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권대욱의 산막일기(18)
얼마 전 모처럼의 피치 못할 운동 약속 때문에 저녁 늦게야 산막에 왔다. 날이 무척 차가워 오자마자 장작 난로부터 지폈다. 기름보일러 하나에 의존하기에는 산중의 추위가 너무 심하고 비워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장작 난로 지폈더니 산막에 안온함이
온 집안에 온기가 가득하다. 삶이 이렇다. 어제는 그렇게 심란하고 오늘은 이렇게 안온하다. 이것이 반복되고 일관되지 못하니 그것이 또한 심란하고, 이 모든 것 마음 하나 탓이라 생각하니 마음공부의 중함을 알겠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잘 조절해 기쁘다고 너무 날뛰지 말 것이며, 슬프다고 너무 슬퍼도 말일이다. 담담한 마음과 긍정의 마음으로 우리의 심란한 마음을 채우며 하늘 보고 땅을 보며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자.
내 노래 ‘나의 삶 나의 꿈’도 결국은 이런 마음을 담은 것이리라. 세상에 공개해 나와 심란한 모든 이를 위로하리라. 우리는 매일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냥 있어도 가슴 뛰는 그런 삶이면 오죽 좋으련만 그냥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야 하는 삶이기 때문에 땅 위에 한발을 딛되 또 한발은 구름 위에 두어야 하는 것.
꿈과 희망 역시 살아가는 이유를 만드는 과정이 아닐지 모르겠다. 이루어진 꿈은 이미 꿈이 아닌 것. 또 새로운 꿈을 꾼다. 그 꿈의 끝 허망할 줄 알지만 그런데도 우리는 꿈을 꾼다.
마눌님에게 칭찬받을 일이 별로 없을 나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늘 끊임없는 경탄과 존경의 념으로 마눌을 매료시키는 두 가지가 있으니 그중 하나는 장작 난로 불 피우기요, 또 하나는 꺼진 불 되살리기이다. 오죽하면 내 별명이 ‘불 박사’겠나.
마눌님이 붙인 별명 ‘불 박사’
그날그날의 기상상황도 잘 살펴야 한다. 실온 25도 정도를 유지하도록 완급을 잘 조절해야 한다. 잠잘 때는 오래 은근히 탈 수 있도록 아주 큰 통나무를 적절한 시점에 넣어준다. 밑불이 너무 약하면 불이 붙지 않고 너무 세면 온도 조절이 잘 안 되니 적절한 밑불일 때 넣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재받이의 재도 적당한 간격으로 비워줘야 한다. 하루아침에 절대 안 된다. 수 없는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신공이다. 오늘은 비 오고 기온도 크게 낮지 않으니, 9시쯤 직경 20㎝ 길이 50㎝짜리 통나무 하나 넣고 불문 꼭 닫으면 될 것이다. 새벽 4시면 일어나니 그때 작은 통나무 몇 개면 최적의 수면 환경이 유지 될 것이다. 이 나이에도 누군가를 경탄케 할 수 있음은 그 얼마나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