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0.30 03:15
박근혜 비판한 연극 '개구리'… 블랙리스트 촉발시켜
'가짜 뉴스' 몰이 하는 이 정부… 前 정부 잘못 되풀이하나
![김기철 논설위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810/29/2018102903419_0.jpg)
국립극단 연극 '개구리'를 실황 영상으로 다시 봤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발단이 됐다는 이 연극이 도대체 어떤 작품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구리'가 공연된 곳은 서울역 뒤쪽 서계동의 190석(席) 소극장. 열흘 남짓 무대에 올렸으니 이 작품을 본 사람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하룻밤 관객 수 정도다.
아리스토파네스의 같은 이름 그리스 고전(古典)을 당대 한국으로 각색한 연극은 비판과 풍자가 넘치는 소극(笑劇)이었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지도자로 박정희와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인물을 맞대결시켰다.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 본 걸 가지고 커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그러는데 학교 때 커닝 페이퍼 안 만들어 본 사람 있어? 부모 없이 혼자 자란 애라고 지랄 발광을 하고 있어요. 옛날 같으면 탱크로 확!" "벌써 잊었는가. 왜놈 앞잡이가 되고자 손수 혈서를 쓰고, 만주 벌판에서 벌인 그 치욕적 활동을…."
청와대와 집권 세력은 분노했을 것이다. 대통령과 그 아버지를 욕하다 못해 '대선 선거 부정'까지 들먹이다니, 이런 '가짜 뉴스'가 없었다. 청와대는 공무원들을 앞세워 '불온한' 예술가들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게 했다.
이듬해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박 대통령을 김기춘 비서실장의 꼭두각시처럼 조롱하는 작품이 걸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정부가 세월호 구조를 일부러 늦췄다는 영화가 상영됐다. '좌파'가 계속 문화계를 주무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청와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연극은 거칠고 정치적으로 치우쳤다는 관극 평이 많았다. 관객과 평단 판단에 맡기면 그만인 일이었다. 하지만 과장된 위기의식과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이 경직된 대응을 불렀다.
이 정부는 '블랙리스트'보다 더한 길을 가고 있다. '가짜 뉴스'를 잡겠다며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그렇다. 대통령의 대북(對北) 정책을 비판하는 것까지 '가짜 뉴스'라며 눈을 부라린다. 여당 의원과 전문가, 시민단체의 내부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정부 탄생의 유공자들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쥐박이' '닭근혜'라고 비아냥댔던 사람들이다. '미국 소 먹으면 머리에 구멍 송송 뚫려 죽는다'는 광우병 괴담과 머릿속에 떠올리기조차 끔찍한 세월호 인신공양설(說), 여성 대통령을 겨냥한 섹스 동영상설(說) 같은 '가짜 뉴스'에 편승해 정부를 공격했다.
권력을 잡고 나니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가짜 뉴스'라며 잡아먹을 듯 덤빈다. 선전·선동에 능한 사람들이라 '입소문'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런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1인 방송'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지금이 지난 정부 때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보장됐다고 느끼는 사람은 대통령과 핵심 지지층밖에 없는 것 같다.
'개구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을 넘긴 2013년 9월 공연됐다. 대통령 지지율 60%대 후반을 기록하던 때였다. 정권 초반 지지율이 치솟던 대통령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연극을 올린 국립극단과 연출가의 용기(勇氣)가 대단했다 싶다. 이 정도 '표현의 자유'는 괜찮다 싶었을 것이다.
당시 연출가는 "현재 권력을 가진 쪽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게 예술"이라고 했다. 대통령 지지자들 눈 밖에 나면 좌표까지 찍혀 조준 폭격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세상에 '개구리' 같은 연극이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 정부는 '개구리' 같은 연극을 참을 수 있을까.
아리스토파네스의 같은 이름 그리스 고전(古典)을 당대 한국으로 각색한 연극은 비판과 풍자가 넘치는 소극(笑劇)이었다.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지도자로 박정희와 노무현을 연상시키는 인물을 맞대결시켰다.
"우리 딸애 작년에 기말시험 본 걸 가지고 커닝했다, 점수 조작했다 그러는데 학교 때 커닝 페이퍼 안 만들어 본 사람 있어? 부모 없이 혼자 자란 애라고 지랄 발광을 하고 있어요. 옛날 같으면 탱크로 확!" "벌써 잊었는가. 왜놈 앞잡이가 되고자 손수 혈서를 쓰고, 만주 벌판에서 벌인 그 치욕적 활동을…."
청와대와 집권 세력은 분노했을 것이다. 대통령과 그 아버지를 욕하다 못해 '대선 선거 부정'까지 들먹이다니, 이런 '가짜 뉴스'가 없었다. 청와대는 공무원들을 앞세워 '불온한' 예술가들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게 했다.
이듬해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박 대통령을 김기춘 비서실장의 꼭두각시처럼 조롱하는 작품이 걸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정부가 세월호 구조를 일부러 늦췄다는 영화가 상영됐다. '좌파'가 계속 문화계를 주무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청와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 연극은 거칠고 정치적으로 치우쳤다는 관극 평이 많았다. 관객과 평단 판단에 맡기면 그만인 일이었다. 하지만 과장된 위기의식과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이 경직된 대응을 불렀다.
이 정부는 '블랙리스트'보다 더한 길을 가고 있다. '가짜 뉴스'를 잡겠다며 칼을 휘두르는 모습이 그렇다. 대통령의 대북(對北) 정책을 비판하는 것까지 '가짜 뉴스'라며 눈을 부라린다. 여당 의원과 전문가, 시민단체의 내부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정부 탄생의 유공자들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쥐박이' '닭근혜'라고 비아냥댔던 사람들이다. '미국 소 먹으면 머리에 구멍 송송 뚫려 죽는다'는 광우병 괴담과 머릿속에 떠올리기조차 끔찍한 세월호 인신공양설(說), 여성 대통령을 겨냥한 섹스 동영상설(說) 같은 '가짜 뉴스'에 편승해 정부를 공격했다.
권력을 잡고 나니 자기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가짜 뉴스'라며 잡아먹을 듯 덤빈다. 선전·선동에 능한 사람들이라 '입소문'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런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1인 방송'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지금이 지난 정부 때보다 표현의 자유가 더 보장됐다고 느끼는 사람은 대통령과 핵심 지지층밖에 없는 것 같다.
'개구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을 넘긴 2013년 9월 공연됐다. 대통령 지지율 60%대 후반을 기록하던 때였다. 정권 초반 지지율이 치솟던 대통령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연극을 올린 국립극단과 연출가의
당시 연출가는 "현재 권력을 가진 쪽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게 예술"이라고 했다. 대통령 지지자들 눈 밖에 나면 좌표까지 찍혀 조준 폭격당할 각오를 해야 하는 세상에 '개구리' 같은 연극이 다시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 정부는 '개구리' 같은 연극을 참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