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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여는 바람에 지하수 말라… 농사 망쳐 1억 빚진 곳도"

화이트보스 2018. 9. 20. 08:06



"보 여는 바람에 지하수 말라… 농사 망쳐 1억 빚진 곳도"

입력 2018.09.20 03:01

정부에 10억 배상 소송낸 합천 양상추 재배 주민들 만나보니

지난해 11월 정부의 창녕함안보(洑) 개방으로 피해를 본 경남 합천군의 양상추 비닐하우스 농가.
지난해 11월 정부의 창녕함안보(洑) 개방으로 피해를 본 경남 합천군의 양상추 비닐하우스 농가. /합천군
19일 오후 경남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 광암들 3길. 농로를 따라 좌우로 폭 10m, 길이 100m의 비닐하우스들이 수백채 세워져 있다. 동쪽으로는 낙동강 제방이 붙어 있다. 이곳 농민들은 여름에 재배한 멜론을 수확한 뒤 땅을 갈고 겨울철 양상추 재배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추석 즈음 종자를 심어 연말에 수확한다. 이날 광암들 비닐하우스에서 멜론 포장 작업을 하던 김모(49)씨는 "작년에 정부가 보(洑)를 개방해 양상추가 다 얼어서 농가마다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넘게 빚을 졌다"며 "피해 원인이 보 개방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왜 바로 보상을 하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청덕면 농민들은 지난겨울 정부가 창녕함안보(이하 함안보)를 개방해 10억원이 넘는 농작물 피해를 봤다며 최근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청덕면 농민 46명이 피해대책위를 꾸리고 최근 환경부 분쟁조정위원회에 "정부는 작년 피해액인 10억5900만원을 배상하라"는 재정신청을 냈다. 4대강 보 개방과 관련해 농민이 정부를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도 보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양상추 농사마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농민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청덕면의 한 농민은 "보를 또 열면 똑같은 피해가 반복될 것 아니냐"며 "농민 피해를 그냥 두겠다는 게 정부냐. 우리는 국민이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농민은 "작년 겨울 보 개방으로 인한 피해에다 올해 폭염·폭우까지 겹쳐 농사를 망쳤는데 겨울까지 피해를 입도록 두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경남 합천군 보 개방 피해

이 같은 논란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합천군보다 낙동강 하류 쪽에 있는 함안보의 수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물이 하류로 빠지자 상류 수위가 4.9m에서 3.3m으로 33% 정도 낮아졌다. 동시에 상류 근처 지하수의 수위도 낮아졌다. 이번 보 개방 피해 원인의 연구 용역을 맡은 구민호 공주대 교수는 "강물은 강바닥 모래를 통해 인근 농지의 지하수와 연결되기 때문에 강 수위가 내려가면 지하수 수위도 내려간다"고 했다.

피해 지역인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는 낙동강과 인접한 농지다. 청덕면 일대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주민들이 매년 가을과 겨울에 수막(水幕) 재배 방식으로 양상추 농사를 지어왔다. 수막 재배란 비닐하우스를 2중으로 짓고, 속에 있는 비닐 위로 섭씨 15도 내외의 물을 뿌려 바깥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농작물이 얼어 죽지 않게 하는 농작법이다. 이 물은 지표면에서 수십m 아래 지하에서 끌어온다.

보 개방 이후 청덕면 농민들이 사용하는 관정(끌어올린 지하수를 보관하는 우물)이 곧 말랐다. 보 개방 직후인 작년 12월 양상추 비닐하우스로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위까지 들이닥쳤다. 대부분의 양상추가 얼어 못쓰게 됐다. 청덕면 농민들은 피해 면적이 36만500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합천군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올해도 양상추 재배 시기가 다가오면서 농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19일 "올해 말에도 보를 개방해서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농작물 피해가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변중근(67) 피해대책위원장은 "정부가 내세우는 생태계 보호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농사일에 피해를 주면 그게 정부가 할 일이냐"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낙동강 하류 보 개방 여건 진단 평가팀'을 꾸리고 보 개방 시 적정한 상류 수위를 분석하고 있다. 올해도 작년과 같이 11월쯤 보 수문을 열되 한창 추워지는 12월엔 잠정적으로 방류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0/20180920002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