은 대폭 인상 쪽으로 급진전됐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 당장 생존을 위협받는 중소기업들까지 이에 동의했다는 사실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일부 언론은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당일 기획재정부 간부가 회의 중간에 경영계 대표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대처 방안을 설명한 게 화근이었다. "정부가 3조원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방안을 경영계에 미리 흘리고 밀실 합의를 종용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물론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국회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못박았다. 그날 경영계 대표를 만났다는 기재부 고위 공무원도 "원론적인 얘기만 있었다"고 했다.
그럼 경영계는 왜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했을까?
노·사·정 합의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핵심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속사정을 이렇게 밝혔다. "경영계 대표들은 당시 정부로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합의하면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복지수당 등을 폭넓게 포함시키는 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주고, 지역과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조치도 고려하겠다는 '언질'을 들었어요. 우리는 최저임금을 올려도 '합리적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약속을 믿었지요."
하지만 정부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은 대폭 올랐지만 산정 방식은 바뀌지 않았고, 지역과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안(案)은 논의조차 없었다.
이 관계자는 "협의할 때는 다 해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막상 일이 끝나면 다른 얘길 꺼내니 속수무책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는 지난달 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정부가 한 약속이 일부나마 뒤늦게 지켜진 셈이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노조 못지않게 경영계도 볼멘 표정이다. "(통과된 안은) 상여금을 많이 주는 대기업 정도만 혜택을 본다"며 특히 중소기업인들이 불만을 터뜨린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신뢰를 날려버렸다는 점이다. 경영계 인사들은 노조처럼 큰소리를 못 내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라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제 이들은 정부가 무얼 약속해도 덥석 믿어선 안 된다는 교훈까지 얻었다. 믿음 잃은 정부가 과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일부 언론은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당일 기획재정부 간부가 회의 중간에 경영계 대표들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정부 대처 방안을 설명한 게 화근이었다. "정부가 3조원대의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방안을 경영계에 미리 흘리고 밀실 합의를 종용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물론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국회에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못박았다. 그날 경영계 대표를 만났다는 기재부 고위 공무원도 "원론적인 얘기만 있었다"고 했다.
그럼 경영계는 왜 최저임금 인상에 동의했을까?
노·사·정 합의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핵심 관계자가 최근 기자에게 속사정을 이렇게 밝혔다. "경영계 대표들은 당시 정부로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합의하면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복지수당 등을 폭넓게 포함시키는 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주고, 지역과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 수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조치도 고려하겠다는 '언질'을 들었어요. 우리는 최저임금을 올려도 '합리적 예외'를 인정하겠다는 약속을 믿었지요."
하지만 정부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은 대폭 올랐지만 산정 방식은 바뀌지 않았고, 지역과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안(案)은 논의조차 없었다.
이 관계자는 "협의할 때는 다 해줄 것처럼 얘기하다가 막상 일이 끝나면 다른 얘길 꺼내니 속수무책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회는 지난달 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정부가 한 약속이 일부나마 뒤늦게 지켜진 셈이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노조 못지않게 경영계도 볼멘 표정이다. "(통과된 안은)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신뢰를 날려버렸다는 점이다. 경영계 인사들은 노조처럼 큰소리를 못 내지만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나 올라갈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제 이들은 정부가 무얼 약속해도 덥석 믿어선 안 된다는 교훈까지 얻었다. 믿음 잃은 정부가 과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