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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으로 경제난 극복하는 모습 경이로웠다" 미셸 캉드쉬 전 IMF총재 인터뷰

화이트보스 2019. 1. 2. 13:50


애국심으로 경제난 극복하는 모습 경이로웠다" 미셸 캉드쉬 전 IMF총재 인터뷰

입력 2019.01.02 11:09 | 수정 2019.01.02 11:10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1997년12월3일 오후 세종로청사에서 내외신 보도진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긴급자금지원최종 협상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조선DB
1997년 12월 3일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빌리는 문서에 서명하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푸른 눈의 노신사를 기억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때 우리 국민들에게 서슬퍼런 ‘저승사자’로 불렸던 미셸 캉드쉬(86) 당시 IMF 총재가 최근 본지와 이메일로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프랑스중앙은행 총재(1984~1987)를 지냈고, 1987년부터 13년간 IMF 총재로 장수했다. 지금은 파리 시내 개인 사무실에 거의 매일 출근하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강연에 자주 나서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다만 그의 비서는 "언론인과 직접 대면하는 인터뷰는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캉드쉬 전 총재와의 문답.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큰 언론사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1997년과 1998년의 어려움을 겪던 그 당시 한국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또렷합니다. 모든 한국인들이 깊은 애국심으로 뭉쳐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를 희생시켜 나라를 구하려는 한국인들의 자세를 보면서 한국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여러 차례 다녀간 걸로 압니다. 한국을 어떤 나라로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사실 한국에 갈 때마다 워낙 바쁜 공식 일정으로 빡빡했습니다. 특히 1997년 당시에는 (구제금융) 협상을 하느라 다른 시간을 못냈죠. 그래서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저는 많은 한국인들이 외환 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세를 보면서 경외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견 없이 사회 모든 계층이 일치단결해서 위기 극복에 나서는 나라는 한국말고는 보지 못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와 관료들은 국가 파산을 막고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숱한 노력을 했습니다."


조선미디어 독자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내용은 이렇다. “(조선일보라는)큰 언론의 독자들에게 저의 뜨거운 인사를 보낼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1997~1998년 어려웠던 시기에 한국을 돕는 임무를 맡았던 국제 기구의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그 당시 어려움 한복판에서 모두를 위해 밝은 미래를 만들려는 한국인들의 능력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신뢰를 가지게 된 한 명의 친구로서 인사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미셸 캉드쉬.”
-올해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많은 전문가들처럼 저 역시 올해 세계 경제가 하강기에 들어설 것으로 봅니다. 한국에는 당연히 외부 여건이 나쁘겠죠. 그래도 한국은 근년에 금융정책을 신중하게 유지했고 거시경제 정책도 안정적이었습니다. 한국이 결정적인 위기는 겪지 않고 한 해를 넘길 수는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타격이 덜할 것이라는 의미죠. 그래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아야 하고, 자만해서도 안될 것입니다. 구조 개혁에 힘써 어떤 외부 충격도 견뎌낼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권합니다. 세계 경제가 워낙 예측하기 어렵게 굴러가고 있어서 언제 외부 충격이 다가올지 모릅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투명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외부 여건 변화에 대응해 순발력 있게 정책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보다 도약하기 위해 조언을 하신다면.
"국제기구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한국 경제 관련 보고서를 꾸준히 읽습니다. 근 30년간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피하기 어려운 현상이기 때문에 (성장률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성장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해 점점 낮아지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구조개혁을 해낼 수 있으냐가 관건입니다. 한국은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유독 낮다는 게 약점이죠.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잘 설계된 연구개발(R&D) 육성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산업 구조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크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눌리지 않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좋을 겁니다. 세계가 빨리 변하고 있어요. 구조 개혁을 하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꾸준히 하느냐에 따라 한국이 계속 번영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 한국도 일자리 확보가 급선무입니다. 방도가 있을까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실업률, 고용률 같은 고용 지표는 한국이 상대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그래서 양적인 측면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보다는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해소하고 이를 통해 계층 간의 소득 불균형을 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수입이나 복지 혜택을 늘리기 위해 (한국 정부가)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고용정책을 여성과 청년층에 좀 더 집중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일하는 여성이 더 늘어나도록 참여를 유도해야 하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일하도록 청년 일자리 대책을 강화해야 합니다."

김대중대통령이 1999년 12월 2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IMF 2년 국제포럼'환영만찬에서 미셀 캉드쉬 IMF총재와 건배하고 있다./조선DB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보셨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시는지요. 문재인 현 대통령과 비교해보신다면.
"독재에 맞서 싸운 영웅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는 건 저한테는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감옥도 갔다 오고 정치적 망명도 했구요. 암살당할 뻔한 위기에서도 탈출하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입니다. 적잖은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남북 통일에 대한 열망도 강한 분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만날 기회가 없어서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판단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국 경제를 다룬 보고서들을 읽고서 문 대통령이 펴는 정책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그중에는 호의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올해 세계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3중고를 겪을 것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고, 미·중간의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데다, 유가(油價)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세가지 어려움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요국이 더 이상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 여건도 빡빡하죠. 미국, 유럽 같은 거대 경제권역까지 어려움을 겪고 신흥국들의 성장률 상승세는 밋밋해질 전망입니다. 세계 경제의 여건이 극도로 악화될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세계 각국은 성장에 친화적이고 어려움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됩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합니까.
"양국간의 무역분쟁은 매우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나머지 국가들까지 영향을 받고 있어요. 한국은 오랫동안 국제적인 자유무역 체제로 미국과 중국에서 상당한 혜택을 얻어온 나라 중 하나입니다. 무역분쟁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고립주의를 선택하면서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간단하지만 자명한 원리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국가 정상이 곧 이런 원리를 깨달을 겁니다. 양국 모두 (무역분쟁의) 악영향을 실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조만간 양측이 전향적으로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제 개인적인 예상입니다."

임창열 부총리(가운데)와 이경식 한국은행총재(오른쪽)가 1997년 12월 3일 정부제1종합청사에서 IMF 구제금융신청 의향서에 서명하는 모습을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왼쪽)가 바라보고 있다./조선DB
-추가로 한국에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요.
"한국은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이미 지낸 바 있는 선진국입니다. 다른 선진국들과 함께 가난한 나라들을 돕는 일과 국제적인 환경 보호 노력에도 동참하는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2/2019010201078.html