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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아들 “중국은 주제 파악하라”…시진핑 외교에 일침 박수현 기자 100자평 0 좋아요 0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기사 U

화이트보스 2018. 10. 30. 11:34


덩샤오핑 아들 “중국은 주제 파악하라”…시진핑 외교에 일침

    입력 2018.10.30 11:00 | 수정 2018.10.30 11:22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인 덩푸팡(鄧朴方·74) 중국 장애인연합회(CDPF) 명예주석의 연설문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그가 도광양회(韜光養晦)로 대표되는 부친의 대외정책을 강조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분발유위(奮發有爲)에 일침을 놨기 때문이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덩푸팡이 연설에서 과거를 빗대 현 정부를 풍자했다"고 지적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덩푸팡은 지난 9월 16일 폐막한 제7차 CDPF 전국대회에서 "우리는 사실로부터 진실을 찾고, 냉정한 마음을 갖고 우리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함부로 잘난 체 말고, 함부로 스스로를 얕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불확실성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평화와 발전의 방향을 고수하며 협력적이고 모두에게 유리한 국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국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에 성찰도 촉구했다.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 중국 장애인연합회 명예주석. /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도광양회란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른다’는 뜻으로, 기존의 세계질서에 편입돼 조용히 힘을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덩샤오핑이 주창한 도광양회 아래 중국은 특히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다져가며 초고속성장에 시동을 걸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시 주석은 분발유위, 즉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한다’며 강국몽(强國夢)을 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국제무대에서 줄어드는 미국의 자리를 중국이 적극 메우겠다는 심산이다. 세계 각국이 참여하는 신(新)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최근 ‘마오쩌둥(毛澤東)의 급진적 시행착오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중국이 분수를 모르고 우쭐대다 화를 자초했다’는 자성론이 확산되면서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며 ‘수퍼차이나’론을 설파하던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교수의 몰락이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증한다. 

    시 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은 덩푸팡의 연설이 있기 이틀 전 열린 CDPF 개막식에는 참석했으나, 연설 당일에는 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덩푸팡의 연설문은 CDPF 폐막 후 과거와 달리 홈페이지에 게재되지 않았다. 

    ◇ 덩푸팡, 中 ‘개혁·개방’에도 목소리 높여…"퇴보하지 말고 전진해야"

    덩샤오핑. / 네덜란드 국립 기록 보관소
    덩푸팡은 이날 중국의 외교정책 외에도 광범위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덩푸팡은 특히 개혁·개방과 관련해 "개혁·개방은 수대에 걸쳐 추진되는 것이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은 과거로 회귀하지 않고 계속해서 개혁·개방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덩푸팡은 부친인 덩샤오핑이 ‘중국의 사회주의를 통합하고 개발하는 데는 수십 세대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본 것을 언급하며 "사람들은 ‘공자도 수십 세대보다 나이가 많지 않다’며 그에게 표현을 재고할 것을 제안했지만 그는 그 표현을 고수했다. 그는 개혁·개방 과정이 지속적이며 힘들고 고되고 복잡할 것이라는 걸 강조하길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덩푸팡은 그러면서 "개혁·개방 정책은 중국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의 사회구조와 이해의 분할, 사고방식에 가져온 이런 변화는 근본적이고 역사적이며, 돌이킬 수 없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이 길을 따라 어떠한 퇴보도 하지 않고 100년 동안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발언은 올해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을 앞두고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왔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지난 4일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강연에서 "베이징 당국은 여전히 개혁·개방을 할 것이라고 립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덩샤오핑이 제시한 정책은 요즘 공허하게만 들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덩푸팡은 이날 1966~1976년 마오쩌둥의 주도로 추진된 문화대혁명까지 거론했다. 덩푸팡은 "우리 모두는 문화혁명을 겪었다. 당시 신앙과 도덕은 사라지고, 문화와 사회는 혼란스러웠다"며 "그때 사람들은 모든 것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고 했다. 덩푸팡은 1968년 홍위병(문화혁명 초기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준군사조직)에 쫓기다 건물 3층에서 투신, 하반신이 마비됐다. 

    ◇ 중국 지도부, 이미 정책 기조 바꿨나…덩푸팡 ‘시진핑 옹호’ 주장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0월 29일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중화전국총공회와 회의하고 있다. / 신화통신
    일각에서는 덩푸팡이 중국 지도부의 바뀐 방침을 미리 알고 이를 연설에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달리 양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는 "덩푸팡의 연설이 시 주석 정권에 경의를 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덩푸팡은 시 주석을 비판하기 위해 그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중국 지도부가 9월 중순쯤 이미 기존의 입장을 바꾸고 덩샤오핑의 교훈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덩푸팡은 태자당(중국 당·정·군·재계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일컫는 말)의 황제로 군림하며 중국의 정·관계와 경제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 역시 혁명원로인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의 차남으로, 태자당 출신이다.

    크리스토퍼 존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석좌도 덩푸팡이 중국 정부가 덩샤오핑의 유산을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보이자 이에 도움을 보탠 것일 수 있다고 봤다. 존슨 석좌는 "그의 연설은 토론을 장려하고 중국 정부의 현 정책 노선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민주적 중앙집권주의에 ‘민주주의’를 되돌리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존슨 석좌는 그러나 "이런 연설이 중국 엘리트 집단 내에서 일회성으로 나온 건 아닐지 의심스럽다"며 회의론을 펼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30/201810300110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