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9.07 03:15
![정성진 산업1부 차장](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09/06/2018090603700_0.jpg)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가 작년 5월 출범할 때 시중에는 "서울 강남 집값이 또다시 치솟을 테니 집을 사두자"는 농담이 돌았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고 공약했던 노무현 대통령 때 강남 집값 폭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설마 설마 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양도세 중과세를 통해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서울 집값은 정말 치솟고 있다. 시쳇말로 '개그'가 다큐멘터리로 바뀐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별로 개입하지 않던 정부 때와 정반대 상황이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집값 상승을 '규제의 비용'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규제가 생기면 그 대상이 아닌 사람도 규제에 대비하다가 엉뚱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투기 세력 잡는다고 양도세를 올리니 다주택자가 집을 파는 대신 자식에게 증여하고, 집이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가 매수할 집이 안 나오고, 결국 가격이 오르는 역설이 나타나는 식이다. 집값 급등의 진원지라고 재건축을 규제하자 그 직전에 재건축된 강남 아파트는 순식간에 값이 올라 다시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회자되는 대표 사례 중 주택 보급률이 있다. 우리 정부는 2002년 말 100%에 다다른 주택 보급률을 믿고 주택 공급 정책을 소홀히 했다. 이때 집값이 오르자 "투기 세력 탓"이라며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주택 보급률은 급증하는 1인 가구를 가구로 계산하지 않고 통째로 빼놓고 있었다. 실제로 필요한 집은 더 많았던 것이다. 정부만 시장 상황을 몰랐던 셈이다.
왜곡된 시각도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보유세가 낮아 한국은 집값이 치솟는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미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올리자고 한다. 이는 미국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 식 시각이다. 우리 종합부동산세는 국세지만 미국 보유세는 대부분 지방세다. 자치단
당국자들은 규제부터 생각하지 말고 시장을 공부해야 한다. 이데올로기라는 색안경을 쓰고 부동산 시장을 보면 답이 나올 리가 없다. 집에는 좌(左)도 없고 우(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