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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개인도 득 못 봐…정책 너무 근시안적

화이트보스 2018. 6. 9. 23:16



입력 2018.05.29 15:24 | 수정 2018.05.29 16:24

노동경제학을 연구하는 이수형(43)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 교수를 마주보고 앉자마자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과도하냐”고 질문을 던졌다. 조금 전 인사를 나눌 때만 해도 시원한 웃음을 띠던 그의 얼굴이 어느새 강의실 교수의 모습으로 변했다.

“개인과 가정의 후생 증진을 궁극적인 정책 목표로 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어요. 과거 정부 정책의 초점은 너무 산업에 치우쳐 있었거든요.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목표를 달성하는 데 쓰는 수단이 오히려 목표가 된 것 같은 주객전도의 상황입니다.”

짧은 커트 머리의 이 교수는 앞머리를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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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충격이 너무 커요. 기업의 부담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급격히 커지면 결국 개인도 득을 볼 수 없거든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이 교수는 2년 전 서강대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기대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젊은 경제학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 교수를 만났다.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개인도 득 못 봐…정책 너무 근시안적”

그렇다면 이 교수가 생각하는 개선 방향은 무엇일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법이 적용되는 범위를 우선 넓히고 그 다음에 임금 수준을 높여도 늦지 않은데, 임금 수준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올렸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도 올해 1분기 저소득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8.0%)으로 감소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영세 사업자가 고용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정책들은 보여주기는 쉽지만 개인의 소득이나 삶의 질 같은 실질을 개선하는 효과에 대해선 논란이 많습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은 구호에 불과할 수 있어요. 정책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논란이 있는 정책을 무리하게 펼치지 말고 일부 업종이나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고 효과가 입증된 뒤에 전면적으로 실시해도 늦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임시직과 일용직 고용은 지난 4월 전년 대비 각각 9만6000명과 8만3000명 감소했다. 임시직과 일용직 고용이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다. 정부의 예상과는 반대로 취약계층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통계가 잇따르고 있어 최저임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 보조금인 일자리 안정자금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살아남아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퇴출돼 혁신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 보조금은 이런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어요. 정부가 주도하는 예산이나 보조금, 지원금 등이 과연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데이터에 근거해 평가하고 그 효과가 작으면 과감하게 철폐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정부의 고용 정책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통한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는 1~2년, 혹은 정권 동안 몇 개 일자리를 창출했는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크면 고용이 늘어나기 어렵습니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많이 진입하도록 시장을 열어줘야 합니다.”

 

◇ 혁신한 기업이 고용 창출…정부 개입 과감히 줄여야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3%대를 회복했다. 정부는 올해도 3%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지표는 이런 전망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고용지표가 부진하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석달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그쳤다. 통상 경기 회복기에는 취업자수가 월 30만명 정도 증가하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취업자 증가수가 석달 이상 10만명대에 그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2010년 2월(18개월) 이후 처음이다. 고용 한파가 불어닥쳤다.

“혁신이 이뤄져야 고용이 늘어나는데 여전히 많은 기업이 지대(地代·rent)와 정부 규제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혁신은 물론 고용 창출도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 규제는 혁신할 수 있는 기업의 시장 진입도 제한하고 있어요. 혁신 기업이 사업을 확장해 고용을 창출하는 길이 막혀있습니다.”

이 교수는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도 고용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많이 진입하도록 시장을 열어 줘야 해요. 시장 질서와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기득권에 기댄 경영 능력 떨어지는 기업은 퇴출되도록 해야 합니다. 창업 지원, 임금 보조 등 정부가 돈을 써도 장기적인 고용 증대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창업이나 기업과 관련해서 정부가 손을 좀 떼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이런 혁신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한 시장 환경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식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상장사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 효과’가 뚜렷하다.

“지금 한국 경제를 홀로 이끄는 반도체 산업도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일궈냈듯이, 혁신적인 기업가가 계속 나와야 하는데 이런 기업가 정신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기업 활동에 직접 개입하고 자원 배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료제의 특성상 정부 조직, 업무 범위, 예산은 계속 증가하고, 관료들이 효과 없는 정부 기능을 버리는 자정(自淨)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증거에 기반 둔 정책 펼쳐야...외부위원회 꾸려 평가하고 시범사업 추진해야

이 교수는 2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데이터를 이용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정책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거에 기반을 둔 정책 (Evidence-based policy)’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가처분소득과 시간, 건강, 교육 수준을 모두 높여야 합니다만 한국과 같이 이미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는 어떤 정책 수단이 효과적인지 불분명합니다. 칠레, 멕시코처럼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 이해관계가 없는 글로벌 학자들을 위원으로 참여시켜 정책을 평가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연구한 미세먼지 정책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미세먼지 대책을 얘기할 때 많은 사람이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많은데 국내 정책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이 교수가 지난 2005년 시행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대책을 시행한 수도권에서 그렇지 않은 부산, 대구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가 2년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요인이 있어도 국내에 적절한 환경법이 도입되면 미세먼지 절감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면 이념 대립이 아니라 정책 토론이 가능합니다. 실증적인 평가에 기반을 둔 시범사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수형 서강대 교수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지금 기획재정부)에서 4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6년 서강대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 분야는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경제분석이며 노동, 교육, 경제 성장, 시장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2016년 한미경제학회 ‘젊은 이코노미스트(Young Economist)상, 2017년 ‘다산젊은경제학자상’을 받았다. 남녀 만남이나 구인·구직 시장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할 때 시장 비효율을 줄이는 사례 연구로 주목받았고, 칠레 사례를 통해 대학 입시에서 발생하는 탐색 비용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도 발표했다.

올해는 한국의 미세먼지 대책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저명 경제학 저널인 ‘이코노믹스 레터스(Economics Letters)’에 실린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05년 시행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부산 대구 등 비수도권 대도시 지역에 비해,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9%(2006년 말 기준) 감소시키는 유의미한 효과를 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중국 등 외부요인에 의해 미세먼지가 많아지더라도 국내 환경법이 적절하게 시행되면 미세먼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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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5.29 15:24 | 수정 2018.05.29 16:24

    노동경제학을 연구하는 이수형(43)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 교수를 마주보고 앉자마자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과도하냐”고 질문을 던졌다. 조금 전 인사를 나눌 때만 해도 시원한 웃음을 띠던 그의 얼굴이 어느새 강의실 교수의 모습으로 변했다.

    “개인과 가정의 후생 증진을 궁극적인 정책 목표로 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어요. 과거 정부 정책의 초점은 너무 산업에 치우쳐 있었거든요.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목표를 달성하는 데 쓰는 수단이 오히려 목표가 된 것 같은 주객전도의 상황입니다.”

    짧은 커트 머리의 이 교수는 앞머리를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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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충격이 너무 커요. 기업의 부담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급격히 커지면 결국 개인도 득을 볼 수 없거든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이 교수는 2년 전 서강대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년 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기대하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젊은 경제학자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 교수를 만났다.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개인도 득 못 봐…정책 너무 근시안적”

    그렇다면 이 교수가 생각하는 개선 방향은 무엇일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법이 적용되는 범위를 우선 넓히고 그 다음에 임금 수준을 높여도 늦지 않은데, 임금 수준을 높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건 문재인 정부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올렸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도 올해 1분기 저소득 가구의 소득은 오히려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8.0%)으로 감소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영세 사업자가 고용을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저소득 가구의 소득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정책들은 보여주기는 쉽지만 개인의 소득이나 삶의 질 같은 실질을 개선하는 효과에 대해선 논란이 많습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은 구호에 불과할 수 있어요. 정책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논란이 있는 정책을 무리하게 펼치지 말고 일부 업종이나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해 보고 효과가 입증된 뒤에 전면적으로 실시해도 늦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임시직과 일용직 고용은 지난 4월 전년 대비 각각 9만6000명과 8만3000명 감소했다. 임시직과 일용직 고용이 동반 감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다. 정부의 예상과는 반대로 취약계층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통계가 잇따르고 있어 최저임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교수는 정부 보조금인 일자리 안정자금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은 살아남아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퇴출돼 혁신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 보조금은 이런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어요. 정부가 주도하는 예산이나 보조금, 지원금 등이 과연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데이터에 근거해 평가하고 그 효과가 작으면 과감하게 철폐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정부의 고용 정책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장기적 성장 모멘텀을 통한 일자리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정부는 1~2년, 혹은 정권 동안 몇 개 일자리를 창출했는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크면 고용이 늘어나기 어렵습니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많이 진입하도록 시장을 열어줘야 합니다.”

     

    ◇ 혁신한 기업이 고용 창출…정부 개입 과감히 줄여야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년 만에 3%대를 회복했다. 정부는 올해도 3%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경제지표는 이런 전망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무엇보다 고용지표가 부진하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석달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그쳤다. 통상 경기 회복기에는 취업자수가 월 30만명 정도 증가하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취업자 증가수가 석달 이상 10만명대에 그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2010년 2월(18개월) 이후 처음이다. 고용 한파가 불어닥쳤다.

    “혁신이 이뤄져야 고용이 늘어나는데 여전히 많은 기업이 지대(地代·rent)와 정부 규제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혁신은 물론 고용 창출도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 규제는 혁신할 수 있는 기업의 시장 진입도 제한하고 있어요. 혁신 기업이 사업을 확장해 고용을 창출하는 길이 막혀있습니다.”

    이 교수는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도 고용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이 많이 진입하도록 시장을 열어 줘야 해요. 시장 질서와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기득권에 기댄 경영 능력 떨어지는 기업은 퇴출되도록 해야 합니다. 창업 지원, 임금 보조 등 정부가 돈을 써도 장기적인 고용 증대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창업이나 기업과 관련해서 정부가 손을 좀 떼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이런 혁신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한 시장 환경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식고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상장사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 효과’가 뚜렷하다.

    “지금 한국 경제를 홀로 이끄는 반도체 산업도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서 일궈냈듯이, 혁신적인 기업가가 계속 나와야 하는데 이런 기업가 정신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기업 활동에 직접 개입하고 자원 배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료제의 특성상 정부 조직, 업무 범위, 예산은 계속 증가하고, 관료들이 효과 없는 정부 기능을 버리는 자정(自淨)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 증거에 기반 둔 정책 펼쳐야...외부위원회 꾸려 평가하고 시범사업 추진해야

    이 교수는 2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데이터를 이용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정책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거에 기반을 둔 정책 (Evidence-based policy)’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가처분소득과 시간, 건강, 교육 수준을 모두 높여야 합니다만 한국과 같이 이미 경제 수준이 높은 국가는 어떤 정책 수단이 효과적인지 불분명합니다. 칠레, 멕시코처럼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 이해관계가 없는 글로벌 학자들을 위원으로 참여시켜 정책을 평가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연구한 미세먼지 정책을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미세먼지 대책을 얘기할 때 많은 사람이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많은데 국내 정책이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 이 교수가 지난 2005년 시행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대책을 시행한 수도권에서 그렇지 않은 부산, 대구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가 2년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요인이 있어도 국내에 적절한 환경법이 도입되면 미세먼지 절감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객관적인 증거가 나오면 이념 대립이 아니라 정책 토론이 가능합니다. 실증적인 평가에 기반을 둔 시범사업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수형 서강대 교수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지금 기획재정부)에서 4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유학을 결심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6년 서강대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 분야는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경제분석이며 노동, 교육, 경제 성장, 시장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2016년 한미경제학회 ‘젊은 이코노미스트(Young Economist)상, 2017년 ‘다산젊은경제학자상’을 받았다. 남녀 만남이나 구인·구직 시장에서 미스매치가 발생할 때 시장 비효율을 줄이는 사례 연구로 주목받았고, 칠레 사례를 통해 대학 입시에서 발생하는 탐색 비용이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도 발표했다.

    올해는 한국의 미세먼지 대책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저명 경제학 저널인 ‘이코노믹스 레터스(Economics Letters)’에 실린다. 이 교수 연구팀은 2005년 시행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부산 대구 등 비수도권 대도시 지역에 비해,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를 9%(2006년 말 기준) 감소시키는 유의미한 효과를 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중국 등 외부요인에 의해 미세먼지가 많아지더라도 국내 환경법이 적절하게 시행되면 미세먼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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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9/2018052901927.html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29/20180529019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