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3월 13일에 열린 경찰관 합동임용식. 신입 경찰 간부들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자를 던지며 환호했다. 뒤편에 ‘정의롭게 당당하게’라고 쓰여 있다. [뉴시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13/7e778cb4-0d1e-430a-b5bb-d76fbabb18d1.jpg)
충남 아산시 경찰대학에서 3월 13일에 열린 경찰관 합동임용식. 신입 경찰 간부들이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모자를 던지며 환호했다. 뒤편에 ‘정의롭게 당당하게’라고 쓰여 있다. [뉴시스]
조국 수석 “경찰대 개혁하겠다”
민주당 의원들 폐교 법안 제출
일단 내년부터 절반인 50명 선발
나머지 50명 3학년 편입으로 충원
대통령 측근 교수가 폐지에 앞장
경찰대 출신들 “우리가 적폐냐”
방학이라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학교 행정을 담당한 경찰 간부들만 본관에서 제각기 맡은 일을 했다. 본관 뒤편 돌에 새겨진 문구가 시선을 당겼다. ‘젊은 그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리라.’ 이 학교를 찾아간 9일의 풍경이다. 윤소식 교수부장(경찰대 5기)은 휴가 중인 이상정 학장(경찰대 1기)을 대신해 서울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준비를 하느라 바빴다. 이날 오후 ‘권력기관 개혁 소분과’ 회의가 열렸다. 경찰대 폐교 여부를 다루는 이 소분과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5개 분과 중 하나인 국민주권 분과에 속한 논의 기구다. 윤 교수부장은 “오늘 회의에서 폐교 방안이 철회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회의 뒤 확인해 보니 그의 희망과 달리 ‘계속 논의’가 이날의 결론이었다.
경찰대 축소 또는 폐지 움직임은 지난 1월 14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권력기관 개혁 방안’ 발표로 시동이 걸렸다. 경찰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31주기를 맞은 날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로드맵이 공개됐다. 경찰과 관련해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가 핵심이었다. 그런데 발표문 중간에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경찰대를 개혁하여 수사권 조정 후 특정 입직그룹이 경찰권을 독점하지 않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힘이 세질 터인데,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때만 해도 경찰은 경찰대 규모 약간 축소나 경찰 인사제도 변화를 개혁의 최대치로 예견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이종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이 경찰대를 치안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법안(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을 냈다. 3월에는 진선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34명이 비슷한 법안을 또 냈다. 경찰대를 폐교하고 경찰대학원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법안은 국회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석 달 뒤인 6월에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됐는데, 그 안에 ‘경찰대 전면적인 개혁’이 포함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808/13/04424447-c753-4c18-b4b5-d391d99b85a3.jpg)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절반으로 줄일 테니 없애지는 말아 달라’는 게 현재 경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운명은 알 수 없다. 경찰대 폐교론자 대열의 선두에는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있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그는 지난해 9월 출간한 책 『문제는 검찰이다』에서 ‘경찰대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대는 학연으로 연결되어 경찰 간부직을 거의 독점한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교육 수준의 경찰교육을 따로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썼다. 정책기획위원회의 국민주권 분과 좌장이기도 한 그에게 요즘 생각을 물었다.
김 교수가 주장한 대로 37년 동안 대학 진학률이 크게 올랐고, 경찰의 직업적 인기도 상승했다. 하지만 그동안 ‘혜택’은 줄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경찰대 졸업생은 곧바로 파출소장이나 형사반장이 됐다. 지금은 대개 지구대의 팀원이 된다. 일반직(순경 출신) 경찰의 승진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경찰대 출신이 경찰서장이나 지방경찰청 과장인 총경에까지 이를 확률은 30% 안팎이다. ‘권력 집중’의 문제도 경찰대 출신들의 생각은 다르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경찰대 1기)은 “경찰대 출신들이 집단으로 권력을 사용한 사례가 단 한 개라도 있느냐”면서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우수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진 때에 이런 어긋난 방향의 개혁이 추진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 사이에서는 “우리가 적폐냐”라는 말이 돌고 있다.
경찰대 존치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꽤 있다. 최근까지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에게 물었다.
의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윈스턴 처칠은 노동당 당수가 자꾸 힐끔거리며 시선을 아래로 돌리자 “당신들은 크고 좋은 것만 보면 국유화하려고 해서 무섭다”고 농담을 던졌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군(軍)·법원·검찰·경찰 등 큰 조직에 잇따라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곪은 데 도려내겠다며 칼을 급하고 격하게 휘두르면 생살까지 뭉텅이로 잘라내는 우(愚)를 범한다.
이상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