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피로맺은 우방 한미동맹

어이없고 황당한 美·北 회담, 이대로 가면 北 핵보유국 된다

화이트보스 2018. 6. 13. 10:06




美 CVID 숱하게 외치더니… 2005년 9·19 성명보다 후퇴했다

입력 2018.06.13 03:00

[6·12 美北정상회담]
- CVID 실종, 북핵 폐기 장기화?
폼페이오, 회담 전날까지 "CVID만 받을 수 있다" 강조했는데
트럼프는 "CVID는 핵심 의제 아니었고, 시간 없어 못 담았다"

미·북 정상회담 전날인 1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만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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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끝내고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트럼프 등에 손 얹은 김정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미·북 정상회담을 끝내고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오른손을 얹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하지만 24시간여 뒤 도출된 미·북 공동성명에 'CVID'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시간표는 없었다. 이미 '4·27 판문점 선언' 때 김정은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 의지'만 되풀이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오히려 "CVID는 핵심 의제가 아니었다. 시간이 없어서 공동성명에 담지 못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과거 행정부의 북핵 합의를 '나약하다(weak)'며 비판해왔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이번 합의는 비핵화의 구체성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과거 합의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더 이상 명확할 수 없어"

이날 미·북 정상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 세 번째 조항은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을 할 것을 약속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3월 초 우리 대표단을 접견한 이후 밝혀온 '한반도 비핵화 의지'의 정확한 의미는 모호하다. 과거 북한이 주장해온 비핵화에는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내 미국 전략 자산 배치 불가'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핵화 구체적 조치 담겼던 9·19 성명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에 임하면서 "모호한 의지는 필요 없고 구체적 행동·계획을 보이라"며 CVID를 요구해왔다. 특히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비핵화의 핵심인 '검증(V)'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CVID 중에서 중요한 것은 'V'다. 우리는 검증할 수 있도록 충분히 탄탄한 시스템을 설정할 것"이라고 했다. '검증'을 넣는 것이 회담의 마지노선이 될 것임을 시사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합의문에 CVID가 빠져 있다'는 지적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문안에 포함됐다. 더 이상 명확하게 할 순 없다. 검증도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핵화 검증을 할 것이며,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미국, 다른 나라의 사찰단이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에 '검증'이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가 북핵 협상의 역사와 디테일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검증'이라는 단어에 얼마나 예민하게 나오는지를 안다면 저렇게 말할 수는 없다"며 "과거 6자회담 9·19 공동성명도 북한이 검증을 거부하면서 파기됐다"고 했다. 미·북이 정상회담 전날 밤까지 벌인 실무 협의에서도 북한은 '검증'이나 구체적 조치를 성명에 담는 것을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비핵화 어려워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르면 다음 주 미·북이 후속 협의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CVID에 대한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 신속한 비핵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완전한 비핵화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북핵 문제가 장기 과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과거에도 북한은 합의했다가 파기를 반복했는데 이번은 다른 게 뭐냐'는 지적에 "행정부가 다르다. 대통령이 다르다. 국무장관이 다르다"며 "김정은이 '이 정도까지 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 행정부에서는 핵무기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며 "10년 전이었다면 (북핵 문제를) 더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다른 것을 얻어내기 위해 CVID 용어를 양보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트럼프가 "김정은이 곧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 등이 그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북의 ICBM 개발 능력을 제거하는 의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건 거래(deal)의 일부다. 나는 평생 이런 일을 했고, 잘해왔다"며 "앞으로 후속 논의를 진행하면서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중시하는 트럼프 스타일상 이런 거래를 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랬다면 곁가지를 위해 몸통을 내준 셈"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3/201806130020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